마보 유정은 대표 “AI 시대일수록 내면을 들여다보는 힘이 필요합니다”
마음챙김 명상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훈련’
조직 내부에서 심리적 안정감에 대한 중요성 증대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리더십 마인드 필요
팬데믹 이후 ‘정신 건강’은 더 이상 특정 소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ADHD, 도파민 중독, 불안장애 같은 용어가 일상 대화에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기업들도 직원들의 ‘심리적 안정’을 핵심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AI 기술이 인간의 대화와 판단을 대체하고 감정까지 알고리즘으로 처리하려는 흐름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격변의 시기 속에서 마보 유정은 대표는 ‘마음챙김’이라는 오래된 지혜가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진짜 결정은 결국 내 마음이 하는 거예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힘이 지금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 전 명상 앱 ‘마보’를 시작한 그는 여전히 ‘알아차림’이라는 본질을 지키며 마음의 균형이 개인과 조직,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이야기해 왔다. 명상의 과학적 효용, 조직 내에서 심리적 요인이 중시되는 이유, AI 시대의 리더십 전략 등에 대해 유정은 대표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Q. 불확실성의 시대 속에서 명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학적 관점에서 실질적인 명상의 효과가 궁금합니다.
명상은 과거부터 인류가 가지고 있었던 지혜입니다. 마음챙김은 팔리어의 ‘사띠(Sati)’라는 말을 번역한 건데 알아차림이라는 의미예요. 근래에 들어서 마음챙김이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는 신기하게도 뇌과학 발달과 관련이 있어요. 70년대 히피 사이에서 명상이 유행하던 시점에 명상은 신비주의적인 것으로 여겨졌는데, 90년대 이후로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사람의 뇌가 실시간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관찰할 수 있게 됐어요.
뇌신경 가소성은 뇌에 있는 뉴런의 신경 연결망이 뇌를 활발하게 사용할수록 더 촘촘해진다는 이론입니다. 명상은 뇌신경 가소성 이론에 따라서 뇌 신경망을 재편하는 과정인데, 명상을 마음챙김 훈련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편하고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며 사는 ‘도파민 중독’ 시대에 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도록 훈련하기 때문이죠.
도파민은 인간의 의욕을 이끄는 보상 호르몬이지만 과도한 의존은 현실과 착각을 혼동하게 만드는 ‘가짜 의욕’ 상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왜곡된 동기가 반복되면 결국 본질로 돌아가려는 반작용이 일어납니다. 자극과 쾌락을 과도하게 추구해 온 현대 사회에서 심리적 피로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명상은 그런 흐름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는 회복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Q. 마보가 정의하는 ‘마음챙김 명상’은 어떤 철학과 원칙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까?
많은 사람들은 명상을 힐링이나 이완으로 이해하지만 마보는 처음부터 ‘알아차림’에 집중해 왔습니다. 현대인은 늘 긴장 상태로 살아가며 교감신경이 과활성화돼 있습니다. 부교감신경계를 자극하는 명상의 호흡이 몸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도움 되긴 하지만, 저희는 그것을 최종 목표로 삼지는 않습니다. 명상은 특정 상태를 유도하는 기술이 아니라 알아차림을 통해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만나는 여정이라고 생각해요.
이 철학은 마보의 시그니처 콘텐츠인 ‘기초 7일 훈련’에 잘 담겨 있습니다. Day 1부터 Day 7까지 단계별로 구성된 콘텐츠는 마음챙김 명상의 핵심 원리를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이 코스를 반복해서 들어보라고 권유해 드리기도 합니다. 명상은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마보는 명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마보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7년 시작해 현재 21기를 맞은 이 프로그램은 총 7회차의 온오프라인 병행 수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시하는 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시간’입니다. 명상에서 가장 깊은 깨달음은 “이 고통이 나만의 것이 아니구나”라는 인식에서 비롯되며, 그 공감의 순간이 곧 치유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클래스 참여자들은 “삶을 더 용기 있게 살아갈 수 있게 됐다”라고 말씀하십니다.
Q. 최근 조직 내에서 심리적 요인이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요즘은 “무조건 해”가 아니라 “왜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던지는 시대입니다. 일이 힘들거나 조직 내 관계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왜’에 대한 답이 없다면 다른 커리어를 고민하게 되죠. 그런 점에서 마음챙김 명상은 단순한 개인 치유를 넘어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해주는 힘을 가집니다.
특히 리더에게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에 자신의 관점을 절대화하면 오히려 조직에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마음챙김 명상은 ‘자비심’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줍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비심은 단순히 친절하거나 부드러운 태도를 의미하지 않고, 상대를 진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때로는 불편한 말도 할 수 있는 용기를 뜻합니다.
스티브 잡스도 그런 리더였습니다. 날카로운 피드백을 주었지만 자신에게도 매우 엄격했죠. 반대로 겉으로는 늘 부드럽고 친절한데 실제로는 오히려 팀원에게 부담을 주는 리더도 많습니다. 진짜 자비심은 좋은 말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고통을 줄이는 방향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데서 나오죠.
결국 명상은 이완이나 힐링을 넘어서 나와 타인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수행입니다. 이런 내면의 태도 변화가 조직 안에서 더 건강한 소통과 지속 가능한 성과로 이어진다고 믿어요.
Q. 최근 생성형 AI 기반 심리 상담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마음 돌봄을 전문적으로 다뤄오신 입장에서 AI 심리 상담의 가능성과 한계를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요즘은 고민이 생기면 AI에게 먼저 질문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마보 이용자 중에도 “AI가 이렇게 말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질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 생각하고 어떤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역할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의 한 AI 상담 스타트업 연구에 따르면, 수치심이나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인간 상담자보다 AI에게 더 솔직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AI는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답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현실을 직면하기보다는 자기 위안에 머무를 위험도 존재합니다. AI 시대일수록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힘’이 필요한 이유죠. AI의 조언은 참고일 뿐 결국 결정을 내리는 건 나 자신입니다. 외부보다 내면에서 방향을 찾는 힘이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진짜 역량이죠.
Q. 장기적으로 이루고 싶은 사회적 변화나 모습은 무엇입니까?
코로나를 겪으며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ADHD’, ‘도파민 중독’, ‘우울증’ 같은 단어들이 익숙해졌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해요. 예전엔 공원에서 명상을 하면 이상하게 보는 시선도 많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요가나 명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시대가 되었죠. 10년 전에 “명상을 하는 사람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변화가 현실이 돼가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명상을 바르게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명상이 단순히 예쁜 소품이나 잔디밭에서의 힐링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삶의 습관이 되도록 돕는 것이 마보의 다음 목표입니다.
Q. 마지막으로 비즈니스와 일터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신 경영자와 리더분들을 위해 격려나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사업이 힘들 때마다 저는 스스로에게 처음 이 일을 시작한 이유를 질문합니다. 제겐 ‘명상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라는 이유가 명확했습니다. 분명한 목적이 있으니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어요. 경영자분들께서도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시고 그 질문에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잠시 멈춰서 자신과 대화해야 할 때일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실수를 인정하는 것도 용기라 생각해요.
경영자에게 무엇보다 '마음의 힘'이 가장 필요한 것 같아요. 불안과 두려움이 클수록, 그 감정이 조직에 그대로 전달되기 쉽더라고요. 저도 과거에 그런 메시지를 계속 팀에 전달하면서 조직 분위기를 무겁게 만든 적이 있어요. 조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선택을 하려면 내면을 들여다보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선택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