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플레이토 임은성 대표 “기록은 단순 전사가 아닌, 기억을 돕는 생산성 기술”
실시간 기록·요약·검색·공유 가능한 음성 AI 도구 ‘티로’ 개발
VC, 글로벌 기업 중심으로 고객 확보…일본·미국 진출 가속
회의 콘텐츠 기반 Q&A, 템플릿 문서화 등 업무 처리량 10배 향상 목표

회의가 끝난 뒤에도 핵심 내용이 남지 않는다는 건,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경험이다. 기록이 누락되거나 요점이 정리되지 않아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이 반복되곤 한다. 더플레이토는 이 문제를 음성 기반 실시간 기록 기술로 해결하고자 했다.

임은성 대표는 단순한 전사 기술을 넘어, 실시간 기록·문서화·검색·공유 기능을 갖춘 생산성 도구 ‘티로(Tiro)’를 개발했다. 사용자는 회의 중 말한 내용이 자동으로 정리되고 필요한 정보를 질문하면 바로 답을 얻을 수 있다. 티로는 사람의 기억과 처리 능력을 보완하는 기록 기반 어시스턴트로 자리 잡고 있다.

임 대표로부터 초기 제품 개발 과정부터 글로벌 SaaS 전략, 팀 운영 철학까지, 티로가 지향하는 기술 기반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들을 수 있었다.

더플레이토 임은성 대표[더플레이토 제공]
더플레이토 임은성 대표[더플레이토 제공]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은 ‘비타민 아닌 진통제'

임 대표는 음성 AI 기술이 기존의 생산성 도구와 달리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제품 개발 초기에 있으면 좋은 기능보다는 없으면 불편한 기능에 집중해야 한다는 방향을 설정했다.

더플레이토는 의도적으로 제품 금액을 높게 책정해 해당 금액에도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의 반응을 중심으로 피드백을 수집했다. 임 대표는 이 PMF(Product-Market Fit) 검증 과정을 통해 고객이 실제로 경험하는 불편을 해결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서울대학교 학생 주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낵(SNAAC)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낵스텝(NAACst STEP)’ 6기 데모데이에서 더플레이토가 대상을 수상했다.[더플레이토 제공]
서울대학교 학생 주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낵(SNAAC)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낵스텝(NAACst STEP)’ 6기 데모데이에서 더플레이토가 대상을 수상했다.[더플레이토 제공]

초기에는 ‘디마케팅’ 전략을 활용하기도 했다.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보다는 소수의 사용자를 중심으로 제품을 개선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집중하지 않은 채 다양한 니즈를 반영하는 전략은 오히려 제품의 핵심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임 대표는 티로를 전문가 중심의 프리미엄 서비스로 규정하고 있다. 대규모 사용자를 전제로 한 서비스보다 사용 빈도가 높고 정확도를 요구하는 고객군에 적합하도록 설계돼있다.

실시간성과 맥락 처리로 차별화

티로는 1초 이내의 속도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며 실시간 번역 기능을 포함해 12개 언어를 지원한다. 미팅 종료 후에는 내용 요약, 액션 아이템 정리 등 사후 문서화 기능을 제공하며 사용자는 원하는 템플릿 형태로 결과를 저장할 수 있다.

티로 서비스 화면
티로 서비스 화면

기록된 문서는 폴더별로 정리되고, 저장된 내용에 대한 질문을 하면 해당 맥락에 기반해 답변을 제공하는 기능도 포함되어 있다. 기록 데이터를 단순 보관이 아닌 정보 자산으로 활용하도록 설계된 구조다.

티로는 정확도 개선을 위해 '맥락' 정보를 적극 반영한다. 대화 참여자, 주제, 산업군 등 사전 정보가 포함될 경우 고유명사 인식이나 전문용어 처리에서 더 높은 성능을 보인다. 클로바노트, 노션 등 대중적인 음성 기록 서비스의 전사 정확도가 약 85%인 반면, 티로는 평균 92% 이상의 정확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설정에 따라 최대 95%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 효율화 향상을 돕는 AI 노트테이킹 서비스 '티로'[더플레이토 제공]
업무 효율화 향상을 돕는 AI 노트테이킹 서비스 '티로'[더플레이토 제공]

기술 구현 과정에서는 총 4~5단계의 파이프라인을 거친다. 실시간 기록 중 오류를 감지하면 후처리 과정을 통해 재보정하며, 의미 단위로 문장을 구분하고 시간 흐름에 따라 자동 정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제품 중심 구조로 글로벌 SaaS 전략 구축

처음부터 글로벌 SaaS 모델을 전제로 설계된 티로는 현재 12개 언어를 지원한다. 피드백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 개선이 이뤄지도록 설계되어 다국적 미팅 환경이 잦은 기업이나 VC, 컨설팅 업종 고객이 주이용자층이다.

일본 시장에 진출한 티로 서비스[더플레이토 제공]
일본 시장에 진출한 티로 서비스[더플레이토 제공]

일본 시장에서는 한국과 유사한 사용자 반응이 관찰됐고 지표 측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 임 대표는 일본 시장 진출 과정에서 사전 판단보다는 현장 테스트를 통해 사용자 반응을 검증하는 접근이 효과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타깃을 좁혀야 한다’는 일반적인 조언과 달리 기존 제품을 그대로 진입시켜 기업 고객층에서 구매 전환이 이뤄지는 사례를 확보했다. 그는 기능 커스터마이징보다 확장 가능한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보 처리량을 높이는 기술로의 진화

임 대표는 티로의 장기 목표를 ‘사용자의 정보 처리량을 10배 높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용자가 업무 중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대화를 모두 기억하거나 정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를 대신 수행해주는 보조 도구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되었다.

더플레이토가 초기 스타트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정주영창업경진대회 글로벌트랙 아산보이저' 사업에 참여했다.[더플레이토 제공]
더플레이토가 초기 스타트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정주영창업경진대회 글로벌트랙 아산보이저' 사업에 참여했다.[더플레이토 제공]

고밀도의 VC 미팅에서 다뤄지는 정보의 양과 속도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발견한 임 대표는 음성 기록 자동화의 필요성을 실감하며 티로 서비스를 개발했다. 2018년 이후 자연어처리(NLP) 기술이 발전하면서 트랜스포머 기반 엔진이 등장했고, 이를 랩핑해 정부기관에 납품한 경험도 갖고 있다. 이후 대화 처리 흐름의 다음 단계는 ‘음성’이라는 판단 아래 제품 개발을 이어갔다.

임 대표는 노트테이킹 수요가 특정 산업군에 국한되지 않으며 회의나 상담처럼 대화를 중심으로 업무가 이뤄지는 직무 전반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50~60대 의료계 종사자 고객은 “평생 기다려온 제품”이라며 만족을 표하기도 했다.

AI 네이티브 팀의 운영 방식

총 9명의 팀으로 운영되고 있는 더플레이토는 GPT 기반 기술이 등장한 이후 창업한 ‘AI 네이티브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개별 팀원들이 AI를 활용해 다중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AI 네이티브 팀 '더플레이토'[더플레이토 제공]
AI 네이티브 팀 '더플레이토'[더플레이토 제공]

임 대표는 내부 운영에서 ‘불필요한 소통을 줄이는 것’이 핵심 전략 중 하나라고 말한다.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리소스 비율이 평균 60%에 이른다는 보고를 바탕으로 회의와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최소화하고 주요 의사결정은 자동화된 툴과 기록 기반으로 처리한다. 문서화, 반복 업무, 일정 관리 등은 대부분 AI와 워크플로우 자동화 도구를 통해 운영된다.

창업 이후 “이 일을 1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기준 삼아 팀 문화를 설계해왔다. 기술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환경 속에서도 근본적인 업무 체계를 설정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팀의 전제가 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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