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딸에게 물려줄 수 있는 친환경 명품 가방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폐가죽 새활용과 특허 기술로 품질과 친환경 모두 잡은 ToforTo
글로벌 시장 확장과 소재 R&D로 친환경 가방의 새로운 기준 제시
[사례뉴스=김주연 인턴기자] 가죽 제품은 제작 과정에서 최대 60%가 버려진다. 연 80만 톤 가까이 버려지는 폐가죽은 썩지 않아 소각이나 매립 과정에서 독성 물질을 방출하며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가죽 제품은 가죽 공정부터 제품 재단까지 전 과정을 통해 최대 60%가 버려지고 있어 연간 80만톤에 육박하는 폐가죽이 발생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제품에 사용하는 가죽은 썩지 않도록 화학적 가공을 하기 때문에 소각이나 매립 시 독성물질을 발생하며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ToforTo(투포투) 전미연 대표는 삼성물산, 에스콰이어, 피에르가르뎅 등 유명 브랜드에서 25년간 1만 개가 넘는 가방을 만들며 폐가죽 문제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봐왔다.“저는 폐가죽을 가장 많이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소재가 미래와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생각하니 소재 선택에 좀더 신중하게 되었고 결자해지의 심경으로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ToforTo는 ‘Today for Tomorrow(내일을 위한 오늘의 실천)’이라는 의미로, 버려지는 폐가죽을 새활용하면서도 “엄마가 딸에게 물려주어도 가치가 변하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철학에서 출발했다.
전미연 대표로부터 친환경 브랜드의 명품 전략, 글로벌 확장 전략 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들을 수 있었다.
품질과 지속가능성,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전 대표는 친환경 브랜드들이 흔히 직면하는 문제를 정확히 짚었다. “재생 가죽은 천연가죽보다 내구성과 인장 강도가 떨어집니다. 예쁜 가방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죠. 저는 이 약점을 기술과 디자인으로 보완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ToforTo는 재생 가죽의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체 특허 기술인 ‘재생 가죽 제조 공법’을 적용했다. 재생가죽과 다른 소재를 혼합해 내구성을 높이고, 마감과 내부 설계, 마모가 집중되는 포인트까지 꼼꼼하게 다듬었다. 단순히 ‘친환경’을 위한 제품이 아니라 사용자가 진짜 사용하고 싶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전략이었다.
폐가죽은 새활용하는 것 자체로 환경적 의미가 있다. 매립과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 물질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업계에서 점점 줄어드는 재생 가죽 활용 업체의 생태계 유지에도 기여한다. 전 대표는 “해외는 의도적으로 재생 가죽을 더 많이 사용해요. 국내에는 재생 가죽 업체가 두 곳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꾸준한 수요를 만드는 브랜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죠.”라고 설명했다.
엄마가 딸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방
ToforTo가 내세우는 핵심 가치는 ‘다시 쓰지만 오래 쓰는 것’이다. 명품이 세대를 이어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가지듯 ‘엄마가 딸에게 물려줄 수 있는 타임리스 가방’을 만들겠다는 기준을 세웠다. 이 철학은 ‘나의 맘(My Mom) 캠페인’으로 확장됐다. 실제 모녀가 교감하는 모습을 담아 가족 간의 사랑과 지속 가능한 가치를 색다른 접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전 대표는 “다시 쓰는 것도 친환경이지만, 오래 쓰게 만드는 것도 친환경”이라며 “좋은 소재와 견고한 마감으로 제품 수명을 늘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대인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어떤 TPO에도 어울릴 수 있는 범용성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모습에서도 동일한 가치가 드러난다.
100년 장인 정신
ToforTo 제품에는 100년이 넘는 업력 노하우가 집약돼 있다. 전 대표의 25년 경력에 샘플 제작자 37년, 생산 담당자 41년의 경력을 더하면 업력 합계는 103년이다. 전 대표는 “한 업종에 평생을 바친 장인 정신이 명품 브랜드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 제품력을 만들죠”라고 설명했다.
전미연 대표는 명품 브랜드 가방과 비교하면 27배의 가격 차이가 나지만 내부 마감과 소재 퀄리티 등에서 오히려 우위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고급스럽다’, ‘디테일이 명품 같다’는 고객 피드백이 전 대표의 자신감을 뒷받침했다.
전 대표가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제품력’이었다. 9천여 개 기업이 참여한 2024년 중소벤처기업부 ‘강한 소상공인 지원사업’ TOP7에 선정됐고, 블라인드 대국민 테스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장관 특별상을 받았다. 올해는 국내 우수 아이디어 혁신 제품 공모전에서 1위하며 장관상을 차지했다.
글로벌 무대 확장
ToforTo는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발 빠르게 도약하고 있다. 파리 메종&오브제(Maison&Objet), 일본 FaW TOKYO 패션 월드 , 뉴욕의 COTERIE 패션 박람회 등 주요 박람회에 참가해 글로벌 바이어와 접점을 넓혔다.
파리 방돔 매장과 일본 신주쿠 SOLEW 매장에 샵인샵 팝업으로 입점했다. 현재는 면세점 3곳 입점 확정, 도쿄 시부야109 팝업, 두바이 페스티벌 시티몰 입점 확정 등 다양한 판로를 개척 중이다.
전 대표는 이 과정에서 공공 지원사업의 도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 브랜드가 대형 유통망에 바로 들어가기는 어렵습니다. 운영비 부담 없이 고객 접점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받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친환경도 명품이 될 수 있다
전미연 대표는 “친환경 제품도 명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제품으로 증명하고자 한다.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소재 R&D를 강화해 재생가죽의 활용 비율을 높이면서도 품질을 유지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자체 R&D 센터를 통해 소재 사업 확장에도 나설 계획이다. 제품 생산 단계에서 줄어든 탄소 저감량을 계산해 QR 코드로 제품에 표시하고,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전미연 대표는 “제품을 구매할 때 내가 환경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알 수 있다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치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탄소 저감 수치를 데이터로 시각화해 ESG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통해 ‘스마트 친환경 브랜드’로서 정체성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 대표는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친환경 제품을 명품으로 끌어올리는 관건”이라며 “그린워싱 브랜드와 명확히 구분되는 ‘보이는 지속가능성’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