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뉴스 2019 신년 기획특집] 인터넷뉴스, ‘人, 터놓고 말해본다’ (中-부정적 측면)

포털중심 유통구조와 광고수익 의존이 ‘나쁜짓’ 하게 만들어…“언론사?포털 모두 책임 있어”

#편집자주 : 온라인 저널리즘(Online journalism)은 인터넷을 통해 신문이나 방송 등의 정기간행물을 전달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흔히 ‘인터넷뉴스’라고 하는 것들이다. 온라인저널리즘은 기본적으로 인터넷을 ‘많은 사람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정보에 접근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며, 시간과 공간을 동등하게 공유하며 참여가 가능한 플랫폼'이라고 보는 시각에 기반을 두고 있다. 1990년대 후반 국내에 처음 등장한 인터넷뉴스들은 그동안 독점적이고 획일적이었던 언론환경을 독자와 ’소통하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바꿔놨다. 또한 실시간에 빠른 속도로 정보를 널리 퍼트릴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개방적으로 접근 가능하게 해 정보의 격차해소와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반면 인터넷뉴스의 지나친 확대로 ’가짜뉴스‘의 범람과 기업들에게 ’깡패짓‘을 하는 ’유사언론행위‘ 등의 문제점도 꾸준히 지적돼 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간 인터넷뉴스 시대의 명암(明暗)을 조명해 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로봇저널리즘·데이터 저널리즘과 기자의 고유한 능력을 접목한 해석주의 패러다임 등을 통해 앞으로 인터넷뉴스가 나아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사례뉴스가 변화무쌍한 인터넷뉴스 시대의 현황과 방향에 대해 상·중·하 세편에 걸쳐 기획 취재해 보도한다.

[토달담의 ‘그런 기사는 왜 쓰는거야’ 유투브 화면캡쳐]

[기획취재팀=곽성규 기자] 인터넷뉴스들의 여러 긍정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이고 치명적인 문제점들도 동면의 양면처럼 같이 따라다닌다. 특히 클릭수 등을 늘리기 위해 기사를 조작하는 ‘어뷰징(abusing)’과 기업에 부정적인 기사를 낸 뒤 삭제나 수정 대가로 광고를 요구하는 ‘유사언론행위’, 쉽게 말해 ‘기사를 광고로 엿 바꿔먹는 깡패짓’이 가장 큰 문제점들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현재 포털 중심으로 인터넷 뉴스들이 유통되는 방식과 함께 언론사들이 광고 수익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영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저널리즘의 품질을 급격히 낮춰버린 이러한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터넷언론사와 포털 모두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언론 행위가 적극적으로 돈을 끌어와야 한다는 현실에 인터넷언론들이 타협해 버렸으며 나쁜 언론이 실리를 챙기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데 포털도 방관했다는 지적이다.

클릭수 늘리려 ‘낚시질’ 알바까지 쓰는 ‘어뷰징’…“중대형사들 비슷한 기사 20~30개씩 올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뉴스 이용자의 88.5%가 ‘포털 메인 페이지의 뉴스 제목을 보고’ 인터넷뉴스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뉴스 제목이 기사를 클릭하게 만들다 보니 언론사들의 기사 어뷰징(abusing)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어뷰징이란 포털과 기사 제휴를 맺은 인터넷뉴스가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기사를 마음대로 조작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용어다.

어뷰징의 쉬운 예 중 하나는 실시간 인기 검색어가 들어간 내용이 똑같은 기사를 반복해서 내보내거나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성인 남녀 1000명 중 절반 이상이 어뷰징을 ‘자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몇몇 언론사에서는 어뷰징 업무를 전담하는 아르바이트를 쓰기도 한다”며 “책임 회피를 위해 이런 기사에는 ‘온라인 뉴스팀’ 등 기자 이름을 밝히지 않고 조직명으로 기사를 내보낸다”고 실태를 전했다.

언론업계에 따르면 특히 어뷰징은 중대형 언론사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규모가 작은 언론사의 경우 오히려 인력 부족으로 어뷰징을 하기가 어렵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팀장은 “어뷰징을 하려면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하루에 20~30개씩 올려야 한다”며 “소규모 언론사는 이를 감당할 인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포털에서 이뤄지는 어뷰징은 포털에 진출조차 못해 있는 소형 언론사들은 하기가 어렵고 설사 포털에 진출했다 하더라도 어뷰징을 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춘식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소규모 매체가 어뷰징을 하려 하면 포털에서 제휴를 끊기 때문에 겁이 나서 할 수 없다”며 “어뷰징은 오프라인 신문이 있는 중대형 매체가 일으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정적 기사내고 광고로 ‘엿 바꿔먹는’ ‘유사언론행위’도 심각…“언론 전체 불신 확산될 것”

인터넷뉴스의 유사언론행위의 폐혜도 심각하다. 유사언론 행위란 인터넷언론이 기업에 부정적인 기사를 포털에 내 보낸 뒤 삭제?정정 대가로 광고?협찬을 받아내는 일명 ‘기사 엿 바꿔먹기’다. 주로 사주의 사생활 관련 정보를 왜곡하거나 부동산 소유 등 민감한 개인정보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정보 등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비방하는 기사 내용이 많다.

한국광고주협회 관계자는 “기사가 포털에 노출되면 일반 소비자는 보도 내용을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며 “악의적 기사에 대한 소비자의 오해가 부정적 댓글이나 SNS를 통해 전파되면 2차, 3차 피해가 발생해 기업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소문의 파급력을 아는 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광고를 대줄 수밖에 없다”고 업계의 현실을 전했다.

[자료제공: 한국광고주협회(단위: %, 복수응답)]

실제로 한국광고주협회가 지난 2015년 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7%의 기업들이 유사언론 행위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피해로는 ‘기업 관련 부정적·자극적 기사 반복 게재’(87.4%)와 ‘경영층 이름·사진 노출’(79.3%)등이 많이 나왔다. 한 전직 인터넷뉴스 기자는 “데스크(언론사 상사)가 의도적으로 매주 유사언론행위를 위한 기사를 요구했다”며 “기사 제목도 회장?사장 등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넣어 회사로 전화가 오게 만들었다”고 고발했다.

이러한 유사언론행위도 결국 소형 언론사가 아닌 중?대형 언론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광고주협회에 따르면 광고 협찬을 강요하는 등의 유사언론 행위는 대부분 5인 이상의 매체에서 나타났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도 “매달 선정성 보도와 관고윤리 관련 주의?경고 조치를 받는 언론사들은 대부분 중대형 언론사”라고 전했다. 한 소형 언론사 편집장은 “선정성 보도 자체가 중대형 언론사 중심으로 이뤄진다”며 “소형 언론사가 심의 대상에 들어가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러한 어뷰징?유사언론행위가 지속됨으로 인해 인터넷뉴스 이용자들의 신뢰도는 계속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관계자는 “어뷰징을 자주 경험한 이용자일수록 포털과 언론사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유사언론행위로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작성된 기사는 이용자들의 불신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한 소형 언론사 편집장은 “일부 인터넷뉴스의 비윤리적인 행태가 반복되면 결국 언론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포털 중심 뉴스 유통?광고수익 의존 언론사 경영이 근본적 문제…“저널리즘 급격히 낮아져”

근본적으로 인터넷뉴스들의 이러한 부정적인 행태들의 원인은 크게 ‘포털 중심의 유통구조’와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언론사의 경영구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수익구조과 관련된 이 두가지 원인 때문에 자본주의가 인터넷뉴스의 저널리즘을 지배하고 있는 형국이다. 즉 선정적인 기사의 생산과 유통이 인터넷 언론사들의 생존과 직결되면서 기사의 질이나 언론윤리 보다는 클릭수가 중요한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현재 국내 인터넷뉴스는 네이버 등의 주요 포털이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그러다보니 어뷰징이나 유사언론행위에 대한 책임을 포털도 회피하기 어렵다. 사진은 어뷰징 관련 KBS뉴스 화면캡쳐]

현재 인터넷뉴스의 대부분의 기사는 포털이 지배하고 있다. 인터넷 언론 이용자 대부분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포털에 기사를 공급하지 못하거나 포털 검색 서비스를 통해 노출되지 못하는 언론사는 인터넷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받게 되는 것이다. 도형래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사무총장은 “포털 메인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에 대한 이용자 유입량은 일반적인 기사에 비해 적게는 10배, 많게는 100배”라며 “인터넷 매체는 포털에 진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진입이 좌절되면 문을 닫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광고 수익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현재 대부분의 언론사 경영구조도 인터넷뉴스의 질을 떨어뜨리는데 한 몫하고 있다. 인터넷 유료 기사가 아직 생소한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언론사들의 주요 수입원은 결국 광고로 집중된다. 문제는 광고 단가가 결국 클릭수(트래픽)에 의해 매겨지게 된다는 것인데, 포털에서 사람들이 기사를 클릭해 웹싸이트로 이동하게 만들기 위해 인터넷신문사들이 선정적?상업적 기사 위주로 싸이트를 운영할 수 밖에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원은 “포털에서 기사를 클릭해 높아진 트래픽을 근거로 광고 단가가 산정된다”며 “이는 저널리즘 품질을 급격히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한바 있다.

결국 인터넷언론사와 포털 모두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우선 질 나쁜 기사가 나온 배경에는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한 인터넷언론사들의 상업적 목적이 깔려 있다. 한 인터넷언론사 편집장은 “언론사도 먹고 사는 게 중요하지만 공공을 위한 행위가 아닌 영리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며 “언론 행위가 적극적으로 돈을 끌어와야 한다는 현실은 언론 본연의 기능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신들은 뉴스를 매개하는 플랫폼에 불과하다며 발을 빼고 있는 포털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많다. 또 다른 인터넷언론 관계자는 “포털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나쁜 언론이 실리를 챙기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데 포털이 일조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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