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 산업이 한창 궤도 위에 오른 현재, 쿡방 논란이 화두이다. 작아 보이지만 산업 자체의 존망을 가를 수도 있는 소식이다.

어딜 가든 물을 흐리는 존재는 꼭 존재하기 마련이다. 일상과 매체, 구역을 가리지 않는다. 이들은 미미하게 인식되어 금방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질 때가 많다.

반대로 미미한 시절부터 세력을 키워 무언가를 통째로 뒤엎을 수 있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예시가 영화 <미스트>(2007)의 카모디 부인(마샤 게이 하든)이다. 처음엔 말도 안되는 소리를 늘어놓으며 거의 없는 취급을 당한다.

그런데 우연히 그의 말이 하나씩 들어맞으며 동조하는 이들이 생기고, 나중에는 주인공 그룹을 파멸로 몰고 간다.

영화 "미스트"에서 보여준 물 흐리는 존재의 대표격. 출처: 메트로 골드윈 메이어.
영화 "미스트"에서 보여준 물 흐리는 존재의 대표격. 출처: 메트로 골드윈 메이어.

얼마 전, 떠오르고 있는 신발 재테크 산업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던 본인이다. 의견을 내비친 지 2주도 지나지 않아 리셀시장 내에서 큰 이슈가 될 만한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쿡방 사건이다.

쿡방이란 미국의 “cook group”이라는 말에서 유래된 말이다. 리셀업자들이 신제품을 빠르게 구매해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 커뮤니티를 만드는 건데, 그룹 내에서 이런저런 정보를 주고받는다. 주로 신발 혹은 스트릿 웨어(슈프림, 베이프 등의 브랜드)와 관련하여 많은 쿡방이 존재한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문제될 게 딱히 없다. 약 1주 전, 국내 모 기사는 나이키코리아와 특정 쿡방이 유착관계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제기한 의혹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언급된 특정 쿡방들은 그룹 내에서 수백만원의 회비를 받으며 정보를 공유한다.

모인 회비를 나이키코리아에 전달하면 나이키의 관계자가 미리 신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백도어 링크를 쿡방에 전달한다. 실제 구매시간에 신제품을 확인해보면 백도어 링크를 받은 업자들이 제품을 모두 구매하고 품절되어 있는 것이다.

인기 있는 신발은 곧바로 품절되는 시대에 이런 의혹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출처: 나이키.
인기 있는 신발은 곧바로 품절되는 시대에 이런 의혹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출처: 나이키.

도시괴담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구체적인 증거도 떠돌고 있다. 나이키 홈페이지에서 2월 14일 오후 4시 신제품이 발매한다.

접속해 보니 상품은 이미 품절된 상태이다. 그런데 네이버의 한 카페에 판매가 시작되기 25분 전에 이 신제품을 홈페이지에서 이미 구매했다는 글이 게시된다. 이에 대해 작성자는 해당 상품의 결제정보를 미리 받았다고 설명한다.

2월 3일에 발매한 상품에 대해서도 전날인 2일에 “쿡방하는 친구에게 정보를 받아서 샀다”라고 말하는 게시글이 5분만에 삭제된다.

실제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게시글의 일부. 출처: 네이버 카페.
실제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게시글의 일부. 출처: 네이버 카페.

쿡방의 실체도 업계 내에서는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리셀업자의 말에 따르면 쿡방에 가입하기 위해 매달 최소 50~250만원의 회비를 내야 하고 들어갈 수 있는 인원 수도 제한되어 있다.

들어가기만 하면 월 수백만원의 돈을 벌 수 있고 액수가 1000만원이 넘어가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나이키코리아는 현재 이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는 상태다. 만약 나이키가 직접 이에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리셀, 중고거래 산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일반적인 소비자나 정상적인 리셀업자의 입장에서는 신제품이 발매되자마자 품절 상태인 이유를 알게 되면 배신감을 느낀다.

애초에 동일 선상에서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정정한다 해도 판매하는 기업의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리셀업자는 다른 방법으로 이득을 볼 것이다.

이제는 남녀노소 모두가 참여하는 재테크 방식을 확장해야 할 시점에 물을 흐리는 존재들이 성장을 가로막는다.

처음 쿡방이 화두에 올랐을 당시 관련 카페에서 사람들의 반응이다. 상당히 뜨겁다. 출처: 네이버 카페 "나이키매니아".
처음 쿡방이 화두에 올랐을 당시 관련 카페에서 사람들의 반응이다. 상당히 뜨겁다. 출처: 네이버 카페 "나이키매니아".

이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여타 다른 재테크 산업에도 시사점을 부여한다.

거대한 틀을 일단 세우면, 고객을 유치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범위를 확장하고 전 영역에 퍼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위와 같이 자행될 수 있는 부정행위는 진작 근절해야 한다. 일시적인 이윤을 위해 협조했다가는 자칫 산업 전체의 존폐의 위기를 몰고 오는 뿌리가 형성될 수 있다. 상술한 쿡방이 리셀 산업에서는 그 뿌리에 해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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