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와 언더아머의 차이는 CUO
CUO는 카테고리 사용상황을 의미하는 약어로써, 브랜드의 확장성을 좌지우지한다
초기에는 명확한 CUO가 중요하지만 성장할수록 CUO도 확장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 마케팅 임원이 운영하는 마케팅 모임에 놀러 갔다. 진행자일 때와는 다르게 참여자일 때 모임에서 느껴지는 것이 다르기에 종종 다른 분이 운영하는 모임에 놀러 가곤 한다. 다른 분은 어떻게 진행하는지를 보며 배우는 점도 많기에 늘 학생의 마음으로 참여한다.

이날 모임에서 다룬 책은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가 쓴 ‘슈독’이었다.

마케팅을 하는 사람 중에서 나이키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 싫어할지언정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와 브랜드 이미지(Brand Image: 고객이 실제로 생각하는 브랜드 이미지)가 거의 동일한 몇 안 되는 브랜드이자, 오랜 전통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느낌보다 신선한 느낌이 더 강한 불가사의한 브랜드가 바로 나이키다.

나이키가 좋은 브랜드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니 우리가 이야기할 것은 어떻게 그러한 브랜드가 되었는지였다. 누군가는 브랜드의 강력한 비전과 철학을 이야기했고, 다른 누군가는 '마이클 조던', '르브론 제임스'와 같은 성공적인 스타 마케팅을 이야기했다. 이외에도 지금의 나이키를 만든 수많은 이유와 변수가 언급되었다. 딱 한 가지만 빼고. 바로 CUO였다.

CUO는 Category Use Occasion의 약자로 '카테고리 사용 상황'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고객이 그 브랜드를 어떠한 상황에서 사용하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KFC, 타코벨과 같은 세계적인 외식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마케팅한 그레그 크리드와 켄 멘치는 ‘R.E.D Marketing’에서 브랜드를 키우는 것은 CUO를 키우는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그 정도로 CUO는 매우 중요하다. 나이키는 이 점에서도 뛰어난 브랜드다. 언더아머와의 비교를 통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언더아머가 우리나라에 첫 매장을 낼 때만 해도 나이키를 비롯해서 경쟁 스포츠 브랜드들이 모두 크게 긴장했다. 미국에서 이미 핫한 브랜드로 잘 알려진 언더아머였기에 우리나라 스포츠웨어 시장도 빠른 시일 내에 접수할 것처럼 보였다.

언더아머는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다른 스포츠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마네킹이 손님을 맞이했다. 슬림한 패션모델 같은 타 브랜드 마네킹과는 다르게 역도 선수를 연상케 하는 근육질의 마네킹이 매장 곳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광고, 매장 디스플레이, 메시지 등이 강한 남성성을 두드러지게 강조했다. 

그런데 이러한 차별화이자 전문성이 언더아머의 발목을 잡았다. CUO가 너무나도 단순해졌기 때문이다. 바로 '헬스 할 때 입는 브랜드'로 한정된 것이다.

몇 년 전에 삼성그룹의 이재용 회장이 언더아머 옷을 입은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나이키나 아디다스를 입었다면 그렇게까지 화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다름 아닌 언더아머였다. 헬스장 갈 때 입어야 할 옷이었기에 네티즌의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사진출처: 연합뉴스)

"이재용도 3대 500치나요?"와 같은 댓글이 주를 이뤘다. 헬스장에서 기본이 되는 3대 운동인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 스쾃의 총중량 500kg을 달성하면 3대 500을 친다고들 하는데, 언더아머는 어느새 '헬스'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국한되어 버린 것이다. 같은 소재의 옷이라도 언더아머 로고가 붙으면 그 옷은 그 어떤 상황도 아닌 헬스라는 하나의 상황에서만 입을 수 있는 옷이 돼버리는 것이었다.

나이키는 언더아머와 전혀 다르다. 헬스장은 물론이고 러닝, 골프, 축구, 농구 등 다양한 운동을 할 때 나이키를 입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운동하는 상황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심지어 회사 갈 때도 무리가 없다(물론 복장규정이 엄격한 회사는 불가하겠지만).

패션센스가 남다른 GD와 같은 연예인도 나이키를 믹스매치해서 착용하기에 나이키의 CUO는 무궁무진하게 확장이 된다. 그야말로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모든 상황에 착용가능한 것이 나이키인 것이다.

나이키와 비슷하게 CUO를 확장한 브랜드로 룰루레몬을 꼽을 수 있다. 요가복의 샤넬이라고도 칭해지는 룰루레몬의 주력 제품인 레깅스는 옷의 특성상 요가할 때와 같이 특수한 상황에서만 입는 옷이었다. 평상시에 입기에는 다소 민망한 옷이었다. 그러나 브랜드의 CUO가 확장됨에 따라 단순히 요가할 때뿐만 아니라 집이나 동네를 돌아다닐 때 입을 수 있는 원마일웨어(1 mile wear: 집 근처 1마일 내에서 입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편한 옷)가 되었다. 심지어 학교나 회사에까지 입고 가는 경우가 생겼다. 공공장소 레깅스 착용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될 정도로 룰루레몬의 CUO는 확장되었고 매출 또한 증가했다.

(사진출처: 네이버뉴스)

다시 말하자면 나이키와 언더아머의 차이는 CUO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언더아머는 스포츠 중에서도 '헬스'라는 매우 한정된 CUO를 갖게 되었고, 나이키는 스포츠웨어를 벗어나 수많은 카테고리 사용상황, 즉 무한한 CUO로 확장을 한 것이다. 이 차이가 고객이 브랜드를 경험하는 상황의 절대적인 차이를 만들어냈고 이는 매출이라는 명확한 숫자로 드러났다.

P.S. 브랜드가 처음부터 CUO를 다양하게 가져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모든 음식을 파는 음식점은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은 음식점처럼 인식되듯이 말이다. CUO는 에지 있는 하나로부터 차근차근 확장해 나갈 때 빛을 발할 수 있다.

*본 기사는 인물과 브랜드를 특정하지 않기 위해 일부 각색했으며 사례뉴스 필진기자 아이디어오븐 김용석 이사가 쓴 컬럼입니다. 김용석 아이디어오븐 이사는 평일에는 브랜드에 관한 모든 솔루션을 고민하는 아이디어오븐(Idea Oven)의 공동창업자로, 주말에는 트레바리를 비롯한 각종 모임에서 캡선생이라는 필명으로 모임장 및 강연가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에서 갤럭시, 로가디스, 란스미어 등의 남성복 마케팅을 담당했고, 아이디어오븐에서는 CJ ENM, SKT CS T1, 스케쳐스 등의 국내외 유수의 기업의 브랜드 컨설팅 및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행동하는 지혜를 추구하는 소피스트(Sophist)라는 독립출판사의 공동 대표로서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비행독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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