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누이가 사법고시에 3번 낙방하고 4번째 도전을 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무슨 이유에선 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누이가 공부하고 있는 신림동 고시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한 평 남짓한 고시원은 내가 살면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장소였다. 작은방에 책상 하나와 의자 하나가 집안에 있는 가구의 전부였다. 잠을 잘 때는 의자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책상 아래 공간까지 이용해야 발을 뻗어야 잘 수 있는 구조였다.

나는 신기하기도 하고 하여 좁은 방 안을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는데 누이가 공부하다 펼쳐 놓은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책의 내용은 관심도 없고 어려워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책의 빈 공간에 누이가 써 놓은 한 줄의 문장이 눈에 띄었다. 

"해도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하지 않으면 될 가능성이 없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내 머리를 누가 망치로 때린 것 같은 충격을 느끼며 누이가 고시 준비를 하면서 얼마나 많은 갈등을 느꼈는지를 알게 되었고 또한 누이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 후 이 문장은 나의 삶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가르침으로 자리 잡았다. 무언가를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지만 어느 것도 된다는 보장은 없다. 단순히 목표를 향하여 달려갈 뿐이다. 달려가다 보면 지치고 힘들 때가 있고 포기하고 편히 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쉬면 몸은 편할지 모르지만 내가 목표했던 지점에는 도달할 수 없다. 된다는 보장은 없더라도 계속하면 될지도 모르는 가능성은 남아 있는데 포기하면 그 가능성마저 사라져 버리게 된다. 

누이는 그 뒤로 네 번째 고시에도 떨어지고 다섯 번째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변호사가 되었으며 현재는 성공한 변호사로 지역사회 활동도 활발히 하며 자신의 삶을 펼쳐나가고 있다.

국제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이 대히트를 친 후에 방송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강남스타일'이 대히트를 친 것은 운이 아니었냐고 하는 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싸이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운이란 노력이 기회를 만난 것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역으로 생각하면 아무리 노력을 하여도 기회를 만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지만 노력을 하지 않으면 성공할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 현실에서 이것은 희망고문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노력을 하여도 자신이 원하는 성공을 이루지 못할 확률이 높고 결국은 이루지 못하였다 하여도 자신이 한 노력은 결코 헛 된 것이 아니다. 그 노력 가운데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또 다른 성격의 성과를 거두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쇼핑몰에는 현재 약 7만여 가지의 상품이 올라가 있다. 처음 쇼핑몰을 오픈하였을 때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상품이 하나도 올라가 있지 않았다. 나는 기존 사업을 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하나씩 상품을 올려 나갔다. 내가 당시에 읽은 '롱테일 법칙'을 몸소 실천해 나가는 작업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올리던 상품의 수가 3000개에 도달하니까 이제 더 이상 시간이 없어서 상품을 올리지 못하였다. 주문 들어오는 것을 포장해서 발송하기 바빠서 더 이상 상품을 올릴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현재까지 7만여 가지의 상품을 올릴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기로 하겠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면 노력이 기회를 만나 대성공을 거둘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성격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본 기사는 사례뉴스 안선영 필진기자가 쓴 컬럼입니다. 안선영 필진기자는 (주)에스엠월드써미트 대표로 25여 년간 '대한민국 재활케어 대표쇼핑몰'을 경영하고 있으며, 환갑을 1년여 앞두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하여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브런치스토리에 필명 '라트'로 활동하며 에세이, 소설, 시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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