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고객을 상대할 때 고려해야 할 전략과 전술
전략과 전술에 우열은 없으나 우선순위는 있어
복합판매(Complex Sales)에서 말하는 전략 영업의 의미

필자의 영업 초보 시절의 이야기다. 당시 필자의 사수였던 한 선배는 금융권의 고객사 A를 오랫동안 담당해오고 있었다. 해당 고객사의 몇몇 임원들과의 친분을 늘 과시했던 선배는 그 임원들과 자주 술자리도 갖고 종종 골프도 치곤했다. 그랬기에 당시 진행하던 수주 프로젝트도 무난하게 따내리라 자신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해당 수주건은 다른 경쟁사에게로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왜 이러한 일이 벌어졌을까? 당시로선 그 선배의 영업 방식에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없어 보였다. 다만 예기치 못했던 경쟁사의 역공에 당하고 만 것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고객사 A에서 구매하려던 해당 수주건의 최종 승인권자는 얼마 전 타 회사로부터 스카우트된 알려지지 않은 임원이었으며 견적 내역 역시 우리가 최초로 제안한 그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하고 규모도 컸다. 경쟁사는 최초 고객의 요구사항에 대해 오더 테이킹(주문내역 그대로 납품하는 방식) 방식이 아닌 전방위적인 면밀한 조사와 진단을 통해 소위 컨설팅 방식으로 고객을 설득, 최종적으로 수주의 퀄러티와 규모를 높여 해당 프로젝트를 따낸 것이었다. 참고로 해당 경쟁사는 외국계 글로벌 기업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이후 회사는 B2B 사업을 본격적으로 드라이브한다. 먼저 사람부터 교체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선진 글로벌 기업들의 영업리더들을 대거 스카우트했는데 아침에 출근을 하면 일주일이 멀다 하고 필자가 모셨던 상사나 임원진들이 그들로 대체되었다. 그분들은 처음부터 전략적 판매를 강조했다. 제품 중심이 아닌 고객사 내부에 깊숙이 침투해 들어가야 함을 주문했고 이를 통해 고객의 이슈와 불편 요소를 찾아내 하나의 단품 영업이 아닌 시스템 중심의 솔루션 영업을 할 것을 강조했다. 당시의 우리들은 처음 들어본 영업방식에 어리둥절하기도 했지만 이내 학습과 실전 적용을 통해 차츰차츰 적응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위의 사례를 정리하면 당시 필자의 사수는 고객을 대상으로 전술 영업에서는 탁월했으나 전략 영업에서 부족함을 드러냈다고 말할 수 있다. 소위 복합판매(Complex Sales)로 개념화된 정통 기업 간 거래에서(흔히, B2B 영업이라 불린다) 전략 영업의 개념은 고도화된 전문가 영업, 전략적 판매 역량을 필요로 하며 그 목적은 영업대표로 하여금 적절한 때(right time)에 적절한 사람(right people)과 적절한 장소(right place)에서 만나게 하여 적절한 전술적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에 있다. 쉽게 말해 전략은 나무가 아닌 숲 전체를 보게 함으로서 영업활동의 리소스(투여 자본)는 줄이고 고객의 기대치는 끌어올리는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오해는 말아야 한다. 전략과 전술에 우열은 없으며 다만 전술 기법은 적절한 전략이 선행되었을 때에만 그 효력이 배가가 됨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니까 현장에서 이것은 명백히 우선순위의 문제다. 참고로 전략과 전술이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어에서 파생되었다. 그리스어로 '탁티코스tatikos(전술)'는 배열이나 기동의 훈련을 의미하며, 주로 전투에서 병력을 이동하는 기술로 언급되었다. 반면 '스트라테고스 strategos(전략)'는 장군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원래 전략이란 장군의 병법 또는 전투를 하기 전 군대를 배치하는 기술이자 전쟁에서 승리하는 설계도의 개념이었다. 전장에서는 단기적이고 부분적인 전투에서는 이기면서도 전쟁의 큰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정작 이겨야 할 큰 전투에서는 참패를 맞아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우리가 하는 복합판매(Complex Sales)에서도 이 원리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본 기사는  사례뉴스 필진기자  프론티어비즈 박주민 대표가 쓴 칼럼입니다.  프론티어비즈 박주민 대표는 대한민국 기업영업의 전문화를 위해 글을 쓰고 강의하는 기업영업교육전문가입니다.  저서로는 [전략적 판매의 고수가 된 박태출] [B2B '찐'영업으로 승부하라] [상위 1% 세일즈 리더들의 특급 노하우 : 프로미스] [자영업뎐]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