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주의와 페로니즘

마라도나와 메시의 나라,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우승을 3번이나 한 축구 강국이지만 경제 상황은 엉망이다. 수도인 우에노스 아이레스 식료품점에서 파는 생필품은 매일 가격이 상승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높다.

미국, 한국, 영국 등 경제 선진국은 10%대의 인플레이션에 놀라며 초긴장을 했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은 120% 수준이다. 아르헨티나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기록하는 국가는 베네수엘라와 레바논뿐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자국 화폐인 페소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많은 아르헨티나 사람은 달러를 집에 보관한다. 공식 환율로 한 달에 200달러까지 합법적으로 달러를 구입할 수 있지만 달러에 대한 수요는 그보다 높다. 

많은 곳에서 달러 암거래는 성행하며 암거래 시장에서 달러는 공식 환율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남미에서 브라질, 멕시코 다음으로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아르헨티나에서 급성장하는 달러 암시장의 존재는 아르헨티나 경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아르헨티나의 경제와 정치는 개판이었고 현재 대부분의 국민은 생활고에 시달려 좌절하고 있다. 지난 8월, 2석을 차지한 소수 정당 대표가 예비 대선에서 1위를 차지한 사건은 정권 교체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보여준다.

아르헨티나의 유력 대선주자인 하비에르 밀레이는 아르헨티나 페소화 폐지, 미국 달러화를 국가 통화로 채택, 인체 장기와 유아 거래 허용 등 급진적인 공약을 발표했다. 

아르헨티나 경제가 망조가 든 원인은 수십 년 동안 잘못된 경제 정책을 집행했기 때문이다. 믿기 어렵지만 1980년, 아르헨티나인의 1인당 국민소득은 한국인의 5배 수준이었다. 

부유했던 아르헨티나의 경제 쇠퇴 원인으로 세계화를 역행한 고립주의와 복지 포퓰리즘을 꼽을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복지 포퓰리즘은 페론주의라고도 불린다. 페론주의는 후안 페론과 에바 페론 부부가 추진한 정책과 그 이념을 의미한다.

페론주의는 노동자에게 표를 얻기 위해 지속적 임금 인상을 도입했고 엄청난 비용이 드는 복지 제도를 만들었다. 또한, 글로벌 경쟁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경제적 고립주의를 채택했다. 외국 자본을 배제하고 철도, 통신, 가스 등의 산업을 국유화 시켰다. 후안 페론은 50년 전 대통령이지만 아르헨티나 경제와 정치는 여전히 페론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년 동안 16년을 페론주의자들이 집권하여 정치와 경제를 좌지우지했다. 

​페론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아르헨티나를 세계와 단절시켰다는 점이다. 시간이 갈수록 아르헨티나의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졌고 이에 따라 수출이 줄어들어 국가의 부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는 복지 프로그램 운영과 가격 보조금 등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정부 지출을 했다.

전기 보조금을 살펴보면 아르헨티나 정부가 얼마나 많은 돈을 보조금으로 사용하는지 알 수 있다. 유럽인의 1달 기준 전기 요금은 5만 원 수준이며, 한국인은 1.5만 원 수준이다. 시장형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손해를 보면서 낮은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전기세는 유럽인보다 낮다.

아르헨티나인은 한국인보다 3배 낮은 전기세를 부담한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GDP의 2%에 해당하는 금원을 보조금으로 지출한다. 

​한국인 10명 중 1명이 공공 부분에서 일하는 반면 아르헨티나인은 3명 중 1명이 공공 부분에서 일한다. 정부는 거대한 규모의 인력에게 급여와 연금을 지출해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13년 동안 재정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세금으로 들어오는 수입보다 지출이 13년 연속으로 크기 때문에 정부 부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이나 가계와 같으면 벌써 파산했지만 정부는 국채 발행과 중앙은행을 통한 화폐 발행을 통해 버티고 있다.

그러나, 한계는 명확해 보인다. 중앙은행이 페소를 찍어낼수록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은 더 높아지게 된다. 또한, 갈수록 심해지는 아르헨티나 정부 부채로 인해 투자자는 아르헨티나 국채를 기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르헨티나가 손을 벌릴만한 곳은 IMF뿐이다. 전 세계에서 IMF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빌린 국가는 아르헨티나이다. IMF 부채에 있어서 아르헨티나 존재는 독보적이다.

문제는 IMF의 대출금은 달러로 상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환해야 할 달러를 모으기 위해 아르헨티나 정부는 수출에 대한 과도한 세금을 매기고 있다. 아르헨티나 농부가 대두를 수출할 때 정부가 부과하는 수출세는 33%이다. 유치산업보호론에 따르면, 국가는 어린아이와 마찬가지인 유치산업을 외국산업과 경쟁할 수 있을 때까지 일시적으로 보호하고 수출할 수 있도록 도와줘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한국, 중국 등이 성공적으로 추진한 산업 정책과 반대의 산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페론주의자들이 달콤한 복지 포퓰리즘으로 선거를 이겼지만 국가 경제는 계속해서 망가지고 있다. 복지 포퓰리즘은 늘어나는 부채와 감당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을 남겼다. 

피, 땀, 눈물 없이 얻을 수 있는 공짜 점심은 없다. 유일한 방법은 모두가 고통을 감내하고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에서 "단기적으로 고통스럽더라도 부채를 줄여야지 경제를 살릴 수 있다"라는 주장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까?

국민은 엉망이 된 경제와 정치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정치인은 선거에서 이길 방법만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경제 문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가난한 국가가 부자 국가가 되는 것은 기적이다. 대한민국은 최빈국에서 경제 선진국으로 진화한 역사 상 몇 안 되는 기적을 만든 국가다. 부자 국가가 가난한 국가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피, 땀, 눈물 없이 과실만 따먹을 수 있다는 복지 포퓰리즘은 국가를 좀 먹을 수 있다. 

*본 기사는  사례뉴스 부국증권 유세종 필진기자가 쓴 칼럼입니다. 유세종 필진기자는 경제, 재무, 부동산에 대한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 13년 차 직장인입니다. '배우고, 가르치고, 기여하라.'는 인생 미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겪는 경험과 일상에서 마주하는 질문을 더 넓은 사회 문제와 연결 지어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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