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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인 경영자들에게 이미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OKR에 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OKR에는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분기점이 있다.

현명한 경영자는 OKR 얼리어댑터의 사례에서 교훈을 찾고, 우리 기업에 적용한다. OKR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사례에서 성공의 원리를 찾아야 한다.

◆ 시장과 현장에서의 OKR

한국경제신문이 2018년 『구글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 OKR』을 번역 출간한 이후 서로 다른 4권의 책이 OKR을 제목에 담은 4권의 책이 독자를 만나고 있다. 가인지컨설팅그룹이 출간한 『OKR 파워』는 출간 두 달 만에 4쇄를 찍었다.

중앙경제는 2020년 4월부터 5개월 연속으로 OKR을 『월간 HR insight』의 핵심 주제로 다뤘다. 변화와 혁신에 민감한 경영자와 핵심 실무자들 사이에서 OKR은 이미 뜨거운 이슈다.

시장에서는 어떤가? 대기업 중에서는 한화금융그룹과 NH투자증권이 OKR의 효과를 톡톡히 경험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9년 “전사 차원의 디지털전환 가속화로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쟁력 확보할 것”을 천명했다.

그해 8월,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전무가 최고 디지털 전략 책임자로 임명됐다. 김동원 전무는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학사학위를 받았고, OKR 도입이 선도적으로 이뤄진 미국의 경영계를 보고 돌아온 바 있다.

카카오 등의 ICT 기업의 금융권 진출로 불안을 느끼던 한화금융그룹은 김동원 전무의 지휘 아래 대대적인 조직 혁신에 뛰어든다. 한화투자증권의 애자일 혁신실 등 OKR 운영 전담조직 및 OKR 코치 양성이 시작됐다.

2020년 6월에는 한화생명의 기존 13개 사업부 50개 팀을 15개 사업부 65개 팀으로 변경했다. 점진적으로 조직단위별 OKR이 수립됐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OKR을 도입한 이후 목표관리 일정이 단축되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OKR 도입 첫 해인 2020년 한화생명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72% 증가한 1,969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 대표이사 겸 사장으로 선임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아이패드를 시리즈별로 보유한 경영계의 대표적인 얼리어댑터로 꼽힌다.

부임 첫해에 정영채 사장은 고객가치 창출과정의 ‘과정가치’를 중시하는 활동성 중심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등 꾸준히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해왔다.

KPI 중심의 업무관리 체계가 고객가치에 관한 민첩함을 약화시킨다고 판단한 정영채 사장은 영업사원의 KPI에서 수익지표를 배제하는 등 본질지향적 도전을 시작한다.

정영채 사장은 2020년 2월에 WM(자산관리)부서를 시작으로 NH투자증권에 OKR을 도입했다. 그가 설정한 OKR의 핵심 목표는 거래를 일으키는 브로커에서 고객과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어드바이저로 전사적인 조직문화와 관점을 전환하는 것이었다.

그해 NH투자증권은 WM부서를 비롯한 전 부서의 고른 활약 속에 사상 첫 순이익 5,000억 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한다.

NH투자증권의 관계자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될까?’하던 직원들도 점점 OKR에 관해 확신을 갖게 됐고, 조직 내로 퍼져가고 있다”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대기업의 성공사례와 경영계의 뜨거운 관심에 중견/중소기업도 적극적으로 OKR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300여 개 이상의 중견/중소기업 컨설팅 네트워크를 가진 가인지컨설팅그룹은 꾸준한 시장 반응에 힘입어 OKR을 주제로 지난해 12월 경영전략 컨퍼런스, 올해 2월 『OKR 파워』 출간, 3월 경영자 세미나 등의 활동을 연달아 이어가고 있다.

가인지컨설팅그룹의 관계자는 “보낼 컨설턴트가 없을 정도로 대기업, 중견, 중소기업의 OKR 강의, 코칭, 컨설팅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뜨거운 시장의 반응에 가인지컨설팅그룹은 2021년 5월에 애자일/OKR 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연사진이 화려하다. 구글코리아 HR 총괄 민혜경 상무,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부문장 유현경 상무, 베러웍스 OKR 전문코치 브라운 등이 컨퍼런스를 통해 국내의 경영자, 실무자를 만나게 된다.

가인지컨설팅그룹 측 관계자는 "OKR 관련 시장 동향을 고려할 때 이번 컨퍼런스에 8천 만 원을 투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OKR은 이미 대기업 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의 경영자 및 핵심 실무자들이 적극 검토하는 주제가 된 것이다.

◆ OKR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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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금융그룹과 NH투자증권 등 대기업이 성과를 경험하고, 경영계에서 뜨거운 주제가 된 OKR은 무엇일까? 모든 것을 자르고 잘라서 단적으로 말한다면, OKR은 3개월 단위의 성과관리 방법이다.

질적이며 도전적 목표인 O와 로직모델의 outcome 속성의 3개의 달성지표 KR을 설정한다. 시간과 시장의 변화에 맞게 달성전략(이니셔티브)를 수립한다.

현장에서 OKR을 보다 잘 적용하려면, OKR의 철학과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면 좋다.

OKR을 다루는 컨설턴트들은 연원을 짧게 잡으면 존 도어와 구글의 OKR에서 시작한다. 이 경우에는 OKR을 성과내는 제도와 도구로 설명하는 경향이 많다. 조금 더 길게 잡으면 1968년 앤디 그로브의 인텔의 i-MBO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문화와 철학에 맞춰 설명하는 경우에는 1950년대의 피터 드러커의 MBO와 테일러리즘의 충돌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람마다 OKR을 보는 관점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린스타트업의 철학에서 OKR을 보고 현장에서의 즉시성과 적용의 간결성을 강조하는 컨설턴트들은 존 도어와 구글에서 시작해서 OKR을 제도와 도구로 이해하고 설명한다.

현장에서 원하는 것은 즉각적인 성과이지, 철학적인 사유는 그다음이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어차피 OKR은 각 기업의 조직문화가 반영되어 변증법적 변화를 거치기 때문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반면, OKR을 하나의 문화체계로 바라보는 OKR 컨설턴트들은 1950년대의 피터 드러커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들이 하는 얘기는 ‘OKR은 조직문화가 담기는 그릇’이라는 것이다. OKR은 양식일 뿐이며, 본질은 OKR이 구현되도록 만드는 이면의 조직문화, 인간관, 경영자의 철학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OKR의 문화와 철학을 이해하지 않으면 OKR의 성과를 경험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관점이다.

양자의 주장에는 각각 일장일단이 있다. OKR을 제도와 도구로 볼 때는 간결성, 명료성, 즉시성이 있다. OKR을 문화와 철학으로 볼 때는 통찰, 사유, 본질이 담긴다. 나는 OKR을 정치, 사회, 경제, 기술 변화의 하부구조에서 만들어진 상부구조로 이해한다.

OKR은 제도와 도구가 맞다. 그러나 그 하부구조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OKR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고, 응용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현장에서 말할 때 나는 1950년대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 테일러리즘과 피터 드러커

1950년대는 막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시점이며, 미-소를 축으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대립하고 있었다. 흑인민권운동으로 미국은 뜨거웠고, 전통적인 질서에 관한 분규, 이탈,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시대였다.

1960년대로 넘어가면 세계적으로 68혁명이 일어난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미국 민권법은 1964년에 제정된다.

미국에서 성인 남성에 관한 보통선거권은 1965년이 되어야 보장되기 시작한다. 1950년대는 매우 부글거리던 시기였다. 경영계도 예외는 아니다.

1950년대 이전까지는 프레데릭 테일러가 주창한 테일러리즘이 경영의 주요 패러다임이었다. 테일러리즘의 두 축은 시간연구와 동작연구이다. 근로자를 주체적 정신과 자기결정권을 가진 존재로 이해하지 않았다.

행동과 작업을 시간과 동작 단위로 분할하고 작업 효율성을 최대화하는 시간과 동작을 설정했다. 그리고 그것을 준행하도록 근로자에게 요구했다.

프레데릭 테일러가 시간과 동작연구를 한 본질적 이유는 극심한 노사분규의 상황에서 경영자와 근로자 사이에서 합리적인 임금 기준을 찾고자 한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경영자들은 테일러 연구의 본질은 빼버리고, 시간과 동작연구에 ‘과학적 관리기법’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경영 현장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찰리 채플린이 주연한 “모던 타임즈”에서 기계의 부품이 되어 나사를 조이는 주인공 모습이 당시 근로자들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1950년대까지는 소위 테일러리즘 방식의 경영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첫째는 세계 2차 대전의 전시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둘째는 근로자의 인권에 관한 사회적 통념이 현대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셋째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정보의 격차가 컸기 때문이다.

넷째는 소품종 대량생산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풀어서 얘기하면, 시대적인 이슈가 아니었고, 소수 경영자의 통찰만으로 기업을 경영해도 기업의 성장이 이뤄지는 시기였다. 그 시대에서 중요했던 경영 목표는 창의성, 다양성이 아니었다.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물건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느냐가 경영의 주된 목표였다.

점점 시대가 변하기 시작한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의 새로운 장을 연 인물로 평가된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독일 함부르크에서 대학을 졸업한 피터 드러커는 나치의 발흥과 성장을 현장에서 목격한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경험한 사람이다. 그는 기업을 경영자의 수익 발생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민주주의 체제의 중요한 근간이자 보루로 이해했다.

그는 경영을 경영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라기보다, 사회적 질서와 인류 보편적 가치를 떠받치는 토대로 이해한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MBO 방식을 주창한다. MBO는 Management By Object의 머릿글자를 따서 만든 표현이다. MBO의 요점은 경영자가 독자적으로 회사의 모든 것을 결정하고, 근로자의 시간과 동작까지 규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경영자는 목표를 설정하되, 그것을 어떻게 달성할지는 근로자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역량에 맡기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피터 드러커는 ‘지식근로자’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 육체적인 노동을 하는 도구로서의 노동자라기 보다, 지적 역량과 사고를 가진 지식근로자로 근로자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 MBO가 OKR로 오기까지

시대적인 흐름과 더불어 근로자의 행동과 시간을 규정하는 테일러리즘은 MBO 방식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피터 드러커의 MBO에 영감을 받은 인텔의 앤디 그로브는 i-MBO라고 이름 붙이고 경영에 MBO를 적용한다. 이때가 1968년이었다.

이 시기는 인간에 관한 관점이 매우 극심하게 변화하던 시기다. 앞서 살펴본 미국 민권법을 통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인권에 관한 법적 보장과, 미국 남성의 보통선거권이 법적으로 보장된 시점이다. 시대는 테일러리즘에서 MBO로 변화하고 있었다.

피터 드러커가 주창한 MBO의 철학에서 KPI와 OKR이 시작되었다. KPI에서 경영자는 경영의 방향을 정한다. 기업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KPI는 상명하달식이 아니라 경영자와 근로자 사이의 합의로 정해진다.

과거 근로자의 업무와 행동에 시간과 동작을 규정하고 투입 대비 산출물을 확인하는 과정중심적 업무 방식에서 핵심성과지표를 관리하는 결과중심적 업무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결과를 만듦에 있어서 어떤 방법을 취할지는 수행하는 근로자가 일정한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MBO에서 우리가 말하는 OKR로 오기까지 경영 패러다임의 헤게모니는 KPI에 있었다. 경영계에서 OKR이 이슈가 된 것은 1998년 창립된 구글의 성공신화 이후이다.

1968년에서 1998년 사이의 정치, 사회, 기술적 변화를 고려할 때 OKR이 아닌 KPI가 보다 적합했다. 정치적으로는 냉전으로 인한 긴장이 유지되고 있었다. 사회적으로는 자율과 창의보다는 효율과 경쟁이 주요한 가치였다.

당시 미국은 일본의 경제 재건과 부상으로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의 지위 유지에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엔화 절상이 결정된 플라자 합의의 체결은 1985년이었다.

고객들은 여전히 라디오나 TV 방송, 일간지 또는 팸플릿 카달로그를 통해서 상품과 생산자에 관한 정보를 얻고 있었다. 시장에서의 경쟁은 커졌지만,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정보권력은 여전히 판매자가 압도적으로 강했다.

그러나 1990년대가 되면서 세상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정치, 사회적 긴장상태가 크게 해소되었다. 자유무역, 자유시장이 이슈화되면서 미국 기업의 시장은 전 세계로 역동적으로 확산된다.

플라자 합의 이후 주요한 경쟁국이었던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에 들어섰다. 세계의 자유무역을 주도하는 WTO는 1995년 설립된다. 1993년부터 2001년까지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기간에 미국은 역사상 최대의 호황을 맞이한다.

지구촌, 다국적기업이라는 표현이 일상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다. 자율, 창의, 도전, 역동이 사회적 가치로 등장한다.

OKR로의 전환을 촉진한 것은 정보혁명이다. 월드와이드웹(www)이 상용화 된 것은 1990년이다. 이후 정보기술은 빠르게 발전했고, 정보산업은 모든 산업군을 아우를 정도의 규모로 넓어졌다. 생산자와 구매자 사이의 정보권력은 수 천 년 만에 처음으로 구매자에게 넘어갔다.

구매자는 인터넷이나 핸드폰으로 상품의 가격, 품질, 생산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비교할 수 있게 됐다. 테일러리즘 시대의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에서, KPI의 다품종 대량생산을 지나 지독하게 고객가치에 집중된 다품종 맞춤형 생산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구글의 OKR 적용과 성공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는 표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시대적으로 자율, 창의, 역동, 도전이 주요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시장은 세계로 넓어졌다. 세계 모든 곳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서, 기업은 필요한 역량과 기술만 갖추면 된다.

정보권력은 생산자에서 구매자로 넘어갔다. 기술과 트렌드는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급격하게 변화한다. 더이상 경영자와 소수 엘리트 그룹의 지적 탁월성으로 경쟁 승리를 보장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전환에서 OKR이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주목받는 것이다. OKR은 독일군의 임무형 전술체계와 유사하다. 고객 접점의 일선에서 기업의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실무자가 직접 결정하고, 판단하라는 것이 OKR이다.

각 부서의 실무자는 자신이 맡은 업무에서 스스로 경영자가 된다. 자신이 고객가치 창출에 있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권한을 받은 것이다.

테일러리즘 방식에서는 경영자가 목표와 달성 방식을 정했다. KPI 방식에서는 경영자가 목표와 지표를 정하고 관리했다. OKR에서는 경영자가 목표를 정하고, 실무자가 하위 목표와 여기에 해당하는 지표 및 달성 방식을 정한다. 이제는 고객의 접점에서 전투의 승부가 갈라지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 OKR 도입은 절대적인가?

그렇다면 OKR이 절대적인가? 모든 기업은 OKR을 도입해야 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OKR의 철학과 OKR이 방증하는 시대적 변화는 부정하기 어렵다.

이것을 유념해야 하지만 모든 기업이 OKR로 전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현장에서 컨설팅을 한 현장 경험에 근거할 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전체적인 시대적 흐름은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강에도 유속이 빠른 곳이 있고, 느린 곳이 있다. 산업군과 기업의 규모, 경영자의 방향에 따라 OKR로의 전환이 즉각적으로 요구되는 기업이 있고, 오히려 KPI 방식이 적합한 기업도 있다. 심지어는 테일러리즘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기업 경영에 있어서 적합한 경우도 있다.

내가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일할 때 살펴본 몇몇 기업에서는 테일러리즘 방식이 기업 존속에 적합했다. 아직 사회적 상황과 직원들의 역량 수준이 미국이나 우리나라 수준으로 올라오지 못한 것이다. 자율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리고 성과에는 역량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일부 기업도 마찬가지다. 구성원의 책임감과 역량이 크지 않은 기업에서는 OKR을 도입하면 되던 일도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구성원의 책임감과 역량 수준을 검토해야 한다.

KPI 방식이 맞는 기업도 있다. 경영자가 기업의 유지에 관심이 큰 경우가 그렇다.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이미 확보했고, 시장의 변화가 크지 않은 기업이 있다. 대개 B2C 기업보다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B2B 기업에 그런 경우가 많다.

속한 산업군의 시장 역동성이 크지 않고, 기술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기업의 경영자는 OKR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다. 각자의 선택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B2C 기업의 경우에는 시장이 역동적으로 변화한다. 디지털 채널에 의존도가 높을수록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시장 진입장벽이 낮은 산업군에 속해있다면 경쟁자의 동향을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

세계시장 진출이나, 사업모델의 전환을 염두에 둔다면 더욱 창의적, 도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주력 상품의 시장수명이 감소곡선 상에 있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런 기업의 경영자는 OKR 철학을 이해하고 OKR을 도입하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 OKR의 실패를 피하자

현장 컨설팅을 한 경험에 근거할 때 OKR의 성패를 가르는 절대적인 분수령은 경영자의 관점, 태도 그리고 의지이다. OKR은 시대적 흐름을 전제한다.

근로자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테일러리즘에서 OKR로 경영 패러다임이 전환해왔다. 그러나 오늘을 살면서 여전히 테일러리즘 시대의 관점으로 근로자를 바라보는 경영자들도 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직원들은 그저 돈 주니까 일하는 사람들이에요’, ‘돈 받았으니 일 해야죠’, ‘시키는 일이나 제대로 하면 좋겠어요’, ‘내가 보지 않으면 직원들은 놀아요’. 직원들의 사명감, 역량 등을 신뢰하지 않는다. 모든 것 하나, 하나 관리하고 확인하고, 자신의 주도권과 통제 아래 놓고 싶어한다. 내가 경험한 모 회사의 대표는 회사 차량의 블랙박스 녹화본을 보면서 직원들이 딴 곳으로 새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그들에게는 나름의 이유와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런 기업에는 OKR이 작동하기 매우 어렵다.

조직 내의 심리적 안전감이 두터운 기업은 OKR에 성공한다. 조직의 심리적 안전감은 경영자가 어떻게 중간 관리자와 직원들을 대하냐에 달려있다.

직원에게 감사하는 경영자가 있는 조직은 심리적 안전감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 경영자는 직원들을 칭찬하고, 그들의 수고와 노력을 인정한다.

직원들은 비난과 꾸지람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적다. 그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창의력과 역량을 발휘한다.

반대로 경영자가 칭찬과 인정에 인색하고, 직원들을 자주 꾸짖는 조직은 심리적 안전감이 얇다. 그런 기업에서 OKR을 도입한다고 직원들에게 자율권을 주면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거 하면 사장님한테 혼날 것 같아요’, ‘대표님이 좋아하실까요?’, ‘그냥 하던 일이나 하는게 편해요’, ‘괜히 뭐 했다가 본전도 못 찾아요’ 경영자는 ‘OKR을 도입했는데 왜 직원들이 이 모양이냐’고 말한다. 그러나 그 원인은 경영자 자신에게 있다. OKR은 방법일 뿐 아니라, 조직문화가 담기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조직의 평가시스템도 OKR에 영향을 미친다.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고르는 평가 문항으로 얼마 전 크게 이슈가 됐던 K사는 OKR 도입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역동적, 애자일한 조직을 강조했지만 정작 직원 간의 경쟁과 상대평가가 조직의 역동성을 옥죄고 있었던 것이다.

조직의 평가시스템은 결국 경영자가 직원들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지를 반영하기 때문에, 이 역시도 실패한 근본적인 원인은 경영자의 태도와 관점에 있다.

OKR의 실패를 피하기 위해서는 경영자 자신이 직원과 사업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뼈아픈 얘기지만, 가인지컨설팅그룹 김경민 대표의 말처럼 “경영자의 실력이 곧 조직의 실력이다.” 자신을 점검하기 위한 몇 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1. 직원들이 당신과 함께 일함에 감사하십니까?

2. 직원들이 당신에게 개인적인 고민을 상담합니까?

3. 실패에서도 긍정적인 점을 발견하십니까?

4. 관리자급 미팅을 1시간 한다면, 팀장들이 40분 이상 얘기합니까?

5. 당신이 직원들에게 존경받고 있다고 느끼십니까?

6. 어제 하루 동안 직원들을 3명 이상 직접 칭찬했습니까?

7. 지금 일하는 직원들과 앞으로도 일하고 싶으십니까?

◆ OKR을 성공하는 방법

OKR을 성공하는 첫 번째 길은 경영자의 의지다. 여기에서 말하는 경영자의 의지는 적절한 사람을 세우고, 조직을 개편하고, 자원을 투자하는 것이다.

한화금융그룹이 좋은 사례다. 김승연 회장은 35살의 김동원 전무를 최고 디지털 전략 책임자로 임명했다. 물론 자신의 차남이기도 했지만, 역량과 비전을 가진 사람에게 필요한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35살의 김동원 전무는 한화금융그룹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개편했다. 13개 사업부를 15개로 늘리고, 조정된 65개 팀의 대부분을 디지털 전환의 접점에 배치했다. 여기에 OKR을 덧입히며 새로운 혁신의 동력으로 삼았다.

이어 김동원 전무는 애자일 혁신실을 만드는 투자를 감행했다. 애자일 혁신실은 비매출 부서다. 여기에 들어가는 인건비를 비롯한 고정비와 활동에 소요되는 가변비는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김동원 전무는 OKR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투자를 감행했고, 이는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대부분의 사람은 루틴한 업무를 찾게 되어있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것에는 불확실성이 있고, 추가적인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변화의 필요를 느끼더라도 정작 OKR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라고 하면, 조직 내에서는 거부반응이 나올 수 있다. 첫 거부반응을 극복하고, 성과를 보여줘야 OKR이 조직에 정착된다.

그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 김동원 전무가 보여준 것 같은 경영자의 의지이며, 변화와 혁신을 위한 투자이다. OKR을 적용하고자 한다면, 조직구조 개편도 불사할 정도로 확실한 투자와 의지를 가지면 된다. 그래야 직원들이 믿고 따라온다.

두 번째 비법은 NH투자증권의 정영채 사장이 보여줬다. 철저하게 고객가치 중심으로 조직을 밀어가야 한다. 관리를 위한 관리, 업무를 위한 업무가 배제되어야 한다. 업무를 위한 업무는 내가 지금 무엇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업무를 뜻한다. 일선 직원이 체감하는 업무의 목적과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다.

정영채 사장은 영업직원의 KPI에서 수익지표를 빼버릴 만큼 강력하게 조직을 고객가치 중심으로 몰아붙였다. 지금 내가 하는 생산 프로세스 상의 일이 최종 고객가치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직원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찾게 만든 것이다.

고객가치 중심으로 업무를 진행하면, 직원들은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알게된다. 시키니까 하는 일이 아니라, 무엇 때문에 하는지 알기 때문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해진다. OKR의 도전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OKR의 성공을 원한다면, 직원들이 지금 자신이 맡은 업무 프로세스가 최종 고객가치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고민하고, 깨닫게 만들면 된다. 이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다.

 세 번째 방법은 직원들의 역량이다. 인재의 역량을 크게 묶으면 수행, 관리, 기획, 창조 단계로 구분된다. 역량 수준이 수행 단계에 있는 신입사원 급의 직원에게 OKR을 하라고 하면 버거워한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을 소화하지 못했는데, 새로운 것을 창조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각 직원들이 또는 팀의 핵심 인재가 기획 역량 이상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OKR을 기획하고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성장해야 성과가 만들어진다. 직원들의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면 직원들의 역량 강화와 성장을 위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직원 교육에 관심이 없이 바로 성과만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오늘 씨앗을 심어놓고, 내일 사과 맺히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어떤 현장에서는 음악 전공한 직원을 재무팀 팀장으로 앉혀놓고, ‘왜 OKR 도입했는데 성과가 나오지 않느냐?’라고 말하는 경영자도 있었다. 그가 OKR을 통해 성과를 내려면, 일단 재무에 관한 역량을 갖추도록 투자하고 기다리는 시간을 먼저 갖기를 적극 권장한다.

 OKR 성공하기 위해서는 3가지를 검토하자.

첫째. OKR을 도입하고 조직에 적용하기 위해 투자할 의지가 있습니까?

둘째. 직원들이 고객가치에 관심을 갖도록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습니까?

셋째. 직원 또는 팀에 기획역량 이상을 갖춘 인재가 적절히 배치되어 있습니까?

이와 관련해 기업 역량 강화를 위해 쉽게 적용할 수 있는 9가지 방법을 공유한다.

가치경영

1.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의 철학을 정립하고, 경영의 방향성을 확고히 하라.

= (기업가 정신과 철학)

2. 고객과 기업이 창출하는 고객가치를 명료화하고 모든 직원들과 관점을 공유하라.

= 각자가 일하는 의미를 알아야 임무형 전술체계가 작동한다. (비전하우스)

3. 자신의 생각과 핵심가치를 직원들과 ‘간결 명료하게’ 꾸준히 소통해야 한다.

= 직원들이 경영자의 생각을 이해하는 만큼 회사는 빨라진다. (경영자의 소통채널)

인재경영

4. 기업의 역량은 항상 채용에서 시작한다. 마케팅 관점을 채용에 적용하라.

= 인재를 모으고 유능한 인재를 판별하라. (의미채용 & 인재진단표)

5. 평가는 사람을 움츠러들게 한다. 피드백 시스템으로 전환하라.

= 당근과 채찍 관점을 촉진적 리더십 관점으로 교체하라. (코칭시스템 & 다면피드백)

6. 인재가 성장해야 회사가 성장한다.

= 인재는 탁월한 사람과 일할 때 가장 크게 성장한다. (튜터링 & 직무전문가 시스템)

지식경영

7. 성과를 내는 지식이 확산, 재생산되는 시스템을 만들어라.

= 암묵적인 지식을 형식화할수록 지적 자산은 확장된다 (지식토크 & 지식뱅크)

8.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문제를 해결하라.

= 사람을 바꾸는 것보다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더 빠르다. (디바이커 & CAC)

9. 자가피드백 역량은 인재의 성장과 OKR 성과 확대에 직결된다.

= 피드백만큼 역사적으로 검증된 자기성장 방법은 없다. (AAR & AAP)

한 번에 다 하려 하지 말고, 하나씩 적용하면 어렵지 않게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작은 기업과 큰 기업 모두에서 성과를 보인 검증된 방법들이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경영자의 꾸준함과 확고한 의지만 있으면 된다. 가인지컨설팅그룹을 비롯해서 실제 성과로 증명되는 컨설팅 회사의 협력을 받는 것도 좋다. 기업을 성장시키고 OKR을 통해 원하는 성과를 경험하기를 응원한다.

가인지컨설팅그룹 한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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