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시간에 관한 관점이야기 ①

온라인몰 또는 온라인 기반의 서비스 소개 페이지를 소유하고 있는 비즈니스 운영자라면 자신의 웹사이트에 방문하는 방문자의 행동에 대해 알고 싶어 할 것이다. 웹사이트에 방문한 방문자가 얼마나 머무르면서 몇 페이지를 소비하고 의미 있는 행동을 했는지 추적하고 알고 싶어 한다. 

1. 다양한 상황으로 쪼개어 해석
방문자가 머무른 시간을 체류 시간이라 한다. 체류시간이 길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다. 

체류시간이 길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다 (사진출처: 이미지투데이)
체류시간이 길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다 (사진출처: 이미지투데이)

1) 방문자가 계속 보고 싶어하는 정보와 콘텐츠가 있다. 

이 말은 방문자가 원하는 콘텐츠나 정보를 웹사이트 운영자가 적시에 계속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문자에게는 지적 정보일 수도 있고 호기심과 재미의 동기가 되는 콘텐츠나 상품이 될 수도 있다.

방문자가 웹사이트의 페이지를 읽는다는 개념에서 소비한다는 개념으로 변환하여 바라보면 방문자의 방문 목적을 웹사이트 운영자가 잘 알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방문자는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얻으며 머무르고 있는 웹사이트의 서비스와 상품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과 경험을 쌓게 된다.

2) 방문자가 무언 가를 찾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방문자가 웹사이트 내에서 비교해야 할 대상과 비교해야 할 정보가 많을 경우 체류 시간은 길어진다. 또한 방문자가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있을 줄로 알고 방문했지만 워낙 페이지 수가 많아서 쉽게 찾지 못하고 헤매는 경우 체류시간은 길어진다.

기능적으로 설치해야 할 플러그인 또는 실행 파일이 많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때의 체류시간은 길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웹사이트 방문자는 원하는 정보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부정적인 감정과 경험이 축적되기 마련이다.

(사진출처: 이미지투데이)
(사진출처: 이미지투데이)

3) 웹사이트 메인 배너 및 배너 클릭 시 이동하는 연결 페이지는 높은 체류시간을 차지할 것이다?

회사 내 마케팅팀에서는 보통 위의 가설과 같이 생각한다.

웹사이트 운영자는 주별 또는 월별로 방문자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소식과 중요한 이벤트를 웹사이트에서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배치하려고 한다.

보통은 웹사이트의 최상단에 있는 메뉴바 하단을 차지하는 메인 배너 자리에 배치한다. 웹사이트의 메인 배너는 주목도가 높은 위치이다.

(사진출처: 이미지투데이)
(사진출처: 이미지투데이)

클릭 동기를 유발하는 프로모션과 이벤트 내용이 주가 된다. 클릭 이후 열리는 이벤트 페이지는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을 만족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제안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웹사이트에는 하위 페이지로 이동하는 여러 상품 및 서비스가 담겨 있다. 체류시간은 이벤트 페이지 보다 하위 페이지인 상품 페이지가 더 높다. 이렇게 될 때 이벤트 페이지는 소비자의 구매 퍼널에서 연결의 역할만 수행하면서 이벤트 페이지에 머무른 소비자의 체류시간을 50%만 활용한다. 

체류시간에 대해 영리한 관점으로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오프라인 가게에 대한 사례를 통해 체류 시간에 대해 좀 더 알아보겠다. 

2. 목의 개념을 체류시간으로 바꿔 성공한 청과물 가게

2년 전에 내가 사는 동네에 젊은 청년들 몇 명이 함께 청과물 가게를 창업했다. 동네에는 전통시장이 있는데 이곳에 열 개 정도의 청과물 가게가 이미 오래전부터 영업 중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청과물 가게가 개점하는 건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만한 일이 아니었다.

시장과 가까워도 모자랄 판국에 오히려 시장 진입로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외진 곳에서 남들과 똑같은 상품을 가지고 개업한 터라 누구도 이 가게가 동네에서 가장 뜨는 가게가 될 줄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두 달 정도 지난 어느 날 아침부터 손님으로 가득 찬 가게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보통 일반적인 동네의 청과물 가게는 도매상이 아닌 이상 오전부터 분주하지 않은 편이다. 호기심이 생겨 며칠 동안 계속 지켜보다가 재미있는 인사이트를 얻게 됐다. 

(사진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사진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이른 오전에는 환갑이 훨씬 지났을 것 같은 어르신들이 가게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디에서 이 어르신들이 다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분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풍경이 다소 의아하다. 게다가 모두 양손에 구매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어제부터 구매를 벼르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구매 전환율(구매한 손님의 수 / 방문한 손님의 수)이 높을 수 있을까? 

해답은 뜻밖에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 바로 ‘줄 서는 곳’이었다.

이른 아침 동네에서 가장 먼저 사람들을 줄 세울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번뜩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병원이라면 고개를 끄덕이실 것이다. 나이 든 어르신들은 오전의 병원을 꽉 채우는 주인공이다. 이분들이 병원을 나와 바로 약국으로 들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처방전대로 약을 짓는 동안 별다른 할 일이 없는 환자들은 투명한 출입문 건너편에서 분주히 상품들을 정리하는 청과물 가게에 시선을 고정했다.

온통 시선은 청과물 가게를 향해 있고 조제가 되는 몇 분의 시간은 온전히 청과물 가게의 것이다. 고객의 체류시간을 온전히 가져갔기 때문에 아직 상품을 경험하지 않은 고객이라 할지라도 체류시간과 방문 빈도 때문에 긍정적 경험축적을 제법 한 셈이다.

(사진출처: 이미지투데이)
(사진출처: 이미지투데이)

먼저 체류시간을 얻었으니 다음으로는 구매동기가 전달되어야 할 것이다. 영리한 청과물 가게 직원들은 어르신들이 구매하는 소비 행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잘 샀다’는 경험을 하게 하기 위해서 상품 구성 전략을 달리 했는데 상자 단위나 kg단위의 상품으로 구성하되 대신 할인율도 크게 높였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쟁여 놓고 사용하는 고객의 행동을 이해하고 있어야만 가능한 구성이었다.

이름도 없는 청과물 가게의 오전은 이렇게 북적인다. 그리고 점심 이후 활동할 타겟을 위해 소분하기 시작한다. 가게 내의 계산대가 복잡하여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자 가게 곳곳에 계산할 수 있는 계산 통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오후가 되면 퇴근길에 방문하는 1인 고객으로 남은 과일과 야채를 모두 판매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남들이 한참 상품을 팔아야 하는 오후 5시 정도가 되면 가게 문을 닫고 정리한다. 재고를 더 쌓아 두고 남들과 똑같이 팔아도 되는데 일부러 일찍 문을 닫는다.

그리고는 마치 보란 듯이 열심히 가게 앞을 정리한다. 대략 1시간 동안 이 퍼포먼스는 계속된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또 한번 머무른다. 퇴근길의 진풍경이다. 왜 저렇게 일찍 닫을까 하는 생각은 이내 제품에 대한 큰 기대로 자연스럽게 인식된다.

“일찍 문을 닫는다는 건 오늘 입고된 모든 제품이 일찍 다 팔렸다는 뜻이고 다 팔렸다는 건 신선하고 맛있다는 뜻인데 다 팔렸으니 내일 입고되는 상품 역시 가장 신선한 것이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면 이 청과물 가게의 퍼포먼스 전략은 유효한 것이다. 

청과물 가게가 아무리 신선하다는 팻말을 크게 적어 표시해도 소비자의 머릿속에 형상화되기 어렵다. 그런데 남들보다 훨씬 일찍 아침을 시작하고 하루 판매할 할당량을 지키고 남들보다 훨씬 일찍 퇴근했을 뿐인데 소비자의 머릿속에는 ‘신선’이라는 단어가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이제 우리는 목(目)에 대한 관점을 달리해야 할 것 같다. 원래 목은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 눈에 잘 띄는 곳으로 정의했다. 눈에 잘 띄면 잘 팔릴 것이라는 명제가 전제되어 있다. 그러나 왕래하는 사람들의 눈길을 고정시키는 상황이 연출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목이 좋아도 방문객의 발길을 옮기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시선이 머무르는 체류 시간에 있다. 

3. 시간에 담긴 의도와 방문자의 경험이 더 중요

온라인 몰의 메인 배너를 클릭했을 때 이벤트 페이지로 이동하면 방문자가 느낄 감정은 호기심과 기대감이다. 방문한 순간 자신에게 필요할 상품을 찾는다. 방문자는 이벤트가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서는 관심 없이 이벤트 페이지에 진열된 상품과 서비스의 상세한 내용을 보려고만 한다.

하지만 수많은 상품이 큐레이팅된 이벤트 페이지에서 방문자가 갖고 있을 감정에 대해 공감하고 이벤트에 대해 주목하는 것을 선행 지표로 삼아 운영한다면 이벤트 페이지에서도 높은 체류시간을 차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체류시간은 방문자가 경험한 ‘경험의 증거’이다. 웹사이트 운영자가 방문자를 공감하지 않으면 단방향 중심의 관점에서 방문자에게 하고 싶은 말만 하게 된다. 고객과 만나는 수많은 페이지는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체류 시간이 길다고 마냥 좋은 것이 아니다. 어떤 경험을 줄 것이며 어떤 기대감을 줄 것인가는 방문자를 얼마나 공감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GA4를 통해 방문 경로 별로 참여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출처:GA4 Demo Account)
GA4를 통해 방문 경로 별로 참여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출처:GA4 Demo Account)

1) 같은 페이지라 하더라도 방문자의 경험이 다 다를 것이므로 방문자의 방문 직전에 관여한 메시지별로 방문자의 행동을 쪼개어 봐야 한다.

2) 비즈니스 운영 목표가 구매 또는 신청하기라면 이 목표를 달성한 방문자의 체류시간 총합은 이후 방문할 방문자의 기준이 된다. 체류시간에 대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3) 구매 또는 신청하기와 같은 목표를 달성한 재방문자의 체류시간이 길다면 우리의 메시지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축적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만족도 조사를 통해 긍정적인 경험을 더 강화할 재료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체류시간이라는 한 가지 지표만으로 고객의 행동을 온전히 해석할 수 없다. 고객의 다양한 행동을 수집하는 다양한 지표와 결합하여 해석해야 하며 이는 고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본 기사는 사례뉴스 필진기자 워디 전승범 대표가  쓴 컬럼입니다.  워디는 웹·앱의 퍼포먼스 광고와 웹·앱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시로 전승범 대표는 데이터 분석과 마케팅 일을 당담하고 있습니다.  전승범 대표는 앞으로 12번에 걸쳐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컬럼을 기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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