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알고 독자는 모른다

수년 전 아이와 어린이 테마파크에 놀러 갔을 때의 일이다. 테마파크에 가려면 어느 백화점 앞에 있는 커다란 분수를 지나가야 했다. 나는 이정표 안내만 보고 걸어가다가 옆에 아이가 없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렸다. 놀란 가슴으로 두리번거리길 몇 번, 다행히 아이가 내 사정거리 안에 있었다.

아이는 분수 앞에서 넋을 잃고 있었다. 나는 그 분수를 오랜 시간 동안 봐 왔던 터라 감흥이 없었지만 아이에게는 너무나 새롭고 멋진 광경이었던 것이다. 그때 생각했다. 아, 내가 이미 경험하고 알고 있는 것들이 우리 아이에게는 모두 새롭고 흥미로운 것일 수도 있겠구나.

 이후로 나는 무엇이든 아이 시선에서 생각해 보려 노력했다. 길가에  꽃이 피어있으면 그 꽃에 대해 이야기해주었고, 포클레인이 작업을 하고 있어 길을 돌아가야 할 때는 왜 그래야 하는지 설명해 주었다. 아주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조차 아이에게는 새로울 거라 생각하니 나 또한 세상 모든 것들이 새롭게 보였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서 나는 남편이 하는 말에 나 스스로도 생각지 못한 답을 할 수 있었다.

연말 즈음이었다. 남편과 TV를 보고 있었는데 TV에서 크리스마스 날에 할 방송 프로그램을 예고하고 있었다. TV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자주 봤던 고약한 성미를 가진  스크루지 영감과 남자 화장품을 얼굴에 바르며 꺅 소리 지르는 남자아이가 나왔다. 남편이 말했다.

"이제 저런 건 식상하지 않아?"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우리에게는 식상할 수도 있지.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다 새로운 것들 아닐까?"

 아이의 시선에서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답이었다.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 상황을 남들도 다 알고 있다고 자주 착각한다. 그래서 종종 타인과 대화를 할 때 나는 다 알아듣게 설명했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이 그게 무슨 말이야? 라고 되묻기도 한다. 이런 상황은 글쓰기에서도 일어난다.

우리들 머릿속에는 이미 모든 상황과 정황, 맥락이 그려져 있다. 그런 것들을 글에 녹여낼 때 자신도 모르게  '어떤 부분' 을 독자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쓴다.  제삼자인 독자가 읽었을 때는 '어떤 부분'에 대한 정보가 없기에 무슨 말이지? 이 말인가? 저 말인가? 하며 유추하게 된다.

여기에서 유추와 호기심을 헷갈리면 안 된다.   호기심은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궁금증을 가지고 읽게 하지만  유추는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추측 해보고 짐작해 보게 해서 뇌의 피로도를 높인다.  그렇기에 독자가 '어떤 부분' 을 읽으며 유추하는 순간 가독성은 떨어진다.

그런데  글쓴이는 '어떤 부분'의 모든 내용을 알고 있기에 스스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없어  문제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럴 경우 글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작가는 알고 독자는 모른다.

이것이 바로 초보 작가가 자주 하는 실수다. 그렇다면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바로 나의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방법들 중 가장 좋은 것은 타인에게 내 글을 읽어 보게 하는 것이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어느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내가 내 글을 직접 소리 내어 읽는 방법도 있는데 그것을 녹음해서 듣는 것도 좋다.  

눈으로만 읽는 것과 소리 내어 읽는 것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 신기하게도 눈으로만 볼 때 보이지 않던 부분이 귀로 들을 때 알아차려진다. 마지막으로 나의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방법 중 가장 쉬운 방법은 며칠 묵혔다가 보기다. 나의 글에 주관적으로 푹 빠져 있던 시간에서 빠져나와 며칠 뒤 보면 어느 정도 객관적인 시선을 갖게 된다.

작가는 글을 쓸 때 아이에게 이야기해 준다는 마음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야 한다. 아이의 지적 수준에 맞추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정황과 맥락을 독자는 모르고 있다는 전제하에 쓰라는 말이다.

그래야 독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하고, 위로받기도 하며 책을 끝까지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내가 느낀 감정과 깨달음의 순간을 독자도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허 작가 TIP : 처음 글을 쓰는 분들이 특히 어려워했던 부분은 상황 묘사였다. 상황 묘사를 잘하고 싶으면 소설을 참고하면 좋다. 생각해 보라. 소설에는 그림 한 장 없지만 글만으로 공간과 상황, 등장인물의 감정 이 모든 것이 다 세세하게 상상되지 않는가? 앞으로 소설을 읽을 때 소설가가 상황과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유심히 보시라.

*본 기사는 사례뉴스 필진기자 책쓰기 지여우 허경심 대표가 쓴 컬럼입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지여우 대표 허경심 작가는 책쓰기 코치로서 좋은 성과를 내며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성인뿐만 아니라 학생 글쓰기 코치,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코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 여기, 우리 함께 성장해요’라는 지여우의 슬로건대로 함께 성장하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돌고 돈다’가 2014 샘터상 동화 부문에 뽑힌 바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좌충우돌 유쾌한 소설쓰기’ ‘어느 날, 나에게 공황장애가 찾아왔습니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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