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기준치를 낮추어 보라
손해를 볼 때 추천이 이루어진다
‘파이프와 물탱크’로 고객들을 접하라

12년차 영업 사원입니다. 이 일도 제법 오래 해왔는데, 저는 프로다워진다기 보단 갈수록 감을 잃어가는 듯싶습니다. 12년차씩이나 됐는데도 더는 만날 고객이 없어서 사무실 안에만 처박혀 있을 정도니까요. 어쩌다 고객을 만나게 돼도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무기력함이 저를 지배하고 있다 보니 행동이 적극적으로 나가질 않습니다. 

안 될 거라고 믿기 때문인지 정말 성과가 나오지 않기도 하고요. 대체 다들 어떻게 고객을 모으는지 물어보고라도 싶은 심정입니다. 이 정도면 영업 사원으로서의 저는 끝이 난 게 아닐까요?

먼저 저는 여쭤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고객이란 누구입니까? 여러분의 물건을 사주는 사람이 고객입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고객은 고갈됩니다. 가능성이 없어진다는 뜻입니다. 영업도 결국 사업의 일종이 아니겠습니까. 그 인연이 기회가 되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거겠죠.

1. 고객의 기준치를 낮추어 보라

제가 중국에서 오랜 시간  비즈니스 컨설팅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왜 한국인들은 중국에서 사업으로 성공하기가 어려울까, 생각해보면 협상에 약해요. 이 협상이라는 게 밀고 당기는 것보다는 그 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 더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한국인한텐 어떤 고정관념이 있어요. ‘저 고객은 내 물건을 절대 안 살 것이다’ 이거예요. 얼핏 봐서 살 것 같으면 얘기하고, 사지 않을 것 같으면 입을 다물고. 이게 말이 되나요?

살 것인지 사지 않을지는 그 사람이 결정할 문제예요. 내가 할 일은 그들과 관계를 쌓는 것뿐이죠. 이쯤에서 다시 물어보도록 할게요. 당신에게 고객은 누구입니까? 우선 그 고객의 기준을 낮추세요. 내 물건을 사줄 사람에서 나와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사람, 카톡으로 연락을 나누는 사람으로. 기대치를 낮추는 거예요. 그러면 일단 양어장에 고기를 넣어두는 것까진 가능해집니다. 쉽게 말해, 단기 목표를 세우라는 겁니다.

2. 손해를 볼 때 추천이 이루어진다

모두가 신규 고객에 목을 맵니다. 하지만 저는 기존 고객을 말합니다. 정확히는, 기존 고객에게 추천을 받기를 권합니다. 지난 회차에서 지속적인 거래는 재구매와 기존 고객의 추천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했는데요, 이 두 가지 구성엔 필요한 조건이 조금 다릅니다. 기존 고객의 재구매에는 원칙이 필요합니다. 성실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원칙이 있을 때 고객은 재구매를 결정합니다. 이 재구매는 곧 고객의 습관이 됩니다. 다른 사람보다도 여러분과 이야기하는 것이 편해지는 거죠.

그러나 누군가에게 추천을 할 땐 약간의 리스크가 따릅니다. 추천의 가장 큰 리스크라고 한다면 “거절”이겠죠. ‘이런 거 해보지 않을래?’라고 했을 때 상대방이 ‘내가 왜?’하고 거절하는 게 꺼려지는 거예요. 그래서 원칙만 가지고는 추천이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고객의 추천을 원한다면 필시 손해를 보아야 합니다. 인색해서는 결코, 추천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떤 매장을 찾았을 때, 생각도 못한 감동적인 서비스를 받고 나면 꼭 추천하는 글을 올리게 되지 않습니까? 우리의 고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약간의 희생을 감수하는 그 결정적인 순간, 고객의 마음은 동하게 되어 있다는 거죠. 그 순간을 만드는 게 첫 번째 문제입니다.

3. ‘파이프와 물탱크’로 고객들을 접하라

만날 고객이 없다고 말하지 마시고, 고객을 만날 파이프를 만드세요. 소모임도 좋고요, 클래스를 다니는 것도 좋습니다. 어떤 형태가 됐든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채널을 계속해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나가 파이프라면 또 하나는 물탱크입니다. 물탱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선한 물’을, 계속해서 공급하는 겁니다. 예전에 어떤 분이 제게 명함이 가득 쌓인 지갑을 보여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것들이 자신의 인맥이라고 했죠. 제가 개중 하나를 뽑아서 살펴보았더니, 세상에, 전화번호의 앞자리가 016으로 시작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게 어떻게 인맥이 됩니까? 단언컨대 최근의 인맥이 최고의 인맥입니다. 당장 어제 만났던 분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고객이 고갈되는 이유는 고객이 정말로 없기 때문이 아닙니다. 마음만 먹으면 고객은 어디서든 만날 수 있어요. 다만 ‘계약할 고객’이 없는 거죠. 하지만 처음부터 계약을 해주는 고객이 어디 있겠습니까? 결과 중심적으로 고객을 판단하지 마시고, 보다 가볍게 고객들을 만날 파이프와 물탱크를 마련해놓는 게 어떻겠습니까?

어떠세요? 이렇게 판단을 내리니 마음이 제법 편해지셨죠? 조금 더 시야를 넓게 보고, 여러분만의 고객을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본 기사는 사례뉴스 필진기자 스타트경영캠퍼스 김형환 대표가 쓴 칼럼입니다. 스타트경영캠퍼스 김형환 대표는 기업 경영의 가장 기초단위이며 현대 경영에서 많이 나타나는 기업형태인 '1인 기업'과 관련된 실제 현장 사례를 중심으로 경영자들과 직원들에게 필요한 인사이트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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