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된 다양성 회복시키는 ‘컨텍스트’ 가진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 1등 기업으로 성장할 것“

[사진=K대 제공.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음]

건국대는 이번 2019년 1학기부터 기존 16주 대학수업을 4주 동안만 집중적으로 수강할 수 있는 강의제도인 ‘마이크로레슨’을 도입했다. 이 제도에 따르면 하나의 과목이 한 학기중 4개 반으로 나뉘게 된다. 즉 3월부터~6월말인 학기중, 3월에 한번, 4월에 한번, 4월말~5월에 한번, 5월말~6월에 한번 이런식으로 4주씩 끊어서 실시가 되는 것이다. 수강생들은 이 기간 중 하나만 선택해 수강하면 된다.

 

올해 1학기엔 총 12개 과목이 ‘마이크로레슨’ 제도로 운영된다. 이 제도를 잘 활용할 경우 기존에 시간표가 겹쳐 동시에 듣지 못한 수업들도 한 학기에 4과목까지 함께 들을 수도 있다. 학생들 스스로가 강의의 ‘밀도’를 정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 제도를 추진한 박창규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학장은 “대학교육의 융·복합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개설한 것”이라며 “예를들어 이공계 학생들이 법학실무를 배우거나, 예체능·인문 학생들이 로봇강의 등을 자유롭게 듣게 하기 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혁신’이란 기존의 프레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한다. 건국대는 그간 한학기 ‘16주 강의’라는 틀을 깨고 4주짜리 과목을 한 학기 안에서 고를 수 있도록 개설하는 ‘혁신’을 한 것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교육분야의 ‘혁신’이란, 공급자가 중심인 교육 시스템에서 수요자인 학생이 중심이 되는 시스템으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건국대의 경우 마이크로레슨 사례뿐 아니라 학생 스스로가 듣고 싶은 과목을 듣고 커리큘럼을 짜는 ‘자기설계전공’도 도입해 추진중이며, 학과간 경계도 허물었다.

 

“기술이 엄마기계 시대를 가능하게 만들어 냈습니다.” 27일 건대 상허산합협력관 연구실에서 만난 박창규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학장(공학박사/공과대학 교수)은 4차산업 시대를 이렇게 정의하며 “결국 개별 고객이 ‘콘텍스트’를 내는게 어렵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엄마기계’란 4차 산업혁명이후 자녀들 개개인의 필요를 채워주는 ‘엄마’의 기능과 역할을 하는 ‘공급자’, ‘기업’을 의미한다.

27일 연구실에서 인터뷰 중인 박창규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학장(공과대학 교수). 박 교수는 이번 학기 ‘마이크로레슨’ 제도를 적극 추진한 장본인이다. [사진=곽성규 기자]

산업혁명 이전엔 엄마가 자녀들을 위해 옷을 직접 만들었다. 1차 산업혁명 후엔 기계가 옷을 만들게 되고 2·3차 산업혁명을 통해 전기·자동화로 대량생산을 하게 됐지만, 4차산업 혁명 시대부턴 다시 공급자가 엄마가 자녀의 성장과정과 취향을 알고 ‘최적의 옷’을 자녀에게 만들어 주는 ‘엄마 기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게 박창규 학장의 의견이다. 이러한 엄마기계의 역할을 하는 것을 통칭해 ‘컨텍스트’라고 박 교수은 정의했다.

 

컨텍스트란 원래 맥락·상황·의도 등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네이버와 카톡에서 여행 정보를 검색하게 되면 나의 여행 계획을 페이스북에서 파악하고 광고가 나온다. 어플을 깔 때 구글계정이나 페이스북으로 가입하면 다시 나에게 여행 정보가 제공된다. 페이스북이 나의 컨텍스트를 수집·분석·대응하는 일을 한 것이다. 박 교수는 “엄마기계 시대의 속성은 결국 수요자의 ‘컨텍스트’를 파악하는 일”이라며 “그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동일한 ‘최고’ 추구하던 공급자 중심의 시대에서 개별 수요자의 컨텍스트를 반영한 ‘최적’을 추구하는 수요자 중심의 사회로 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일 한가지씩 골라먹을 수 있는 '베스킨라빈스'·완전 고객주문형 생산 '델 컴퓨터' 등이 모범 보여와

 

이러한 ‘수요자 중심’시대 ‘엄마 기계’의 사례는 기존 시장에서도 유사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을 파는 것이다’란 사명을 가지고 전 세계 각국에 진출해 있는 ‘베스킨라빈스31’의 네이밍은 점포 내 한달에 매일 한가지씩 먹을 수 있는 31가지의 다양한 아이스크림을 갖췄다는 의미다. 이는 수요자 중심 관점으로 다양한 종류와 신제품을 항상 준비한다는 상징으로, 실제로 제품 종류는 600여 가지나 된다고 한다.

베스킨라빈스 매장. [출처=창업하기닷컴]

소비자가 원하는 컴퓨터를 조립해서 판매한다는 주문제작 아이디어로 유명한 델 컴퓨터의 사이버 경영 목표는 고객이 처음부터 물건의 품질과 가격을 결정하는 고객주도의 제품생산과 판매를 가능하게 하는 ‘완전한 고객주문형 생산’이다. 델 컴퓨터는 사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컴퓨터 각각의 모델에 대해 가격 우위를 제공하고 고객이 개인적으로 주문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델컴퓨터는 인터넷상에 다양한 상품정보를 제공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에 관한 정보는 물론, 부가적인 특징, 보충적인 상품(노트북을 위한 프린터 등), 액세서리(컴퓨터 가방) 등 다양한 선택 옵션까지 보여줬다.

 

델 컴퓨터는 고객들이 알기 쉽게 그래픽 등 다양한 기술도 사용했다. 최종 계산 전에 부가기능을 추가하겠느냐는 질문을 통해 구매의욕을 북돋았다. 이러한 델의 수요자 중심의 1대1 판매방식은 사후서비스에도 적용됐다. 무료전화 지원제도와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 수리를 의뢰할 경우 바로 다음 날 기술자를 파견하는 익일 출장서비스제도가 대표적인 델의 사후서비스다. 또한 델은 인터넷에서 고객 스스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엄마와 자녀가 의사소통을 하듯 기존 고객이 끊임없이 델 컴퓨터와 접촉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언급한 건국대의 ‘마이크로레슨’의 경우도 그간 틀에 맞춰서 우수한 학생을 정의하던 공급자(대학) 중심의 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나 수요자(학생) 개개인 중심의 컨텍스트인 교육환경·가정환경 등을 고려해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교육 분야에서 수요자인 학생이 중심이 되는 4사산업 혁명의 ‘혁신’ 사례로 볼 수 있다. 더 이상 대학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상품(수업)에 수동적인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가 듣고 싶은 과목을 듣고 싶은 시기에 듣고 커리큘럼 짜는 등의 능동적인 교육 소비를 해 나갈 수 있도록 공급자가 ‘엄마기계’를 가동시킨 것이다.

 

비유를 들자면 ‘엄마 기계’는 떡복이집에서 고객이 좋아하는 소스와 떡, 재료들과 고객이 좋아하는 조리방법으로 떡볶이를 마치 엄마가 만들어 주듯이 제공해 주는 것이다. ‘마이크로레슨’을 추진중인 박창규 교수는 “수요자들인 학생들이 더 맞춤형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존에 없던 0.5학점, 1.5학점 강의와 현장학습과 외부행사 참석 등 자율적인 대외활동도 모아서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등 수요자인 학생들을 주인으로 섬기는 학교(공급자)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4사산업혁명 ‘엄마 기계’ 시대는 컨텍스트·고객섬김에 강한 가인지경영 기업들 전성기 될 것

국내 경영컨설팅 전문가 김경민 가인지캠퍼스 대표(사진)는 “가인지경영의 목적은 기업 경영의 목적이 비즈니스를 통해서 사람과 세상을 섬기고 사랑한다는 청교도적인 기업주의에서 출발한다”고 밝힌바 있다. [사진=가인지캠퍼스 네이버블로그]

이러한 4차산업혁명 ‘엄마기계’의 시대의 도래는 가치경영·인재경영·지식경영을 추구하는 ‘가인지경영’을 추구하는 기업들에겐 절호의 성장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인지경영의 기본 속성이 타인인 고객(수요자)의 중심의 관점에서 이윤창출이 우선이 아니라 ‘고객 가치’ 창출이 본 목적이기 때문이다. 즉 기업이 사회(수요자)에게 유익을 비칠 때 비로소 정당성을 갖는다고 보는 관점이 가인지경영의 초점이다.

 

결국 가인지경영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고객들의 컨텍스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 것이고, 더 유능하고 세심한 ‘엄마 기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4차산업 혁명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저비용으로 고급 기술을 누리게 된 경영환경에서 더 이상 경영은 ‘기술’이 아닌 ‘자세’가 좌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기업 목적 자체가 고객들 한명 한명을 잘 섬기는데 중심이 있는 가인지경영 기업들의 잠재력이 ‘엄마 기계’ 가동을 통해 폭발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언더백(100인 이하의 중소기업) 경영컨설팅 전문가인 김경민 가인지캠퍼스 대표는 “가인지경영의 목적은 기업 경영의 목적이 비즈니스를 통해서 사람과 세상을 섬기고 사랑한다는 청교도적인 기업주의에서 출발한다”며 “경영학의 아버지인 피터 드러커가 말 한 기업의 존재 목적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는 대 명제와 일맥상통한다”고 밝힌바 있다. 어쩌면 가인지경영은 4차산업혁명 ‘엄마 기계’의 시대의 명쾌한 돌파구일뿐 아니라 ‘경영’이라는 분야 자체의 본질을 꿰뚫는 전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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