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평판 1위 ‘웨그먼스’의 성공비결과 “직원들이 우리의 고객”이라 말하는 ‘태백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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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제쳐두고 직원을 먼저 챙기는 기업이 오히려 고객들에게도 좋은 평판을 받게 된 사례가 있다. 지난 2019년 미국 내 기업평판 순위 1위에 오른 ‘웨그먼스’의 이야기다.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이 지난 2019년 3월에 발표한 ‘`2019년 기업평판 우수 100대 기업’ 조사결과에 따르면 수퍼마켓 체인 웨그먼스는 평점 83점으로 3년연속 1위를 차지했던 아마존을 물리치고 ‘왕좌’에 올랐다. 아마존은 평점 82.3점으로 2위를 기록했고, 국내 기업 중 삼성은 당시 7위, LG는 15위를 기록한 바 있다.

 

2위인 아마존에 이어 패션브랜드인 파타고니아와 L.L빈, 월트디즈니 등이 5위권에 들었다. 개인정보 유출 등 여러 논란에 휩싸였던 페이스북은 94위에 랭크됐고, 테슬라는 그 전해 3위에서 42위까지 하락했다. 이 결과는 해리스폴이 미국내 성인 1만8228명을 대상으로 주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신뢰도, 사업 실적, 조직 문화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순위를 매긴 것이다.

 

비결은 ‘직원을 귀하게 여기는’ 기업문화…“Employees First, Customers Sec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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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처럼 넓은 나라에서 동부에 93개 밖에 없는 체인점을 가진 수퍼마켓 웨그먼스가 어떻게 고객평판 1위를 기록하게 됐을까. (참고로 미국 최대 매장을 가진 월마트의 경우 28개국에 1만1천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비결은 직원을 귀하게 여기는 기업문화에 있다. 웨그먼스는 직원을 단순히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대상으로 보는 관점을 가진 기업이다.

 

실제로 웨그먼스의 4만명 직원 가운데 회사에 만족한다는 직원 비율은 98%에 이른다. 이직률은 불과 6%에 밖에 안 된다. 웨그먼스는 20년 연속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됐다. 이직률이 낮다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도 절약할 수 있고, 직원들이 업무 만족으로 효율과 생산성이 높아지다 보니 평방피트당 매출은 14달러로 수퍼마켓 업계 평균인 9.39달러보다 훨씬 높다.

 

또한 웨그먼스는 직원의 만족도만 높은 기업이 아니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미국인들이 가장 좋은 마트 1위에 랭크된다. 웨그먼트 홈페이지에는 “우리 동네에도 웨그먼스를 열어주세요”라는 댓글들이 수도 없이 달려 있다. 임금이 낮기로 유명한 월마트보다 생산성이 높고, 직원과 소비자들이 모두 최고라고 생각하는 이 신기한 마트의 성공 비결은 본사에 걸려 있는 문구로 요약된다. “Employees First, Customers Second(직원이 먼저, 고객은 그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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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왕’이란 말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파격적인 문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실 내부 고객인 직원의 행복이 외부 고객의 만족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결국 웨그먼스의 성공 비결은 내부고객 만족으로 생산성을 높여, 외부고객의 만족도까지 끌어 올린 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업계 평균 25% 높은 급여?1200억원 지원해 대학진학 독려…‘일과 삶 균형 보장’과 ‘믿고 맡기는 서비스 권한 부여’가 창의적이고 따뜻한 ‘고객감동’으로 돌아와

 

웨그먼스는 먼저 직원들에게 업계 최고수준의 월급을 준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2017년 기준 매장 일반직원의 평균연봉은 약 4090만원, 관리자급의 평균연봉은 약 7307만원에 이르렀다. 이는 미국의 마트업계 평균보다 25% 정도나 더 높은 수치다.

 

1916년 창업 이래 100년이 넘게 지켜진 놀라운 원칙 중 하나는 정리 해고가 한건도 없다는 것이다. 만약 부득이하게 직원이 나가야 할 경우 회사는 반드시 새 일자리를 찾아준다는 정책도 있다. 일례로 지난 2012년 뉴욕의 한 웨그먼스 매장이 문을 닫게 되자, 회사는 2주만에 250명 직원 모두를 뉴욕의 다른 매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콜린 웨그먼 수석 부사장(오른쪽)이 웨그먼스푸드마켓 매장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웨그먼스]

웨그먼스는 직원들의 자기계발도 책임진다. 회사는 대학 진학을 독려하며 풀타임 직원에게 246만원, 파타타임 직원에게는 168만원까지 학비를 지원한다. 졸업후에 회사로 돌아와야 한다는 조건도 따로 붙이지 않는다. 지난 1984년부터 웨그먼스가 직원 3만명이 넘게 대학에 보내며 지출한 비용이 무려 1200억원에 이른다. 또한 와인 담당 직원을 직접 프랑스에 유학을 보내 와인을 배우게 하는 등 직원들의 연간 자기계발 지원비만 500억원이 넘는다.

 

또한 웨그먼스는 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하며 가족같은 유대감을 제공한다. 늦게까지 근무하는 마트의 특성을 고려해 직원들이 근무시간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1년 이상을 근무하면 풀타임은 연 17일, 파트타임은 6일의 유급휴가를 준다. 직원들의 기념일에는 작은 파티를 자주 열어준다. 누군가의 생일이면 축하하러 모인 직원들에게 1인당 5달러짜리 쿠폰도 준다.

 

일적으로 웨그먼스는 ‘직원들을 믿고 맡긴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매뉴얼에 연연하지 않고 고객 서비스 권한을 갖고 창의적으로 일하도록 보장한다. 일례로 매장의 어떤 요리사는 칠면조가 너무 커서 집에 있는 오븐에 들어가지 않아 고민하자 매장 오븐으로 구워주기도 하고, 어떤 제빵사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초콜렛 쿠키 레시피를 직접 매장에서 팔아 인기상품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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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이가 웨그먼스 매장의 한 이름있는 요리사에게 “돈을 잘 벌다가 왜 이곳으로 왔냐”고 물어보자 요리사가 “농담하나? 거기에 있는 친구들은 모두 이곳으로 오고 싶어한다. 나는 지금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보다 훨씬 창조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답한 사례는 유명하다.

 

직원들을 존중하는 웨그먼스의 이러한 기업문화는 결국 직원들의 자부심과 창조성을 높여 매장에서 고객을 감동시키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치즈와 와인 담당 매장 직원들은 고객 취향에 딱 맞는 제품을 상세히 조언하고, 어떤 직원은 폭우가 쏟아지자 우산을 들고 고객의 차까지 짐을 옮겨주기도 한다. 이런 사례들이 웨그먼스에서는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웨그먼스의 CEO 대니 웨그먼스는 “우리 직원들은 고객들이 행복하게 대접받는다고 느끼도록 해 준다”며 “모두 직원들 덕분이다. 내 역할은 직원들이 행복하게 대접 받도록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웨그먼스의 이러한 정책은 ‘웨그먼스 효과’란 경제학 용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웨그먼스 효과란 임금을 많이 주고 직원 처우를 높여주면, 고객에 대한 서비스 질이 높아져 결국 기업의 매출과 이익 증가 등으로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CJ그룹의 ‘님’ 호칭?LG유플러스 ‘가족 사랑의 날’ 등 국내 대기업들도 노력…“내부 고객인 직원들의 필요를 성실히 해결하는 것이 회사의 역할”이라고 말하는 중소기업 태백김치

CJ그룹 신입사원 사업 아이디어 경연대회인 ‘온리원 페어’ 모습. [이미지=CJ그룹 제공]

웨그먼스 만큼은 아니지만 국내 기업들 중에서도 직원들을 존중하는 기업문화로 성공사례를 만들어가는 곳들이 있다. 대기업 가운데서는 CJ가 대표적이다. CJ그룹은 ‘님’ 호칭제도를 도입하면서 이재현 회장의 호칭까지 ‘이재현님’으로 통일하고 사내 인트라넷에 ‘이재현님 대화방’을 운영하는 등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만들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간 엔터테인먼트, 문화 영역에서 눈에 띠는 성장세를 보여준 CJ의 성과는 수평적 기업문화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많다”고 설명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지난 2016년에 둘째, 셋째주 수요일을 ‘가족 사랑의 날’로 지정해 오후 5시 퇴근할 수 있도록 한바 있다. 또한 ‘즐거운 직장팀’을 신설해 수직적 위계구조를 철폐하고 직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시도한 다 있다. 당시 LG유플러스 한 직원은 “근무환경이 좋아지고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만족스럽다”며 “회사에 대한 애사심도 늘었다”고 말한바 있다.

 

직원 100인 이하의 언더백(Under-100) 중소기업 중에서도 직원들을 존중하는 모범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는 회사들이 꽤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70여가지 김치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김치 전문 기업, ‘태백김치’는 평균 연령이 소수의 경영지원팀을 제외하면 60대 이상인 ‘실버 컴퍼니’다. 이 회사는 사내 공동체를 통해 직원들이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원하고, 이윤을 되돌려주는 건강한 기업문화을 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 '태백김치'의 MBC 무한도전 출연 장면. [출처=MBC] 

이런 기업문화는 지금은 고인이 된 태백김치의 창업자의 고귀한 정신에서 비롯됐다. 김준희 現 태백김치 대표는 “창업자이신 아버지께서는 항상 직원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항상 가지며 존중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였다”며 “다리 절단 수술을 하시고 의족을 한 상태에서도 직원들의 통근 버스를 직접 운행하였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직원 사랑의 본을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태백김치의 목표는 무엇보다 ‘직원들과 함께 오랫동안 일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회사가 많이 어려울 때 경영자문가들이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고 이야기 했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직원을 줄이라는 조언을 따를 수 없었다”며 “우리 직원분들은 모두 나이가 많이 드신 어르신들이고 여기가 마지막 회사인데, 그들을 내보낼 수 없었다”고 말한다. 태백김치에게는 수십 억원을 준다고 해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직원이다. 현재 경기도에 위치한 공장을 더 많은 정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지방으로 옮기지 않는 것도 직원들의 거주지를 보존해주기 위해서다.

김준휘 태백김치 대표가 지난 ‘2015 중국상하이식품박람회(FHC CHINA 2015)’에서 중국 중앙 방송국 CCTV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news2day]

“직원들은 저의 고객입니다.” 김준희 대표가 자주 하는 말이다. 태백김치는 신입 사원들에게도 먼저 ‘어른 공경’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한다. 면접 볼 때부터 평소 어른들에게 어떻게 대하는지를 물어본다. 현장에서 근무하시는 실버 직원들을 존중해 드리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고객에게 성실한 회사가 좋은 회사인데, 사실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고객이 내부 고객인 직원”이라며 “내부 고객에 충실해야 외부 고객에게도 충실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고객에게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계속 물어보아야 한다”며 “그래서 내부 고객인 우리 직원들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열심히 물어보고, 성실히 해결하는 것이 CEO인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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