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구호단체 (사)팅커벨 프로젝트의 황동열 대표

“대한민국의 반려동물 문화에서 절대적으로 없어져야 할 것은 강아지 공장입니다. 이 강아지 공장은 반드시 철폐되어야 하며 연관된 애견샵도 철폐되어야 합니다.”

황동열 대표가 귀여운 강아지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례뉴스

유기동물 구호단체 (사)팅커벨 프로젝트의 황동열 대표는 대한민국의 반려동물 문화에 있어 아쉬운 점에 대해 응답을 하던 도중 위 대답을 유독 힘을 주며 말했다. 오늘은 온 진심을 바쳐서 유기동물을 구호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황동열 대표님을 만나보았다.

 

기자(이하 기) : 안녕하세요 대표님.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황동열 대표(이하 황) : 안녕하세요. 유기동물 구호단체 사단법인 팅커벨 프로젝트의 대표를 맡고 있는 황동열입니다. 반갑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황동열 대표
사례뉴스와 인터뷰 중인 황동열 대표 ⓒ사례뉴스

 

기 : 어떤 계기로 팅커벨 프로젝트를 결성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야기를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황 : 2012년에 2월, 3월 한 달 간격으로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큰 슬픔을 겪고 방황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제 마음을 치유해준 계기가 되었던 것이 당시 어린 유기견이었던 백구 흰돌이와 흰순이의 입양이었습니다. 그 후 유기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처음에는 후원 활동만을 하다가 당시 동작대교 다리 밑에서 혼자서 노숙 생활을 하던 검둥개 럭키를 구조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유기견 구조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웠던 시절 황동열 대표에게 큰 힘이 되어준 흰돌이와 흰순이 ⓒ사례뉴스
어려웠던 시절 황동열 대표에게 큰 힘이 되어준 흰돌이와 흰순이 ⓒ사례뉴스

 

그 다음해인 2013년 1월에는 보호소에서 안락사 직전에 구해온 팅커벨이라는 이름의 작은 말티즈를 구조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팅커벨은 구해온지 하루만에 보호소에서 걸려온 파보바이러스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해서 팅커벨의 안타까운 죽음을 결코 헛되이 하지 말자는 취지로 ‘팅커벨 프로젝트’를 결성하여 보호소의 안락사 직전 유기견들을 구해서 새 삶을 찾아주는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팅커벨 프로젝트 결성의 동기가 된 작은 생명 '팅커벨' ⓒ사례뉴스
팅커벨 프로젝트 결성의 동기가 된 작은 생명 '팅커벨' ⓒ사례뉴스

 

기 : 그렇군요. 제가 알기로 현재 우리나라는 지자체 중심으로도 유기동물 보호소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곳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황 : 지자체 유기동물 보호소는 정부 지원 및 지자체의 예산으로 운영되다보니 유기동물의 공고기간인 10일 지나면 안락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저희 팅커벨 프로젝트는 말씀드린 것처럼 안락사가 예정되어 있는 유기견, 유기묘들을 구해와서 민간 차원에서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팅커벨 입양센터 전경. 유기동물들이 분양되어 새 주인을 찾을때까지 돌봐주는 장소이다 ⓒ사례뉴스
팅커벨 입양센터 전경. 유기동물들이 분양되어 새 주인을 찾을때까지 돌봐주는 장소이다 ⓒ사례뉴스

 

기 : 이미 한번 상처 입은 아이들에게 새 생명을 찾아주는 일을 하시는 거군요?

 

황 : 그렇습니다. 그밖에도 재정이 어려운 지방의 유기동물보호소 후원,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 TNR(Trap-Neuter-Return, 길고양이를 포획한 뒤 중성화수술을 시켜 다시 방사시키는 것을 뜻함), 치료 지원 등 유기묘를 위한 활동도 진행하고 있으며 더불어 동물보호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동물보호법 개정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기 : 정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실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동물보호법 개정활동이 눈에 띄는데요. 보통 사람들은 유기동물 구호단체라고 하면 유기견을 돌봐주고 분양시켜주는 것 까지는 생각할 수 있지만 동물보호법까지는 생각이 잘 닿지 않는 것 같아요.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황 : 팅커벨 프로젝트에서 진행하는 대표적인 동물 보호법 개정 사례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유기견 발생의 원인이며 동물학대의 온상이기도 한 강아지 공장을 철폐하기 위한 법 개정입니다. 한정애 국회의원과 함께 동물생산업을 기존의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개정하였습니다.

이전에는 동물생산업의 세부 범위를 단순히 동물을 번식시켜 판매하는 영업으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이제는 소규모 생산과 일반 생산으로 구분되었습니다. 지금도 정상적이고 건강한 범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정분양은 소규모 생산에 해당되고, 강아지 공장과 같이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업은 일반 생산에 해당되지요. 해당 법의 개정을 통해 강아지 공장과 같은 동물생산업을 하기 위해서는 ‘신청’ 후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신청서’를 작성해야하니 무분별하고 비위생적인 공장식 사육에 어느 정도 규제가 생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물보호 입법정책 토론회에서 발표중인 황동열 대표 ⓒ사례뉴스
동물보호 입법정책 토론회에서 발표중인 황동열 대표 ⓒ사례뉴스

 

그 밖에도 동물의 학대를 근본적으로 방지하는 법 개정 활동에 힘쓰고 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이 우리나라 민법상으로 동물은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동물학대와 심지에 죽음에까지 몰아도 재물손괴죄로 처벌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법 개정에 이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것으로부터 시작되어 헌법에 동물을 생명으로 존중하는 동물권이 명시되고, 그에 따라 동물보호법에도 구체적으로 동물의 유기 및 학대 방지에 대한 규정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또한 근본적으로는 동물학대의 최정점에 있는 개, 고양이의 도살 및 식용문제를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기 : 저도 대표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작년 말에 있었던 ‘경의선 숲길 고양이 살해’사건이 떠오르는데요, 결국 범인은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물학대 건이 아니라 재물손괴 혐의로 처분 받았던 사건이었죠.

다시 가벼운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유기동물 구호 활동도 진행하고 계신가요?

 

황 : 네 물론입니다. 저희 팅커벨 프로젝트는 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유기동물 관련행사로 가득 차있습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잠정적 중단된 상태이지만 그 이전까지는 날씨가 추운 11월부터 3월까지 5개월은 회원들과 함께하는 유기견 산책행사가 매월 둘째, 넷째주 토요일에 진행했습니다. 또한 날씨가 따뜻해지는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은 상암동 반려견 놀이터 옆 숲에서 유기견 입양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회원들 뿐 아니라 중, 고, 대학생들, 그리고 일반인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행사입니다.

팅커벨 프로젝트 회원들과 대학생들이 함께 진행한 유기견 입양 캠페인 ⓒ사례뉴스
팅커벨 프로젝트 회원들과 대학생들이 함께 진행한 유기견 입양 캠페인 ⓒ사례뉴스

 

그리고 캣맘들과 연대하여 구내염에 걸린 채 길에서 고통받고 있는 길고양이들을 치료해주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 마리당 비용이 120만원 정도로 많은 비용이 듭니다. 이 아이들을 작년에는 6마리를 치료해주었고 올해는 20마리를 치료해서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 : 그러면 여태껏 입양센터를 운영하면서 제일 마음이 갔던 아이가 있을까요?

 

황 : 2013년 1월에 팅커벨 프로젝트를 결성한 뒤로 2014년 4월에 입양센터를 설립하게 되었는데, 당시 바로 구조되어 입소되었던 ‘온화’라는 이름의 말티즈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유기되기 전 주인으로부터 학대를 받은 충격으로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것을 해꼬지하고 위협하는 것으로 느껴 만지는 사람들을 세게 무는 안타까운 버릇이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주 오랫동안 입양을 가지 못했는데 2018년 11월에 무려 만 5년이 넘어서 입양을 가게 되었습니다. 팅커벨 프로젝트는 구조한 유기동물이 어떤 단점을 갖고 있던지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집니다. 온화는 입질을 하는 버릇 때문에 입양보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결국에는 새 주인을 찾아갔기에 더욱 마음이 많이 가고 기억에 남는 아이입니다.

새로운 주인 품에서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온화' ⓒ사례뉴스
새로운 주인 품에서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온화' ⓒ사례뉴스

 

기 : 그러셨겠네요. 모든 유기견이 그런건 아니지만, 일부 유기견은 과거 트라우마로 인해 안좋은 습관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황 : 입양센터에는 많은 유기견들이 입소 생활을 하고, 곧 입양을 가고, 또 새로 구조해오는 일이 늘 반복됩니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보면 같은 일의 반복으로 매너리즙에 빠질 수도 있겠지만, 그런 마음을 갖지 않고 늘 초심을 지키려고 합니다. 한 아이 한 아이 모두 소중하게 대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또 한번은 ‘태양이’라는 슈나우저 아이가 기억이 납니다. 태양이도 보호소에서 안락사 직전에 구해온 유기견인데, 입양센터의 바닥을 늘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어요. 바닥이 장판으로 되어 있었는데 물어 뜯으면 새로 하고, 다시 물어뜯으면 새로 하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하지만 결코 태양이를 미워하지 않았어요. 우리 회원들은 기꺼이 받아들였고, 나중에는 한번에 물어뜯을 수 없는 우드타일을 깔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태양이도 그 후 좋은 가정에 입양가서 지금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센터 바닥을 다 물어뜯었던 말썽꾸러기 '태양이' ⓒ사례뉴스
센터 바닥을 다 물어뜯었던 말썽꾸러기 '태양이' ⓒ사례뉴스

 

기 : 최근 ‘사지말고 입양하자’라는 슬로건이 유행하면서 유기동물을 분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런 분들에게 당부의 한마디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황 : 저희 팅커벨 프로젝트는 서울의 입양센터와 강원도의 지부를 포함해서 지난 7년 동안 2천여마리에 달하는 안락사 직전의 유기견을 구조해서 좋은 새 가족을 찾아주는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2천여마리 강아지들 중에서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보호소에서는 초췌하고 누추해보이는 유기견들이라도 사람이 정성껏 돌보고 치유해주면 다시 건강하고 사랑스런 강아지가 됩니다. 이것은 유기견을 입양해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인데요, 유기견의 입양은 애견샵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보람 있는 일이며 그 유기견들이 반려견으로 손색이 없다는 것은 직접 입양해서 키워보면 잘 알게 될 것입니다.

 

기 : 마지막으로 앞으로 대표님께서 바라는 팅커벨 프로젝트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요?

 

황 : 팅커벨 프로젝트는 큰 단체를 지양하지 않습니다. 작더라도 내실 있는 강한 단체를 추구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호소에서 안락사 당할 위기에 처해있는’ 가엾은 유기동물의 생명을 구해서 치료하고 돌보다가 좋은 새 가족을 찾아주는 초심을 지키는 일을 처음부터 해 왔고 끝까지 할 것입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팅커벨 프로젝트의 도움이 필요한 재정이 어려운 유기동물 보호소와 외롭게 고군분투하는 캣맘들에게 도움을 주어서 연대와 협력을 통해 더 많은 생명을 구하고 살리는 일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동물보호, 동물복지 환경을 개선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을 비롯한 동물권 관련 일을 꾸준히 해나갈 것입니다.

 

 

12만 마리. 2018년 기준 국내 유실 및 유기동물 마릿수이다. 이들 중 다시 주인을 찾아가는 비율은 불과 14% 정도이며 48%는 자연적으로 혹은 안락사로 쓸쓸히 생을 마감하고 있다. 하루 평균 158마리의 유기동물이 숨을 거두고 있다고 보았을 때 이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며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소 인프라으로는 감당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닐 것이다. 안락사에 대한 견해 차이는 있겠지만, 경제적, 공간적인 부담만 없다면 어떤 보호소가 자기 손으로 안락사를 기꺼이 진행할까. 팅커벨 프로젝트는 이러한 사각지대를 잘 보완해주는 선한 단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팅커벨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 고마운 분들
황동열 대표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강아란, 박주희 간사 ⓒ사례뉴스

기자 또한 반려동물 업계에 몸담고 있지만, 황대표님이 생명을 대하는 태도에는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진심으로 반려동물을 위하는 마음을 가져야지만 반려동물과 반려인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팅커벨 프로젝트와 황동열 대표님이 선한 의지로 만들어나갈 기분 좋은 변화들을 기대해본다.

 

ⓒ 사례뉴스는 비즈니스의 다양한 사례를 공유합니다. 출처를 표기한 다양한 인용과 재배포를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