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트위터에서 한국의 낮은 출산율과 인구 감소 지적
박노자 교수, 한국의 낮은 출산율은 서열주의와 가부장제 성격이 강한 사회에 기인한다고 밝혀
'열공주의'를 위시한 극한의 경쟁 사회가 아이를 낳을 여유마저 빼앗아
'돈'이 최고인 재벌 사회에서 '연대'와 '협력'은 불가능에 가까워

최근에, 일론 머스크 미국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이 홍콩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붕괴(popluation collapse)’를 겪고 있다”며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우려했다. 대한민국은 전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빠른 인구 감소를 겪고 있으며, 몇 세대 이후에는 나라가 존립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세계은행이 공개한 2020년 국가별 출산율 순위표를 게시하며 “참고로 대체 출산율은 2.1명”이라고 전했다. 대체출산율은 한 국가가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합계 출산율로, 선진국 기준 약 2.1명이다.

​순위표를 보면 한국의 출산율은 0.84로 세계 최하위(200위)를 기록했다. 그다음으로 홍콩은 0.87명으로 가장 낮았다. 일본은 1.34명(186위), 이탈리아는 1.24명(191위)였다.

일론 머스크가 지적한 홍콩과 대한민국의 인구 감소 (출처 : 일론 머스크 트위터)
일론 머스크가 지적한 홍콩과 대한민국의 인구 감소 (출처 : 일론 머스크 트위터)

한국의 낮은 출산율은 상위권에 위치한 자살률과 더불어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수많은 석학들이 한국의 인구 감소를 우려하고 있으며, 미국 중심의 문화를 수용한 한미일 3국의 자살률은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인구 감소로 인해 국가 전체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일론 머스크 또한 전 세계의 인구 감소가 문명의 존립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을 주장했다.

인구 감소는 문명 사회의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한 일론 머스크 ( 출처 : 일론 머스크 트위터)
인구 감소는 문명 사회의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한 일론 머스크 ( 출처 : 일론 머스크 트위터)

가부장제 성격이 강한 대한민국 사회

한국의 높은 자살률과 낮은 출산율은 어디에 기인하는 것일까? 러시아 태생으로 2001년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교수는 낮은 출산율이 '서열주의'와 '가부장제 성격이 강한 사회'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박노자 교수는 저서 '미아로 산다는 것'에서 "부모라고는 했지만, 가부장제의 성격이 강한 사회에서는 양육의 부담이 주로 아빠가 아닌 엄마에게 돌아갑니다. 양육뿐인가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에게 주어지는 집안일은 웬만한 정규직 업무보다 힘들고 다양합니다.

양육 외에 노후의 돌봄도 여성의 몫이 되는 데다가 제반 가사도 여성이 떠맡아야 합니다. .....(중략) 그런데 한국에서는 하루 평균 2시간 20분 정도 해야 하는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임금을 주지 않습니다.....

코로나 19로 학교가 문을 닫아 전국의 아이들이 워킹맘의 24시간 일감이 되었었죠. 그렇다고 해서 그 워킹맘들의 직장일을 누가 줄여주었나요? 그러니 제게 놀라운 것은 한국의 세계 최저 출산율, 즉 0.9 수준의 출산율이 아닙니다."

"제게 놀라운 것은, 이와 같은 반여성적 환경에도 아직까지 아이들이 태어난다는 것, 즉 출산율이 아예 0이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박노자 교수 (출처 : 하비엔)
박노자 교수 (출처 : 하비엔)

서열주의는 '열공'에 올인하는 사회에 근거

박노자 교수는 '미아로 산다는 것'에서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열공에 올인하는 사회의 문제점들은 뭘까요? 가장 널리 알려지고 많이 토론되는 문제는 '열공' 밑에 깔려 있는 단선적 신분 상승 열망입니다.

단순히 '재미있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통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죽도록 '노오오력'하는 것이죠. 이렇게 낮고 높은 서얼이 한국에서는 SKY 학벌로 완벽하게 단선적입니다.

이는 한국 사회가 엄청나게 불안하며 위험 사회라는 것을 방증합니다. 인정받기 위해 모두가 투쟁하며 무한한 신분 상승의 중압감에 시달리는 불안과 위험의 한국사회에서는 '알아줄 만한' 신분을 획득하지 못한 사람들의 기본 생계까지 국가가 챙겨주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모두가 생존 경쟁에 극단적으로 매몰되는 것이죠."

"생존 투쟁에 먼저 뛰어들어야 하는 한국 사회에서, 연애와 결혼을 위한 작은 여유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예외가 있다면 '금수저' 혹은 '재벌 2세' 등이 있겠네요."

박노자 교수의 저서 '미아로 산다는 것' (출처 : YES24)
박노자 교수의 저서 '미아로 산다는 것' (출처 : YES24)

'돈이 장땡이다'를 공식화 한 자기계발서 열풍

박노자 교수는 자기계발서 열풍에 숨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지적했다.

"시중에 팔리는 자기 계발서의 종류는 아마도 수천 개일지도 모르지만 핵심 주장들은 카네기의 논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너의 성공을 위해 남을 이용하라, 남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늘 친절하고 배려하는 척해라, 되도록 둥글게 둥글게 원만한 관계로 관리해서 적절히 이용해라, 칭찬 등으로 남의 환심을 잘 사서 나중에 이용해라, 이 정도입니다.

군부의 지배자든, 그 밑에서 경제를 장악한 재벌이든, 1960~1980년대 군부독재하의 유산 계층이 지니고 있던 실질적 행동 논리는 '공동체 기여'와는 무관했습니다.

자본주의 초기의 축적 시대다운 야수적, 포식자적 태도가 오히려 전형적이었죠. 자기계발서의 세계에서는 만인이 만인의 경쟁자입니다. 이런 경쟁 구도에서 최고의 무기는 속 생각의 은폐와 위선 그리고 '관계 관리'와 타자의 도구화고요.

최종 목표는? 바로 '부자 되세요' 입니다."

 

매일 경제 여론조사 (출처 : 매일경제)
매일 경제 여론조사 (출처 : 매일경제)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사회 분위기 개선되어야

2030세대가 결혼을 망설이고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핵심적인 것을 지적하자면 '남과의 비교'가 있다. '남의 성공'은 배가 아프고 내가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남의 아이'만큼의 좋은 환경을 제공할 자신 또한 없기 때문이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이는 '노력지상주의', '성공지상주의' 등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적 요소와 관계가 깊다. 이들 이데올로기는 '성공'의 요소에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며, 운과 환경의 영향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다. 

삼성과 현대와 같은 대기업의 성공이 과연 재벌 회장의 자서전에 나온 것 만큼 '위대한 리더쉽' 덕분이었나? '리더쉽'과 '운영 철학'이 하나의 성공 요소가 되었을지는 몰라도,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개발 독재 사회였던 군부독재시절에는 정부가 국가의 제반 산업을 키우고 정권 유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몇몇 기업과 정경 유착을 맺었던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작은 기업이 정치인과 연을 맺고 재벌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개발독재 사회라는 시대적 '환경'과 '운' 또한 큰 요소로 작용한 셈이다.

개인의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대와 의대 입학생의 70퍼센트 이상이 고소득자 부모를 둔 학생이라는 통계가 나오는 마당에서, '노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사회 분위기는 내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나의 부족'에서 찾게 만든다.

'부모의 재력'이 가장 중요한 사회가 되었는데도 말이다. 따라서 개인의 자책감은 심화되고 자살률은 높아지며 아이를 낳지 않게 된다.

단언컨대, 한국 사회는 살기 좋은 사회가 아니다. '자살'과 '이민'으로 대한민국 사회를 떠나는 '탈남자'의 수는 '탈북자'보다 많다. 

대형 교회와 재벌 대기업이 자녀에게 회사를 상속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고, 이제는 '교육'과 '재산'마저 세습되고 있다.

자살률 최상위권, 출산율 꼴찌라는 통계 수치가 한국 사회가 최악의 사회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사례뉴스는 비즈니스의 다양한 사례를 공유합니다. 출처를 표기한 다양한 인용과 재배포를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