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가 여러 개

 내가 난생처음 쓴 에세이는 <나름대로가 아닌 너름대로>라는 제목의 글이다.  <나름대로가 아닌 너름대로>는 아이와 처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어린이 테마 파크를 방문한 날 경험한 일들을 글로 쓴 것인데 그날 나는 아이와 테마파크로 이동하는 중 크게 두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깨달음 1.

 우리 가족은 어딘가로 이동할 때 거의 대부분 자가용을 이용했다. 아이는 차 안에서 잠들기 일쑤였고 눈을 뜨면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그러나 그날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리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덜컹 거리는 버스 안에서 아이는 잠을 잘 수 없었다. 버스 안에는 다행히 빈자리가 하나 있었고 나는 무릎 위에 아이를 앉혔다. 잠들지 않은 아이는 창문 밖 풍경을 보며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연신 소리쳤다.

 "엄마, 저기 좀 보세요!"

 아이는 처음 보는 건물들을 보며 신기해했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려 목적지로 향하는 중 어느 백화점 앞에 있는 분수를 보며 아이는 넋을 잃었다. 나는 넋이 나간 아이를 간신히 돌려세워 분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아, 비행기를 타고 가서 먼 나라에 며칠 묵고 오거나 자가용을 타고 몇 시간을 달려가는 여행만이 여행이 아니라 가까운 거리지만 이런 것도 여행이 될 수 있구나.'  나는 이 깨달음을 글에 그대로 옮겨 적었다.

 깨달음 2.

아이가 분수를 보고 넋을 잃은 지 얼마 안 있어 아이는 또 다른 것에 넋을 잃었다. 천장에서 물줄기가 내려오는 데 글씨나 모양을 갖추고 내려오는 물줄기였다. 나는 물줄기를 보며 호기심을 충족하고 있는 아이에게 소리쳤다.

 "엄마 봐! 사진 찍어야지~ 여기로 돌아보라니까!"

 몇 번을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순간  서형숙의 <엄마 학교>에서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이 떠올랐다.

 많은 사람이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도 문제가 되었다고들 한다. 그러나 그건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것, 내가 보기에 마땅한 것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대방, '너'를 위주로 생각해야 한다. '나'가 중심인 '나름대로'가 아니라, '너'가 중심인 '너름대로'가 옳다.

- 서형숙 <엄마 학교> 중에서-

그러니까 나의 두 번째 깨달음은 내가 아이를 돌려세워 사진을 찍고 싶은 '나름대로'의 생각 때문에 아이의 '너름대로'인 호기심을 충족하고 싶은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아가 내가 지금껏 살아오며 가족, 지인들에게 너를 위해서 한 일이라고 여긴 것들이 어쩌면 나 중심의 생각이면서도 타인을 위한다 생각하며 그들에게 서운해하지 않았나 하는 자기 성찰까지 하게 되었다.

 나는 <나름대로가 아닌 너름대로>의 글에 이 두 가지 깨달음을 모두 썼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내가  이 글에서 정말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나름대로'를 '너름대로' 바꾸어 살자는 것이다. 사실 이 글의 주제를 뚜렷이 하려면 깨달음 1의 문장은 빼야 한다.   글에 명확한 초점이 있어야 독자는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히  작가의  의도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나는  그날 두 가지 깨달음을 모두 얻었기 때문에 깨달음 1의 문장들을 곧 죽어도 빼기 싫었다. 아까웠다. 글쓰기는 마음 수련이다. 때로는 이렇게 아깝다고 생각 드는 문장들도 미련 없이 버릴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마음 수련이다'라고 말하는 이 부분은 어쩌면 이 글의 주제를 흐트러뜨리는 문장일 수도 있다. ) 나는 이 글에서 깨달음 1의 문장을 수년이 지나서야 버릴 수 있었다. 그제야 주제가 흐트러지는 문장인 것을 알아챈 것이다. 버린 문장은 진짜 버리는 것이 아니다. 그 문장들을 그대로 가져와 또 다른 글로 새롭게 쓰면 된다. 오히려 글감이 생겼다고 좋아할 일이다.

글을 쓸 때 꼭 기억하자. 주제는 딱 하나여야 한다. 주제가 하나이려면 깨달음이 딱 하나 혹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딱 하나여야 한다. 그것을 깊이 파고들어 쓰는 연습을 해보자.

*본 기사는 사례뉴스 필진기자 지여우 책쓰기 아카데미 대표 허경심 작가가 쓴 컬럼입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지여우 책쓰기 아카데미 대표 허경심 작가는 책쓰기 코치로서 좋은 성과를 내며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또한 글쓰기 초보를 위한 '글여우' 프로젝트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2014 샘터상 동화부문에 뽑힌 바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좌충우돌 유쾌한 소설쓰기’ ‘어느 날, 나에게 공황장애가 찾아왔습니다’ ‘매일 아침 메시지’가 있습니다. 지여우는 '지금, 여기, 우리 함께 성장해요'의 줄임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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