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상승하던 국내여행비 ’22년 이후 계속 감소세
여행 지출 ‘줄인 것’, ‘줄일 것’ 모두 식비가 1위
국내여행은 ‘초긴축’, 해외여행은 가급적 ‘절약’
일정 길지만 해외여행 1회 비용은 국내여행의 8배
해외여행 1일 지출비용, 2박3일 국내여행의 1.2배
국내 여행산업 위축, 관광수지 악화 더 심해질 것

코로나 이후 불붙었던 여행비 지출이 ’22년 이후 계속 내림세다.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국내·해외 여행비 모두 감소해 코로나 전만 못하고, 국내가 특히 더 심하다. 국내의 경우 여행의 주요 목적인 ‘식도락’의 지출과 지출의향 모두가 눈에 띄게 줄어 여행산업 위축의 1차 피해자는 요식업이 될 것이다.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2015년부터 수행하는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매주 500명, 연간 2만6000명)에서 국내·해외 여행 경험자에게 여행비로 얼마나 지출했는지, 향후 1년간의 지출 의향이 어떤지 묻고, 코로나 발생 전과 작년, 올해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비교했다.

컨슈머인사이트의 데이터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빅데이터센터구축사업을 통해, 한국문화정보원 문화빅데이터플랫폼 마켓C에서도 공개되고 있다.

해외여행 비용은 국내의 7.9배, 1일당 비용은 3.6배

지난 2월 조사에서 여행 1회 당 지출한 평균 비용은 국내 22.4만원, 해외 175.9만원이었으며, 1일당 평균은 각각 7.4만원, 26.5만원이었다[표]. 평균 여행기간은 국내 3.01일, 해외 6.64일이었다. 국내와 해외여행을 비교하면 기간은 2.2배, 총 비용은 7.9배, 1일당 비용은 3.6배에 달했다. 놀라운 것은 해외여행 1일 지출(26.5만원)이 2박3일 국내여행 총 비용(22.4만원)의 1.18배에 달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여행은 감소, 해외여행은 증가하는 추세가 ’22년 10월 1일 입국 후 PCR 검사의 전면 해제가 시작된 후 1년 반 이상 지속되고 있다. 국내관광 산업의 위기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코로나에 따른 여행 규제가 풀린 후 급격히 증가해 ’22년 정점에 달했던 여행비 지출(국내 6월 9.0만원, 해외 9월 27.9만원)은 ’23년에 이어 금년에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조사 시기(’24년 2월) 1일당 여행비를 코로나 전인 ’19년 2월과 비교한 코로나여행지수(TCI)는 국내 104, 해외 113이었다. TCI는 코로나 전후 증감을 수치화한 것으로 100보다 크면 그만큼 증가했고 작으면 감소했음을 뜻한다. 즉 올해 여행 총 비용은 ’19년 대비 국내 4%, 해외 13%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1년 전인 ’23년 2월의 1일당 여행비 TCI(국내 115, 해외 113)과 비교해 국내는 크게 낮아지고 해외는 제자리다. 그동안의 급격한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지난 1년 사이 여행비 지출이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선 셈이다.

앞으로의 여행비 지출 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국내여행비 지출의향(‘더 쓸 것’ 응답 비율)은 ’19년 33.9%에서 ’23년 44.3%로 크게 늘었다가 올해는 35.9%로 하락했다. 해외여행도 같은 기간 40.7%→48.9%→42.9%로 비슷했지만 등락 폭은 국내여행보다 작았다.

국내외 모두 긴축 여행 기조가 이어지겠지만 특히 국내여행의 침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국내여행 활동 계획 중 ‘식도락’ 비중 24% 감소

국내여행 침체의 1차 희생양은 요식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여행 때 계획하는 주 활동으로 ‘식도락’의 비중(TCI 76)이 20% 이상 급락했기 때문이다. 친지·지인 만남(TCI 136), 휴식(TCI 118) 등의 비지출성 활동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크게 뛰어넘은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여행에서 먹거리는 지출 비중으로 숙박 다음 2위지만 여행의 평가에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음식은 가장 자주 이용하고, 잘 알고, 민감한 바로미터다. 여행에서 ‘식비’를 줄인다는 것은 여행 자체를 줄인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부족한 예산을 덮친 음식값 거품 논란도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게 만든 원인으로 점쳐진다.

국내여행의 대체재 찾기

소비자는 한 번의 해외여행에 국내여행 8회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국내를 외면하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지수를 보면 국내여행에는 부정적 요인이, 해외에는 긍정적 요인이 많다. 극히 비현실적인 ‘그 돈이면 해외로…’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은 국내 여행산업에는 대악재이지만, 여행 소비자에게는 최고의 대체재다. 세계 1위의 ‘먹거리’와 ‘살거리’의 명소이며,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가 볼만한 곳이 널려 있다. 여기에 엔저 현상은 풍부한 여행자원을 만끽하게 해주는 최고의 혜택이다. 여행만족도는 아시아 1위이며 국내 어디보다도 높다.

국내여행 산업은 큰 위기에 처해있고, 1차적인 피해는 요식업이 될 것이다. 국내여행 경쟁력과 여행심리의 회복은 ‘먹거리’의 질과 가격에 대한 신뢰 회복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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