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이명철 사례뉴스 편집국장
인텔에서 태동해 구글에 이식되고 이후 실리콘밸리 전체로 확산된 성과관리 기법인 OKR, 최근 국내의 기업들도 'OKR 방식'으로 일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먼저, OKR에서 'O'는 Objective의 앞글자로 목표를 말합니다. 3개월 동안 달성할 목표를 적는 것입니다. <구글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 OKR>이라는 책에서는 '공급업체들에게 고품질의 차 제공자라는 명확한 인식 확립'이라는 목표의 예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대한 목표이지만, 구체적이지도(Specific), 측정 가능하지도(Measurable) 않습니다. 이 목표가 달성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핵심 결과지표들이 필요한데, 이것들이 KR(Key Results)입니다. 책에서는 '재주문율 85%', '직접 재주문 20%', '수익 250,000달러'와 같은 KR들이 달성된다면, 앞에서 제시한 목표(O)가 달성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원대한 목표인 'O'와 핵심결과지표 'KR'가 한 쌍인 것입니다.
그런데... KR 수립, 좀 어렵지 않나요?
그런데, 실제로 OKR을 수립하다 보면,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KR'을 찾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KR 수립을 보다 더 쉽게 할 수 있을까요? 필자가 올해 서로 다른 업종의 회사 다섯 곳을 교육 및 컨설팅하면서 체득한 KR 수립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다음 다섯 가지 방법이 매우 유익합니다.
1. 목표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라.
많은 경우, 목표가 원대하지 않기 때문에 KR을 세우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목표가 도전적이어야 하는데, 이미 목표가 KR의 수준으로 내려와 버린 경우입니다. 위에 언급한 KR 중에서 '재주문율 85%'가 핵심 결과지표(KR)이 아니라 목표(O)가 되어버리면, 담당자는 이렇게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재주문율 85%의 KR이 어디 있어? 그냥 그걸 달성하면 되는 거지!' 목표의 수준을 올려야 쓸 수 있는 KR이 보이기 시작하게 됩니다.
2. 이 액션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가 무엇인지 생각하라.
영업팀에게는 고객 방문이 일상적이면서 중요한 업무입니다. 'A제품 매출 150% 신장'이라는 목표를 가진 영업 담당자가 KR을 '신규 고객 100명 방문'으로 잡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의미가 없는 KR은 아니지만, 정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KR이 되려면, 담당자는 다음 질문을 해봐야 합니다. '내가 고객 방문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물은 무엇일까?' 결과물 중심으로 KR을 고민하다 보면, '신규 고객 100명 방문'이 아니라 '견적 의뢰 100건'과 같은 KR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어떤 다이아몬드 도매업체에서는 이런 질문을 통해 '거래처 5곳 방문'이라는 KR을 '거래처와 샘플 제작 2건'과 같이 바꾼 사례가 있습니다. '샘플 제작'이 좀 더 실제 거래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방문'이라는 KR을 가진 사람은 시간을 잘 맞춰두고, 거래처를 방문하면 그만이지만, '샘플 제작'이라는 KR을 가진 사람은 전혀 다른 전략과 에너지를 가지고 일을 하게 됨은 물론이지요.
3. 목표가 달성되었을 때의 모습들을 상상하라.
'공급업체들에게 고품질의 차 제공자라는 명확한 인식 확립이 된다면, 우리 회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숫자들을 가지게 될까?' 이렇게 거꾸로 질문하면 KR을 찾는 데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KR을 찾는 것이 아니라, 목표가 달성되면 볼 수 있기를 기대하는 숫자들을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고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쇼핑몰 구축'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이 목표에 도달했을 때, 어떤 숫자들을 달성하기를 기대하는지 생각해 보면 좋습니다. '일일 방문자수 몇 명', '재방문율 몇 %', '객단가 몇 원' 같은 지표들이 KR이 될 수 있습니다.
4. '수비적'인 KR을 인정하라.
매출, 영업이익 같은 지표는 무언가 공격적이고, 멋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주로 '경영지원부서'로 불리는 인사팀, 총무팀, 물류팀 등이 수비적인 역할을 잘 해내지 못한다면, 영업부서가 영업을 못하는 것보다 더 큰 손해를 회사가 입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수비적'인 KR도 인정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A회사의 물류팀은 '오류 없는 주문관리 시스템 구축'이라는 목표 아래 '주문입력 오류 제로', '출고납기 미준수 제로', '발행 계산서에 대한 고객 불인지 제로'라는 KR 세 가지를 정하고 매월 KR 달성을 위한 액션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수비적'인 조직이 '공격적'인 제목을 가질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축구에서 수비수가 골을 넣기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5. 다양한 지표를 공부하라.
성과를 향해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을 해왔고, 그만큼 많은 지표들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서점에서 '핵심성과지표'라는 키워드를 쳐보면 책 몇 권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책이 많지는 않군요!) 지표에 대한 지식이 많을수록, KR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냥 놔둬도 성과를 달성할 것만 같은 인텔, 구글의 직원들도 OKR과 같은 목표 달성 방식이 필요하다니, 한편으로는 격려가 되기도 합니다. OKR을 적용하기까지는 KR 수립 외에도 넘어야 할 언덕들이 조금 더 있지만, 하나씩 정복하여 목표를 달성하고야 마는 개인, 조직이 되어 가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이명철 기자 / 사례뉴스 편집국장
(주)가인지캠퍼스 시니어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