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민족’ 컨셉 강해 직접 상장 등 바라는 마음에 아쉬움 커
‘플랫폼 사업 위력’ 다시 보여주는 빅딜로 글로벌 더욱 가까워져

배달의민족 브랜드로 메이커인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배달전문업체에 전격 인수합병 돼 화제가 되고 있다. ⓒ사례뉴스 

예상치 못한 전개다. 지난 13일 국내 언론들은 한국 스타트업의 신화를 기록해 온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브랜드로 배달 앱 사업을 벌여온 우아한형제들의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가 기업가치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로 국내 인터넷업체 사상 최대 M&A 규모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전격 인수된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독일 배달서비스 전문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는 배달의 민족 국내 경쟁기업들인 요기요·배달통을 운영 중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모기업이라 더 화제가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단 “배민 정도의 사이즈와 단계가 되면 뭐든 하긴 해야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직접 상장을 하든 투자를 유치해서 경쟁자를 인수하든, 아님 글로벌로 사업을 확장하든 다음 목적지를 정하고 페달을 밟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소식을 접하며 “기업이란 멈추는 순간 정체되고, 정체되는 순간 늙어가기 때문에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한다면 원하든 원치않든 더더욱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다”며 “가장 빠른 경쟁자가 나의 속도를 결정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그간 배민의 마케팅 메세지를 섭취하며 함께 자란 국내 유저와 거래처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국민?민족’ 컨셉이 강해서인지 배민이 직접 상장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고, 또 그만큼 아쉬움이 크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반면 IT업계에서는 이번 배민의 사례가 플랫폼 사업의 힘과 가능성을 다시금 인식시켜주는 계기가 되고 있고, 최근 연이은 조원대의 빅딜들을 통해 이제 글로벌은 더욱 가까와지고 딜사이즈는 더 커졌다는 증거들에 자극과 영감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우아한형제들은 아시아 시장에서 더 큰 도전을 하기 위해 M&A를 결정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사진)는 사내 메일에서 "아시아 시장에서 더 큰 도전을 하기 위해 M&A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사진출처=바이라인네트워크]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이번 이슈에 대해 회사 구성원들에게 ‘큰 변화와 도전 – 아시아로 더 크게 나아갑니다’란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이 메일에서 “우아한형제들은 딜리버리히어로와 함께 아시아 시장에서 더 큰 도전을 하기 위하여 M&A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로 인해 우리 회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상장한 회사가 된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그간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회사를 지키기 위한 강한 리더십과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식시장의 상장과 신규투자유치, 그리고 글로벌 기업과의 연합 등 다양한 경우를 고민하고 시장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번 결정을 내리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딜리버리히어로와의 협상을 통하여 우리 회사는 더 큰 기회를 얻고 더 강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며 “저와 주요 경영진은 딜리버리히어로의 아시아 지역을 경영하게 된다”고 밝혔다. 현재 딜리버리히어로가 진출한 아시아 국가로는 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이 있다. 김 대표는 “우리가 한국, 베트남을 포함해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를 책임지게 되고, 남아있는 아시아의더 많은 국가들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배민은 아시아 시장에 전격 진출하게 됐다. 사진은 이번 인수합병과 관련된 향후 우아한형제들의 운영구조. [이미지 출처=벤처스퀘어]

이에 따라 향후 배민은 단일국가에서는 가장 주문수가 큰 한국에서 그동안 쌓은 수많은 노하우들을 아시아 전역에 펼쳐나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이제 우리는 <아시아 고객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라는 미션을 수행한다”며 “저는 가지고 있는 주식 대부분을 딜리버리히어로 주식으로 교환하여 딜리버리히어로의 경영진 중 가장 많은 주식을보유한 대주주가 돼 그룹 전체의 중요한 의사결정에도 함께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번 M&A로 어쨌든 배민은 세계 1위의 푸드딜리버리 서비스를 하게 됐다. 현재 세계 푸드딜리버리 서비스 시장에서는 수많은 회사들이 인수 합병을 통해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큰 회사는 이번에 배민을 인수한 <딜리버리 히어로>다. 김 대표는 “국내 1위를 넘어 세계 1위 푸드딜리버리 서비스의 일원이 된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직원들을 설득하고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번 인수합병에도 김봉진 대표를 비롯한 우아한형제들의 주요 경영진은 주요경영진은 모두 그대로 남아 함께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우아한형제들’과 ‘배달의민족’ 등 지금의 회사 이름, 서비스 명, 비전, 복지와 인사정책들도 일단 그대로 승계된다. 김 대표는 “딜리버리히어로는 우리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존중하고 있다”며 “모든 것은 현상태를 유지할 것이며 오히려 이런 노하우를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에 전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獨기업이 배달앱 싹쓸이…골목상권 상인·소비자들은 비용?수수료 오를까 우려 커

이번 배민의 인수합병 이슈로 골목상권 상인·소비자들은 비용?수수료가 오르는 문제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번 배민의 인수합병으로 누구보다 우려가 큰 사람들은 골목상권 상인들과 소비자들이다. 우선 소상공인들은 우리나라에서 먹는 걸로 장사하려면 배달 서비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데,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이 모두 한 그룹이 되니 이들의 ‘무소불위 권력’ 견제가 어렵고 수수료가 오르게 될 것이 뻔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배달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요기요와 배달의민족이 사실상 한 독일기업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 배달 대행 업체들과 직접 계약을 맺는 가맹본부·가맹점주들은 시장 내 경쟁 구도가 사라진 만큼 수수료나 광고비 인상이 이전보다 잦아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가맹점 비용 부담 증가가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도 배달 시장 독점에 따른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달의민족이 광고비 비중을 줄이고 수수료 장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요금 체계를 개편했는데 이는 요기요 운영 방식과 같다. 결국 몸통이 하나나 마찬가지인 두 기업이 수수료율을 어떻게 책정하든 가맹점주들은 선택지가 없으니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출처=비즈니스워치]

실제로 이달 초 배달의민족은 내년 4월부터 입점 음식점에 대한 요금 체계를 바꾸겠다고 밝힌바 있다. 현재 애플리케이션 화면 상단에 나타나는 `오픈리스트`를 `오픈서비스`로 바꾸고 노출되는 업체 개수를 3개에서 무한대로 바꾸겠다는 것. 오픈서비스는 배달 주문 1건당 5.8%를 수수료로 내는 과금 체계다. 광고 노출로 대부분 수익을 창출해 왔던 기존 방식에 변화를 줬다.

 

결국 배달의민족 측에선 오픈서비스 수수료율이 업계 최저 수준이라고 홍보하지만 절대적 수치 자체가 점주들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광고 중심인 요금 체계에선 점주들이 원하는 만큼만 `깃발(매장 위치 표시)`을 신청하고 월정액을 지불했는데, 이젠 제품을 파는 족족 비용이 나가니 장사가 잘돼도 걱정이다. 또한 최근 요기요가 치킨 프랜차이즈 3곳, 피자 프랜차이즈 1곳과 중개수수료를 1%포인트 가량 올리는 방안에 대해 협상 중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배달의민족 수수료도 인상될 것이라는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배달의민족을 이용하는 한 소상공인은 "배달 서비스를 포기할 순 없으니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판매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또 다른 피해자가 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중개수수료 책정 기준 등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할인쿠폰 등 고객들에게 주어진 실질적 혜택도 줄어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그간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입점 음식점을 앞다퉈 늘리는 과정에서 서로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등 경쟁을 벌이기도 했는데 앞으로는 이런 점이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제2의 배민’이 나오려면 국내 투자금 회수 시장인 기업공개와 M&A가 활성화 돼야

[이미지 출처=KBS]

이번 사태를 두고 벤처업계는 호평이다. 김봉진 대표가 이끄는 우아한형제들이 이번에 ‘대박’을 터뜨렸다는 평가다. 하지만 ‘제2, 제3의 김봉진 신화’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제2 벤처붐’을 말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혁신생태계는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우선 우아한형제들 같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려면 자유로운 창업이 보장돼야 한다. 현재는 규제 때문에 시장에 진입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너무 많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로 ‘임시허가’ ‘실증특례’ 등의 길을 터주고 있다고 말하지만, 기간이 제한돼 시장에서 본 사업을 벌이기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지금의 규제 방식으로는 스타트업이 다양해질 수 없을 뿐 아니라 미국 중국 이스라엘 등이 자랑하는 신기술 기반의 ‘테크 스타트업’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주장하듯, ‘안 되는 것 말곤 다 되게 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를 바꿔야 한다.

중기벤처기업부가 지난 1월 개최한 ‘벤처투자 2018 동향과 2019년 계획 발표’ 현장의 모습. [사진출처=중기이코노미]

벤처투자 시장의 선진화도 필요하다.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죽음의 계곡’을 숱하게 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게 벤처투자다. 정부는 올해 벤처투자 자금이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여전히 모태펀드 등 정책금융 의존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금융이 연간 500조원을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간투자가 벤처 쪽으로 대거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투자와 함께 벤처 경영을 지원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성을 갖춘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의 숨통을 터줄 필요가 있다. 벤처기업이 3만7000개를 넘어섰다지만 이 중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은 기업은 5%도 안 된다. ‘될성부른 기업’의 돈 걱정을 덜어줄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제2의 배민’이 나오려면 투자금 회수 시장인 기업공개와 M&A도 활성화 돼야 한다. 현재 미국의 나스닥 활황과 달리 한국 코스닥은 오히려 후퇴하는 상황이다. 코스닥은 일단 진입요건이 복잡한 점과, 미래 성장성보다 재무 실적을 더 따지는 낡은 체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이 크다. 미국에서는 투자금 회수에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M&A도 그렇다.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국내에선 M&A에 나서기 어렵다. M&A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어려우면 창업과 투자 의욕도 꺾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국내에서 배민과 같은 성공사례는 극히 드물게 나타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사례뉴스는 비즈니스의 다양한 사례를 공유합니다. 출처를 표기한 다양한 인용과 재배포를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