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역시 우리가 이루어 놓은 좋은 기록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에 남긴 기억으로 평가하실 것이다

편집 주간 칼럼 : 방선기 목사 (직장사역연합 대표)

[출처=이미지 투데이]

초등학교 성적표에는 수·우·미·양·가 와 나에 재능이나 기질에 대한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중학교 이후로 성적표에는 점수 숫자 혹은 등수 숫자가 있었다. 내가 공부를 한 목적은 이 기록을 높이려는 것이었다. 대학의 성적표는 A B C 등의 평가만 있었다. 그리 별로 좋지 않았다. 가만히 우리들의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성적표에 좋은 기록을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릴 때부터 좋은 학교를 가려고 애쓰고, 나이가 들어서 좋은 직업을 가지려고 애쓰고 승진하려고 애쓴 이유를 가만히 살펴보면 경제적인 문제 외에 이력서에 좋은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그리고 성적표나 이력서의 기록 내용은 괜찮으면 괜찮은 사람으로 생각한다. 이렇듯 사람들은 자기에 대한 좋은 기록을 통해서 자신을 인정한다.나의 경우, 구글에 내 이름을 쳐보면 나를 소개하는 내용이 있다. 거기에 기록된 내용은 내가 지금까지 한 일과 이루어 놓은 들이다. 그것들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들 중에는 신문이나 미디어에 그럴듯하게 기록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꽤 자부심을 느낀다. 좀 더 포부가 큰 사람은 역사에 기록되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하는 수고와 노력은 결국 자신에 대해서 좋은 기록을 남기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사람들은 다 이런 기록들을 통해서 알게 된다. 그러니까 이런 기록이 꽤 중요하기는 하다. 사람들은 좋은 기록을 남기려고 평생 수고를 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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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람들은 자기에 대한 좋은 기록을 남기기 원하는 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는 데는 관심이 덜 한 것 같다. 사람들은 의식하든 못 하든 어떤 사람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좋은 기억을 가지게 되기도 하고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기억이 뚜렷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억이 좀 희미한 사람도 있다. 어쨌거나 한 사람의 삶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다. 물론 그 기억은 다양하다. 좋은 기억도 있지만 안 좋은 기억도 있다. 그러나 이런 기억들을 모아 놓으면 그것이 바로 그 사람의 전체 모습이 된다.

 

사람은 자기의 삶이 기록으로 남는 것을 알지만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는지 잘 모른다. 그런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 좀 생각을 하더라도 그들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할 것인지에 대해서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신은 다른 사람에 대해서 기억하면서 다른 사람이 자기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기억하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는 순전히 자기의 기억에 남는 것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그런 평가를 하리라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

 

주변의 가족·직장 동료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는지는 정말 중요하다

물론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내가 정확한 것은 아니다. 나에 대해서 잘못 기억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나를 다 모아보면 그것이 내가 된다. 어찌 보면 내가 생각하는 나보다 그것이 더 진짜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는지는 정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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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남는 기억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은 역시 부모지만 부모의 기억은 심각하게 여기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그들은 자녀에 대해서 무지무지한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역시 배우자나 자녀들이다. 배우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이다. 아무리 위대한 일을 해서 좋은 기록을 남긴 사람도 배우자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지 못했다면 진짜 좋은 사람은 아니다.

 

반면 아무리 사람들에게 위대한 사람으로 존경을 받더라도 자녀들에게 좋지 않은 기억만 남겨주었다면 그는 진짜 위대한 사람은 못된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체로 가족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지 못하는 사람은 그리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어떤 위대한 기록을 남기기보다 가족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도록 해야 한다.

 

직장 내에서는 윗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는지에 대해서 많이 관심을 갖는다. 그것이 승진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부하직원이나 동료들의 기억에 어떤 사람으로 남느냐이다. 지금 내 놓은 성과는 일시적으로 자신을 형성한다. 그것은 윗사람들에게 금방 알려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 성과는 효력을 상실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 사람들의 기억에 남겨놓은 자신은 계속 남는다. 그 기억은 그 강도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강화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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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과거에 함께 있었다가 지금은 멀어진 사람들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느냐 이다. 멀어져서 서로 자주 보게 되지 않으면 기억이 사라지리라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에게 옛 기억은 더 생생하게 남는다. 특히 좋지 않은 것은 더 잊지 않는다. 같이 있는 사람들의 기억은 자주 접해서 수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헤어진 사람의 기억은 그때로 끝나기 때문에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헤어질 때 잘 헤어지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수많은 기억들이 흩어져 있기 때문에 실감하지 못한다. 그러나 사실 그것들이 모여서 나를 형성한다. 적어도 나의 대한 평가를 형성한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어떤 기억을 하고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관심이 있더라도 막연히 좋은 기억을 하리라고 아주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조금 이야기를 해보거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만약에 좋지 않은 기억이 있을 것 같으면 가능한 한 그것을 좀 풀 필요가 있다.

 

결국 사람들은 마음 속에 남은 좋은 기억으로 우리를 평가한다

내가 남긴 기록과 기억이 다 나에 대한 것이지만 이 둘은 많이 다르다. 첫째로 나에 대한 기록은 나의 겉모습이다. 나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이 나의 실체다.  패션 모델이 모델로 찍힌 사진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은 이것을 나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것은 나 자신이 아니라 사람들이 상업용으로 만든 나라고 했다. 그리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게 진짜 나라고 했다.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성적표나 이력서에 기록된 나, 신문이나 구글에 기록된 내용은 나에 대한 사실들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나는 바로 나 자신이다. 그것이 진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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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모든 기록은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기억은 눈으로 볼 수 없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기록은 중요하게 여기지만 자신에 대한 기억은 그리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 보이는 기록의 효과는 내 눈으로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는 보이지 않는 기억은 내가 알 수도 없고, 통제할 수도 없다.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전해질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니까 실제로는 사람들 마음 속에 남은 나에 대한 기억이 훨씬 더 중요하다.

 

셋째로 가만히 생각해보면 모든 기록은 결국의 과거 이야기이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남는 기억은 현재의 이야기이다. 시간이 갈수록 기록의 중요성은 점점 약해진다. 젊은 시절에는 성적표가 중요했지만 지금 내게 아무 의미가 없다. 이력서는 꽤 오래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도 나이가 들면 아무 것도 아니다. 잠시 기분 좋게 할 수 있지만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느냐는 것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중요하게 된다. 결국 사람은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지위에 있었냐는 것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고 인정하고 존경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시야를 마지막 심판 때로 옮겨보자. 하나님은 마지막 날에 우리를 심판할 때 몸으로 행한 대로 심판하실 것이다.(고후5:10) 물론 예수를 믿는 사람은 멸망에 이르는 심판을 받지는 않겠지만 행함에 따라 받는 평가는 피할 수 없다. 이때 우리가 남긴 좋은 기록을 많이 보실까? 우리가 남겨놓은 기억을 많이 보실까? 마태복음에는 열매를 보고 심판하신다고 했다. 주님은 주의 이름으로 많은 일을 했다는 사람들을 향해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내게서 떠나가라.”고 하신다.(마7:22) 좋은 기록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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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은 심판 날에 하나님 앞에서 자기가 내 놓을 것은 성도들이라고 했다. 그들이 자신들의 영광이요 기쁨이라고 했다. (살전2:19-20) 하나님 앞에서 자기가 이룬 일보다 자기가 함께 했던 사람들을 내 놓겠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자기가 어떤 기억을 남겼는지를 가지고 심판을 받겠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가 남긴 좋은 기록으로 우리를 평가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은 좋은 기억으로 우리를 평가한다. 하나님 역시 우리가 이루어 놓은 좋은 기록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에 남긴 기억으로 평가하실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좋은 기록을 남기려고만 한다. 이제 좋은 기억을 남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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