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민 고투조이(Go2Joy) 대표 “베트남의 ‘야놀자’, ‘여기어때’ 만드려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이들보다 더 진일보한 서비스 제공하죠”

변성민 고투조이(Go2Joy) 대표. ⓒ사례뉴스

“사업 초기 호텔 업주로부터 예약 수수료를 낮춰주지 않으면 해약하겠다는 으름장을 듣고 고민했었습니다. 저희 사업의 기반이 되는 예약수수료를 한번 낮춰주기 시작하면 모든 호텔들이 다 수수료를 낮춰달라고 하게 될 것이 뻔하고 그렇게 되면 사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되어 고민 끝에 수수료를 낮춰줄 수 없다고 했고, 결국 그 호텔은 해약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2주 후에 그 호텔이 다시 계약을 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기존 저희 수수료율 그대로요. 저희 서비스가 호텔에 가져다 주는 가치가 입증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왜 베트남에는 야놀자, 여기어때 같은 서비스가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실제 현재 베트남 로컬 호텔예약 서비스 중 1천개가 넘는 가장 많은 호텔과 23만명에 이르는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로컬 숙박예약 서비스 ‘고투조이(Go2Joy)’의 변성민 대표는 창업이후 가장 보람 있었던 생생한 순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당시 저한테 수수료율을 낮춰서라도 호텔을 잡아야 한다고 했던 직원들도 모두 깜짝 놀랐고, 자신들도 몰랐던 저희 서비스의 밸류를 직접 체감할 수 있었던 사건”이라며 “그 이후로 직원들도 고투조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고투조이는 현재 한국에 모회사 ㈜고투조이가 있고, 베트남 자회사인 ‘Go2Joy Vietnam JSC’ (Joint Stock Company)가 베트남 투자청에 정식 등록된 외투법인으로 완전한 법적지위를 갖춘 형태로 베트남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변성민 대표는 “베트남 로컬호텔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해 내겠다는 각오로 ‘New Trend Creator in Vietnam’이라는 슬로건을 회사 유니폼에 새겼다”고 말했다.

사례뉴스와 인터뷰중인 변성민 대표. ⓒ사례뉴스

여행자용 호텔과는 다른 마켓인 고투조이의 주 타겟 ‘내국인용 호텔 시장’은 베트남 전국에 2만7천개의 1~2성급 호텔과 한국의 예전 여인숙과 비슷한 Nha Nghi (냐 응이)라는 숙박 업소가 인구 1억에 달하는 베트남 내국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8년 기준 이미 이 시장은 연간 3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변 대표에 따르면 고투조이가 진입하기 전까지 디지털 이노베이션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미개척 시장이었다고 한다.

 

“저희 서비스는 한국의 야놀자 대실예약보다 더 진일보한 1시간 단위 예약이 가능해요. 또한 12시간 숙박예약 기능도 갖추고 있는데, 이는 베트남 시장이 이미 이런 시간당 예약과 12시간 예약이 활성화된 시장이었기 때문에 이를 처음부터 반영해서 개발 했습니다.”

 

이렇게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고투조이는 지난 2019년 약 3억5천만원의 거래액을 기록했으며, 매월 평균 20% 이상 성장을 계속해 오고 있다. 회사의 수익모델은 호텔로부터 예약수수료 15%를 받는 것이다. 최근엔 앱 내 광고에 대한 수익모델도 추가 했다. 직원은 현재 한국에 4명, 베트남에 26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한국에는 충무로 사무실과 역삼동 팁스(TIPS)타운 내 개발팀 근무 공간이 따로 있다. 베트남에는 호치민을 본부로 하노이에 북부 영업을 위한 지사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올해는 중부지역으로의 본격적인 확장을 위해 다낭에 추가로 사무실을 개설할 계획이다.

 

역동적인 베트남 시장의 매력에 반한 한국 주재원의 창업…이직 잦은 베트남 인력 시장 특성 감안해 회사의 시스템으로 뒷받침하는 경영 방침 정해

변성민 대표와 고투조이 베트남 현지 직원들의 모습. ⓒ사례뉴스

“지난 2001년부터 SK텔레콤의 주재원으로 베트남에서 4년반을 근무했었어요. 당시 역동적인 베트남 시장에 기회가 있음을 느끼고 다시 베트남과의 인연을 모색하다가 2009년에 다른 외국 회사의 베트남 지사장으로 돌아와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2년간 베트남 3대 통신사를 대상으로 솔루션 사업을 추진하다가 호주 법인장을 맡게 되어 호주로 갔어요. 1년간 호주 시장을 경험하며 안정적이지만 역동적이지 않고 성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들어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2012년에 베트남으로 다시 돌아와 본격적으로 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변 대표는 창업 당시 모바일 앱 사업으로 베트남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기본 방향은 정했지만,이와 연관된 일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 우선 베트남 개발자를 먼저 채용했다. 그는 “모바일 앱 외주개발 사업부터 시작했다”며 “3년 반 동안 30개 이상의 외주 프로젝트를 하면서 외주개발과 자체 서비스 준비를 병행하는 것은 힘들다는 판단이 들어 외주사업을 접고 2016년 하반기부터 독자적인 서비스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투조이’의 출발점이었다.

 

물론 쉽지 않은 상황이 많았다. 특히 개발자 출신이 아닌 변 대표가 스타트업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베트남 개발자를 데리고 자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에 자신감이 없어서 ‘직접 모셔왔던’ 한국인 CTO가 1년 만에 회사를 그만 뒀을 때는 ‘사업을 접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였다. 변 대표는 “당시 직접 서비스 개발의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하며 개발팀의 프로세스와 일정을 하나씩 잡고 상품을 개선했다”며 “이 과정에서 저 스스로의 기술 관련 이해도도 일취월장했고 결과적으로 서비스의 모든 부분을 다 속속들이 이해하고 조직 전체를 장악하는 계기가 됐다”고 반전 스토리를 들려줬다.

고투조이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례뉴스

“투명하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저희 회사의 근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베트남에서 베트남 인력과 15년간 일해 본 경험상 커뮤니케이션 오류에서 오는 시간, 돈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더라구요. 그래서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처음부터 사내 인트라넷을 도입해 모든 업무와 커뮤니케이션을 ‘눈에 보이게’ 관리해 왔습니다. 현재는 모든 팀의 업무 일정을 ‘간트차트’로 서로 공유해 개발팀과 마케팅팀이 서로 일정을 맞추고, 마케팅팀과 영업팀이 일정을 맞추는 등 일정 불일치로 오는 낭비도 줄이고 있습니다”

 

변 대표는 고투조이가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핵심가치를 ‘소통’의 관점으로 설명했다. 그는 “아직 스타트업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베트남 구성원에게 ‘도전’과 ‘열정’ 등을 강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스톡옵션보다 당장 급여인상을 훨씬 더 선호하는 베트남 인력에게 스타트업의 희생 후 높은 보상 ‘가능성’은 별로 고려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현지 인력시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래서 변 대표는 소수 뛰어난 인력의 ‘열정’을 통한 성장 드라이브가 아닌 일반적인 베트남 인력들이 잘 적응해서 일 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채용의 방향을 잡았다. 또한, 이직이 잦은 베트남 인력 시장의 특성상 인력 개개인에 대한 의존성을 최대한 낮추고, 회사의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회사의 경영 방침을 설정했다. 고투조이는 현재 베트남 중간 관리자가 이 시스템을 자신의 팀원의 업무를 관리하는 효율적인 도구로 활용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사용자 주변 호텔들 비교할 수 있게 해 주는 ‘정보’ 기능이 고객들에게 크게 어필…”사업 성공의 목적지로 향해하는 배의 항로가 꼭 하나는 아냐“

변성민 고투조이 대표. [이미지 출처=한국기업가정신]

“우선 사용자 주변에 있는 호텔들을 각각 비교해볼 수 있게 해주는 ‘정보’ 기능이 고객들한테 제일 크게 어필한 부분이었습니다. 고투조이가 시장에 선보이기 전까지 베트남에는 야놀자 같은 모텔 정보를 미리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그냥 주변에 보이는 호텔 또는 가본 주변 사람이 추천하는 호텔을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내부 상태 및 서비스, 그리고 불투명한 가격에 실망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습니다.”

 

변 대표는 고투조이의 결정적인 현지 성공 비결에 대해 이같은 배경을 설명하며 “고투조가 시장에 등장한 이후 자기 주변 여러 호텔의 내부 사진과 가격, 위치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며 “무엇보다도 다른 베트남 사용자들이 남긴 평점과 후기를 확인할 수 있게 됨으로써 호텔에서 홍보하는 내용이 아닌 좀 더 객관적인 호텔 이용객의 평판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 고객 신뢰로 이어졌다”고 비결을 밝혔다. 거기에 더해 투명한 마일리지 포인트 제도, 호텔별 스탬프 시스템 도입등으로 할인 쿠폰 없이도 꾸준히 고투조이에 재예약을 하는 사용자층이 증가하고 있다.

 

고투조이는 올해부터는 호텔 인벤토리 확대와 글로벌 사용자 기반 확보를 통한 예약 수수료 기반의 OTA(온라인 여행사) 사업이 아닌, 호텔 산업의 벨류 체인에 직접 진입해 혁신을 통해 시장이 전체 ‘파이’를 키우는 종합 부가가치 사업자로 자리매김 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변 대표는 “단기적으로 베트남 내 온라인 숙박중개 시장의 압도적인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오프라인 호텔 산업 직?간접 진출과 더불어 호텔객실관리 시스템까지 개발해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고투조이 숙박앱의 모습. [이미지 출처=한국기업가정신]

“저는 실제 사업을 하는 경영자가 ‘자기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많은 성공과 실패 사례가 있지만, 그런 성공 사례를 따라 한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실패한 사례가 있다고 해서 그런 사례는 무조건 피하는 것이 성공을 보장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 사업을 성공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항해하는 배라고 가정한다면, 그 곳에 도달하는 항로가 꼭 하나 뿐은 아닐 것입니다.”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온 고투조이의 ‘선장’인 변 대표는 “다른 배들이 아직 많이 다니지 않은 새로운 어장을 향해 가고 있다면 좋은 것”이라며 “다른 성공한 항로와 배가 꼭 이 어장에서도 똑같이 성공한다는 보장을 할 수도 없다”고 비유적으로 자신의 사업에 대한 철학을 설명했다.

 

그는 “저는 지금 베트남 모바일 산업이라는 새로운 바다에서 내수 숙박시장의 디지털 혁신이라는 새로운 어장을 찾아가는 배를 책임지고 있는 선장”이라며 “누가 미리 항로를 개척해 놓지 않은 바다 위를 헤치면서 항해하고 있다. 다른 배가 성공한 항로는 참고는 해야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가 지금 항해하고 있는 바다와 제가 타고 있는 배를 더 깊이 이해하고 그에 맞게 운항을 함으로써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도 그는 고투조이와 함깨 ‘이 바다’ 위를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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