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적 동기를 유발하는 방법이 가장 쉬워 보이나 효과의 지속성은 길어야 3개월
구성원들의 마음, 즉 내적 동기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
다니엘 핑크, "'당근과 채찍'은 인간의 창의성을 파괴"

한 노인의 집 앞 공터에는 날마다 아이들이 모여 시끄럽게 놀았다. 조용히 살고 싶었던 노인은 아무리 혼을 내서 쫓아내도 틈만 나면 다시 오는 아이들을 쫓아내고자 방법을 찾았다. 어느 날 노인은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1만 원씩을 쥐여줬다.

매일 그렇게 하다가 며칠 후에는 금액을 5,000원으로, 또 며칠 후에는 1,000원으로 줄였다. 나중에 아예 돈을 주지 않았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더는 공터에 오지 않았다. 아이들은 왜 공터에 놀러 오지 않느냐는 질문에 "돈도 안 주는데 뭐하러 거기 가서 놀아요?"라고 대답했다.

거의 모든 심리학 관련 서적에 등장하는 이 사례는 '내적 동기 Intrinsic Motivation'와 '외적 동기 Extrinsic Motivation'를 잘 설명해준다.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 데는 분명 동기가 있다. 자기들이 원해서 놀 때의 내적 동기가 돈을 받으면서부터 점차 외적 동기로 바뀐 것이다. 그러고 나서 더는 돈을 받지 않게 되자 동기 자체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가? (출처=이미지투데이)

어느 날 좋아하는 수학 문제를 푸느라 몇 시간째 책상에 앉아 있는 딸아이에게 물었다. 

"넌 수학이 그렇게 재미있니?"
"응, 문제 풀고 답을 맞히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
그런데 어느 날은 특이하게도, 가장 싫어하는 사회과목을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러는지 물었더니 딸아이 대답이 이랬다.
"지난번에 사회 시험을 잘 못 봤는데 이번에 100점 맞으면 엄마가 스마트폰 바꿔준다고 했단 말이야."

아이를 키우는 것은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를 적절히 버무리는 일이다. 물론 결론적으로 말하면 내적 동기가 외적 동기보다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자신이 좋아서 비싼 돈 내고 치는 골프와 어쩔 수 없이 접대를 위해 치는 골프의 만족도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창작 활동 자체가 행복해서 붓을 잡는 화가는 내적 동기가, 돈과 명예 때문에 붓을 잡는 화가는 외적 동기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의 내적 동기는 무엇일까? (출처=이미지투데이)

열망을 끌어내는 방법

"이번에 성적이 오르면 새로운 태블릿 PC 사줄게."
"매출이 전년 대비 10퍼센트 오르면 전 부서원 동남아 여행을 보내주겠다."
"이번 수주만 따낸다면 수고한 모든 직원에게 특별 인센티브를 지급하겠습니다."
"우리 반 평균 성적이 오르면 한 달 동안 야간 자율학습 면제해 주겠다."

우리는 이렇게 외적 동기를 유발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그것이 가장 쉬워 보여서다. 결정권자가 의사결정만 하면 되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회사에서든 그 효과가 지속되지 못한다. 특히 회사에서 돈을 많이 주는 방법은 효과가 길어야 3개월이라고 한다.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내적 동기를 건드려야 한다.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구성원들을 존중하고 자부심을 길러주며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것, 즉 마음을 건드리는 것과 관련된다.

회사는 백화점이나 병원 등에 청소와 경비 업무를 아웃소싱해 주는 업체로, 직원 존중을 실현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자사에 속한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호칭을 따로 정했다.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아주머니들을 아줌마가 아니라 '사모님'으로, 건물 경비를 담당하는 분들을 아저씨가 아니라 '선생님'으로 부르기로 한 것이다.

더 나아가 건물 안에 환경미화원들을 위한 쉼터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는 곳에만 직원들을 파견한다. 그러니 모두 자부심과 애사심이 높으리라는 점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니엘 핑크, "'당근과 채찍'은 인간의 창의성을 파괴한다"
다니엘 핑크, "'당근과 채찍'은 인간의 창의성을 파괴한다"

세계적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는 "외적 동기를 대변하는 '당근과 채찍'은 인간의 창의성을 파괴한다"고 단언한다.

단순 반복적인 일을 하던 과거에는 당근과 채찍이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했지만, 지금 같은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내적 동기를 강화해야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내면에서 우러나는 무엇인가를 동기로 삼아 행동할 때 돈으로 보상을 하게 되면 기꺼이 하고 싶어 하는 내적 동기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금전적인 동기가 비금전적인 동기를, 즉 외적 동기가 내적 동기를 축출하는 것이다.

좋은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비록 사회 공헌이나 봉사를 하더라도 그것이 직업이라서, 남들이 보니까 하는 경우는 외적 동기에 의한 행위다.

이럴 경우에는 스트레스로 여겨진다. 그러나 내적 동기에 의하면 누군가에게 베푸는 친절과 선행을 통해 기쁨을 느끼게 되고 몸의 면역력도 높아지는 '테레사 효과 The Mother Teresa Effect'를 경험하게 된다.

남을 도운 후의 행복감과 포만감을 의미하는 'Helper's high'도 느낄 수 있게 된다.

진정한 리더는 일의 의미를 가르친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조직에서는 구성원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그것은 당근과 채찍으로 상대의 마음을 잠깐 움직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상대가 스스로 움직이고 싶게끔 만드는 고도의 전인격적인 작업이다. 자녀와의 소통도 마찬가지다.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아이를 보면서 답답하더라도 "공부 좀 해!"라고 닦달하기보다는 아이가 가진 꿈을 같이 나누고 그 꿈을 이뤄가기 위한 과정을 설명해야 한다. 진정한 리더는 단순히 일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의 의미를 가르치는 사람이다. 내적 동기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다.

조선의 임금 중 누구보다 혁혁한 업적을 자랑하는 세종대와의 신하들 가운데는 격무로 과로사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유서를 보면 공통적으로 그들이 얼마나 보람 있고 즐겁게 일했는지를 알 수 있는 내용이 발견되었다. '왕은 내 말을 다 들어주었다'라는 것이다.

글. 이주형 (후성그룹 HR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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