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식 상대평가제도는 기업 내부 협업 방해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잃어버린 10년' 보냈다
상대평가제도를 버린 기업들...스포티파이?넷플릭스?현대기아자동차?SKT?토스?화해
기업 특성에 따라 다양해지는 평가?보상제도...공통점은 "성과 리뷰(피드백)의 절대적인 양 증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중들은 ‘오징어게임’을 “현대 사회 극한 경쟁의 축소판”이라고 평가하며 ‘오징어게임’에 열광하고 있다. ‘오징어게임’은 경쟁 사회 속 인간의 군상을 그려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오징어게임’은 상금 456억원이 걸린 데스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경쟁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게임 주최자는 참가자들의 경쟁을 심화시킨다 (사진출처: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게임 주최자는 참가자들의 경쟁을 심화시킨다 (사진출처:넷플릭스)

극중 ‘오징어게임’은 한 명이 탈락할 때마다 상금 1억원이 쌓이고 최후의 1인이 상금을 모두 가져가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오징어게임’의 주최자는 의도적으로 참가자들 간의 경쟁을 부추긴다.

둘 중 한 명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게임을 진행하거나, 참가자들에게 일부러 적은 양의 음식을 제공하여 참가자들이 서로 음식을 뺏도록 한다. 약자들을 빨리 떨어뜨려 강자들만 살아남게 하고, 참가자들이 서로 협력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오징어게임’식 상대평가제도의 결과는 ‘잃어버린 10년’

기업 내부에서도 ‘오징어게임’식 상대평가 제도는 내부경쟁을 심화시켜 동료와의 협업을 방해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택랭킹(stack ranking) 때문에 ‘잃어버린 10년’을 보냈다. 

스택랭킹(stack ranking)은 임직원을 상위 20%, 필수 70%, 하위 10%로 나누는 상대평가식 성과평가 제도다. 상위 20%에게는 보너스, 스톡옵션, 승진 등으로 보상을 제공하고, 필수 70%에게는 상위 20%에 들어가도록 독려한다. 그리고 하위 10%의 직원들은 기업에 필요 없는 존재들로 인식하고 해고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택랭킹이 구성원들의 경쟁 심리를 자극해 성과를 창출하고 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며 스택랭킹을 도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상대평가제도 때문에 '잃어버린10년'을 보냈다(사진출처:REUTERS)
마이크로소프트는 상대평가제도 때문에 '잃어버린10년'을 보냈다 (사진출처:REUTERS)

그러나 직원들은 일에 대한 즐거움을 상실하고 정서적?경제적 압박감을 받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연연했고 사내 정치가 판을 쳤다. 직원들은 상품 중심이 아닌 인사고과를 중심으로 자신의 하루를, 1년을 계획했다. 직원들에게는 기업의 이익이 아닌 6개월 간의 개인 성과가 훨씬 중요해졌다. 자신의 성과 순위가 낮아질 것을 우려해 고성과자가 팀으로 합류하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장에서 퇴보하고 애플과 구글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 2012년 미국 잡지사 Vanity Fair는 이 기간을 ‘마이크로소프트의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칭하며 스택랭킹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내가 인터뷰를 했던 현직, 전직 직원들 ‘전부’가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파괴적인 프로세스로 스택랭킹을 꼽았다.” – 취재기자 커트 아이켄월드(Kurt Eichenwald)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상대평가를 전면 폐지했다. 이후 새로운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사내 협력을 강조하면서 조직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절대평가 제도인 ‘커넥트 미팅(Connect Meeting)’를 도입했다.

커넥트미팅 시스템은 관리자와 직원이 연 2~3회 직접 미팅을 하여,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목표로 했던 성과를 잘 달성하고 있는지 논의하는 제도다.

커넥트미팅은 동료와의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팀제 근무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사진출처:unsplash)
커넥트미팅은 동료와의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팀제 근무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사진출처:unsplash)

마이크로소프트는 ‘실적 00% 달성’과 같은 수치 위주 평가 대신 ‘동료를 이렇게 도왔다’, ‘다른 사람의 성과를 활용해서 이런 영향력을 만들었다’와 같은 서술형식 평가를 통해 직원들이 얼마나 협업했는지(Impact) 평가한다.


평가제도 버린 스포티파이(Spotify)와 넷플릭스(Netflix)

많은 글로벌선도기업들은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조직의 특성과 문화를 반영한 평가?보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스포티파이(음악스트리밍기업)는 애자일 문화를 가진 기업이다. 스포티파이 팀들은 변덕스러운 사용자들에게 취향에 맞는 음악, 멋진 플레이리스트, 새로운 콘텐츠, 색다른 청취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스포티파이의 애자일 코치는 스프린트 계획 회의, 회고(retrospectives), 일대일 코칭 등을 실행하여 스쿼드(8명 이하의 팀)의 장애물을 규정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스포티파이는 애자일 문화에 맞게 평가제도를 아예 없앴다. 스포티파이는 직원들이 서로 성과에 대해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1:1 코칭 세션을 일상적으로 지속하도록 권장하고, 연 2회 공식적인 ‘성장 대화’를 하도록 장려한다.

스포티파이와 넷플릭스는 평가제도를 없앴다. (사진출처:unsplash)
스포티파이(Spotify)와 넷플릭스(Netflix)는 평가제도를 없앴다 (사진출처:unsplash)

넷플릭스(OTT서비스기업)도 평가등급을 없앴다.

넷플릭스는 매년 3~4월에 ‘360-degree reviews’를 진행하여 직원들이 동료와 매니저를 피드백 하도록 한다. 이외에도 ‘360’이라는 사내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동료와 매니저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도록 한다.

넷플릭스는 높은 인재 밀도를 유지하기 위해 6개월마다 ‘키퍼테스트(Keeper Test)’를 시행하여 퇴사 인력을 검토한다. 키퍼테스트란 매니저에게 “팀원 중 한 사람이 내일 그만두겠다고 하면 그를 설득하겠는가?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사직서를 수리하겠는가?”를 묻는 것이다. 후자에 해당하는 직원은 해고된다.

넷플릭스는 해고자에게 ‘부검 메일’을 작성하게 하고, 그에게 4개월치 퇴직금을 준다.

평가제도를 혁신에 도전한 국내 기업들...현대기아자동차?SKT?토스?화해

국내 대기업, 유니콘?스타트업들 중 평가제도 혁신에 도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직원육성 관점의 성과관리와 상호협업 문화 조성하기 위해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절대평가제도를 도입했다.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은 조기에 승진이 가능하도록 승진연차 제도도 폐지했다.

SKT는 평가등급을 없애고 'PR&C(People Review & Coaching) 제도'를 상시로 운영한다. 관리자는 Review의 결과를 종합하고 직원의 보상과 승진을 결정한다.

토스(금융플랫폼기업)는 '360도 다면평가'와 'Strike 제도'를 수시로 운영한다. 만약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한 동료들이 한 직원에 대한 마이너스 평가를 HR에 넘기면, HR에서 개인과 면담을 진행한다. 세 번째 HR 면담을 진행한 직원은 삼진아웃으로 해고된다.

토스는 '360도 다면평가'와 'Strike 제도'를 수시로 운영한다. 올해 6월 토스의 기업가치는 8조 원을 넘어섰다. (사진출처:토스홈페이지)
토스는 '360도 다면평가'와 'Strike 제도'를 수시로 운영한다. 올해 6월 토스의 기업가치는 8조 원을 넘어섰다 (사진출처:토스홈페이지)

화해는 핵심가치, 업무 역량, 직무 역량, 협업 역량, 리더십 역량 등을 행동 지표화했다. 직원 본인, 동료, 리더가 각 항목에 대해 피드백하고, 피드백 한 것을 모아 '성장 레포트'를 만든다. 서로의 성장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받는 '피드백 세션'도 한다.

토스와 화해는 OKR을 활용하여 성과를 측정한다. 두 기업은 모두 개인 단위의 평가 제도 대신 집단 성과와 보상을 강조한다. 

기업의 특성에 맞는 평가?보상 제도로 조직 문화 혁신하라

기업의 전략과 조직문화가 다양해지는 만큼 기업의 평가?보상 제도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업들의 새로운 평가제도는 각양각색의 기준과 목표를 갖지만, 성과에 대한 리뷰(피드백)의 절대적인 양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쟁을 심화시키는 '오징어게임'식 평가제도 대신 우리 기업에 맞는 평가제도를 찾아 조직 문화를 혁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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