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에 나오는 갈까마귀는 어리석은 행동으로 뒤늦은 후회를 했다. 과연 그는 어떤 잘못을 저지른 것일까?

"독수리가 높은 바위에서 내려 덮쳐 새끼 양 한 마리를 채갔다. 이 모습을 보고 경쟁심이 생긴 갈까마귀가 독수리를 흉내 내며 숫양을 덮쳤다. 갈까마귀의 발톱이 곱슬곱슬한 양털 속에 박히는 바람에 빠져나올 수 없어서, 이를 지켜보던 양치기에게 잡히고 말았다."

갈까마귀는 무얼 잘못한 것일까?

(사진 출처: 이미지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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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은 분수를 모르고 헛된 망상에 사로잡힌 행동을 지적한다. 나도 학교 다닐 때 이 이야기의 교훈이 거기에 있다고 배웠다. 뱁새가 황새를 쫓는 이야기나 안분지족, 언감생심 같은 말도 연관해서 알게 되었다.

이제 나이 들어 다시 읽은 우화에서 예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을 하나 발견한다. 갈까마귀가 실패한 원인은 혼자서 단독으로 시도했다는 점 말이다.

만약에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더불어 여럿이 달려들었다면 성공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물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우화라는 건 원래 비현실적인 이야기에서 뭔가를 깨달아보자는 것 아닌가.

(사진 출처: 이미지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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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젊어서 내가 독수리와 같다고 여기며 살았다. 이제는 갈까마귀처럼 도시 한 편에서 쓰레기를 뒤지며 먹이를 구하는 시절이라고 해야겠다. 썩은 고기가 아니라 신선한 어린 양의 살점을 죽는 날까지 맛보지 못하고 살지도 모르겠다.

낡은 부리와 무딘 발톱이지만 함께 뜻을 나누고 남은 여정을 동행할 사람은 어디 없는가?

1997년 생 아들이 작년부터 친구와 함께 옷을 만들어 파는 온라인 쇼핑몰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독수리와 같은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즐비한 시장 상황에서 외로운 한 마리 갈까마귀와 같이 매일매일 미비한 성과라도 얻겠다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녀석의 눈밑에 다크써클이 내려와 없어지질 않고, 그걸 바라봐야하는 애비의 가슴 속도 새카맣게 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부디 발톱이 난관에 박혀 전쟁터에서 말라죽지 않기를, 누군가 함께 협업하여 수익을 나눌 수 있는 파트너를 잘 만나서 작은 성공의 열매라도 얻을 수 있기를...

(사진 출처: 이미지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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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사례뉴스 필진기자 에세이스트 김쾌대 작가가 쓴 칼럼입니다. 김쾌대 작가는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대기업 해외 관련 업무를 하다가, 캐릭터 라이센싱과 IT 웹 개발 벤처회사를 창업해서 운영했습니다. 사업이 망한 이후 콘텐츠 마케팅 기획 프리랜서로 활동하다가 나이 오십에 접어들면서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고, 골든아워를 놓치지 않아 죽지 않고 생환했습니다.

이후 글 쓰는 전업작가로 전향하여 시니어를 위한 '치유와 통찰의 글쓰기'를 지향하며 현재 만학도를 위한 ‘진형중고등학교’(서울 소재)에서 글쓰기 동아리반을 이끌며 기회가 닿은 대로 지자체 특강이나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생각보다 잘 지내는 중입니다'와 '컵라면이 익어가는 시간에'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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