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가 마무리 시점에 해야 할 것

개인적으로 다니던 회사와 14번을 헤어졌다. 보통 사람보다 좀 많다. 해고를 당한 경우도 있었고, 이직을 위해 스스로 조직을 나온 경우도 있었고, 회사가 파산한 적도 있었다. 아래 글은 초기 스타트업이 성장하며 엄청난 투자도 받고, 인원도 늘고, 미디어에 주목도 받았다. 하지만 사세가 급속히 기울었고 파산했다.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근원적인 물음, ‘나는 누구인가’ 하고 묻는 것이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서 그때그때 마무리가 이루어진다. 그 물음은 본래 모습을 잃지 않는 중요한 자각이다. -법정스님 ‘아름다운 마무리’-

마무리에서도 자신의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아야 한다.

처음은 의욕적이다. 시작할 때는 꿈과 열정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은 대부분 침체된다. 환희에 찬 마무리는 거의 없다. 경영자라면 마무리도 고민해야 한다. 제2막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회사가 더 크게 성장하고 있다면 어느 시점부터 더 유능한 직원들을 뽑아야 한다. 사업초기 멤버들의 역량으로 풀 수 없는 문제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아프겠지만 그들과 인연을 마무리해야 한다. 또 회사가 파산했다면 직원들과 인연이 어쩔 수 없이 마무리된다.

당신을 배신하고 회사에 치명타를 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당신을 믿고 따랐을 것이다. 그들은 마지막이라고 해서, 또 회사가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당신을 원망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사회가 정말 문을 닫는 그날, 아니 다음날까지도 당신을 믿고 싶을 것이다.

당신이 폭군 같은 경영을 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한 번 인연된 사람과 계속 같이 가고 싶어 한다. 경영자가 완전 똘아이가 아니라면 말이다. 일반적인 사람에게 변화는 더 큰 위험이다.

자신이 다른 곳으로 이직할 수 있을지, 한다면 그곳에서 만날 상사가 어떤 사람일지, 자신이 그 스타일에 적응할 수 있을지 등이 더 걱정이다. 또 이런 것을 생각하는 일은 긍정적이지 않고, 또 유익하지도 않다. 귀찮은 일이다.

직원들과 인연을 마무리할 때 경영자가 신경써야 할 것

직원들과 인연을 끝내야 하는 시점에 경영자는 다음의 자세와 행동이 필요하다. 첫째, 떠나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 한다. 그들이 싫더라도 대표인 당신을 믿고 합류했던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해야 한다. 둘째, 어떤 직원은 향후 당신의 두 번째 버스에 태우고 싶은 사람일수도 있다. 다른 기회가 만들어지면 같이 하고 싶다는 말을 전해라.

여기서 중요한 점은 대표들이 오버하는 경우가 있다. 향후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도 헤어지는 순간 미안하고 어색해서 연출된 달콤한 말을 남발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진짜인지 아닌지 그 미묘한 차이를 상대방은 감지할 수 있다. 당신에 대한 안 좋은 기억하나를 직원들에게 추가하지 마라.

셋째, 대표도 사람인지라 파산의 과정은 힘들다. 그래서 대표는 헤어지는 과정에서 직원들을 보기가 미안하고 어색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직원들을 피하지 말라. 그건 당신 그릇이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이 대표가 아닌 직원이라도 일의 마무리를 고민해야 한다. 만약 부당하게 퇴사 당할 경우라면 그 순간은 시쳇말로 깽판을 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회사의 부당함에 대한 시정요구는 당당하게 하더라도 당신이 맡은 바 임무에 대해서는 정성을 다해야 한다.

향후 또 만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평생 안 볼 수도 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의미를 당신 마음에 새기라는 것이다.

그런 누적이 당신을 더 확고하고 강단있게 만든다. 우리는 우주라는 통 안에서 완전히 빠져 나갈 수 없다. 이 안에서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마무리가 있다. 아름답지 못한 마무리와 아름다운 마무리가 있다. 또 아무리 아름다운 마무리라도 보통 마지막은 침울하다. 그것이 인생이고 사업이다.

당신의 두 번째 장의 시작을 위해 1장 마지막을 치열한 전투의 장면으로 할 건지 아니면 전투 중 조용히 도망가는 장면으로 할 건지 선택해야 한다. 전자의 이야기가 당신을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본 기사는  사례뉴스 필진기자  미세영역연구소 정강민 대표가 쓴 칼럼입니다. 미세영역연구소 정강민 대표는 ‘감동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왜 당신은 자살하지 않는가?’ ‘왜 같은 일을 하는데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실패하는가?’ 등 세상의 본질을 깨우치고 싶어 읽고 씁니다. 또한 경영의 본질과 책 쓰기, 독서법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위대한 기업은 한 문장을 실천했다’ ‘스타트업에 미쳐라’ ‘탁 대표는 처참한 실패 후’ ‘7개월 만에 어떻게 승승장구했을까?’ ‘혼란스러움을 간직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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