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7-08 23:39 (수)
[이준근의 기업감사] 시장경제를 유지·발전시키는 데 필수불가결한 사회적 자본, '신뢰'
[이준근의 기업감사] 시장경제를 유지·발전시키는 데 필수불가결한 사회적 자본, '신뢰'
  • 이준근 객원기자
  • 승인 2020.01.10 13: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과 규제로 문제 해결하려 하면 기업에게는 큰 비용이 소요되고, 공무원 조직만 계속 비대해지게 될 것
기존의 법과 규제 최대한 활용하되 고의적 위법엔 엄중한 처벌을, 권한과 소유 많은 집단에는 더 큰 책임을

전문가칼럼 : 이준근 전문위원 (CIA,CISA,ISO37001)
[이미지 제공=이준근 전문위원]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정치학 교수인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책 ‘TRUST’에서 ‘사회적 신뢰수준이 낮을수록 사회적으로 지불해야 할 비용이 커진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불신풍조가 만연하게 되면 서로 믿지 못하여 불신이 계속 쌓이게 되고, 하는 일마다 시간과 비용을 낭비할 수 밖에 없으며, 경제활동의 편익(benefit)은 줄어들고 비용(cost)은 늘어나 경제적 성과가 저하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장경제 질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데 필수불가결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바로 '신뢰'입니다.

 

미국 등 서방 선진국들은 시장경제 질서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단호한 법 집행을 하고 있는데, 횡령, 배임이나 분식회계를 자본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흔드는 행위라고 판단해 매우 무거운 형을 내리고 있으며, 중형이 선고된 사례를 본 경영자들에게 ‘걸리면 끝’이라는 인식을 주고 있습니다.

 

한 예로, 미국 에너지기업 7위였던 엔론은 5년간 파생상품 투자로 입은 15억 달러(1조7000억원)의 손실을 회계 장부에 넣지 않고 실적을 부풀려 주주와 투자자를 속인 사실이 지난 2001년 적발 돼 회사는 파산에 이르고 분식회계를 주도한 제프리 스킬링 최고경영자(CEO)는 2006년 법원에서 24년4개월의 실형 선고까지 받았습니다.

전성기의 엔론을 경영하던 지내던 제프리 스킬링 전 CEO가 엔론 CI를 배경으로 출근하는 모습(왼쪽)과 제프리 스킬링이 지난 2015년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는 모습. [사진=CNBC, 야후 파이낸스 캡쳐]

비슷한 시기에 미국 2위 통신회사인 월드컴도 수년간 비용으로 처리해야 할 38억 달러(4조3000억원)를 이익으로 둔갑시켜 주가를 띄운 사실이 2002년 파산 신청 뒤 드러났고 이 회사 버나드 에버스회장은 2005년 법원에서 25년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물론, 이러한 사건이 한국에서도 벌어졌었습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당시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몇몇 임원들은 매출액을 부풀리고 자회사 손실을 반영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약 5조7000억원의 회계부정을 저지른 혐의가 있었습니다. 대법원에서선 당시 대표이사였던 N사장에게 징역 5년, G사장에게는 징역 9년을 선고 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분식회계 사태로 전임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사들이 분식회계와 관련해 형사처벌을 받았다. 사진은 지난 2016년 6월 압수수색 당시 대우조선해양 본사 모습. [사진출처=한겨레]

대우조선해양은 또 국가에서 약 13조원의 세금을 투입하며 기업을 살리려 했으나, 큰 손실이 발생하자 회계부정으로 이익이 발생한 것처럼 속이고 임직원들은 많은 성과급을 받아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회계부정으로 국가 사회와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주었음에도 미국의 양형에 비해 한국의 양형은 매우 낮고, 국가와 사회에 큰 피해를 주는 범죄 행위를 저지르도록 하는 심리적 장벽이 너무 낮아 , 한국은 부정의 유혹에 더 쉽게 빠질 수 있는 환경인 것 같습니다. 

 

미국은 ‘사베인ㆍ옥슬리법’으로 기업 총수나 CEO가 자신들은 모르고 했다는 식으로 말할 수 없도록 만들어…한국도 '내부회계관리제도' 도입

지난 2002년 7월 30일 사베인옥슬리법 통과전 부시 대통령과 사베인스 상원의원이 백악관에서 만나고 있는 모습. [출처=위키백과]

엔론과 월드컴 사태 이후 2002년 미국에선 기업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사베인ㆍ옥슬리법’이 제정됐으며 회계부정이나 횡령과 배임에 대해 기업 총수나 CEO로 하여금 자신들은 모르고 아랫사람들이 했다는 식으로 말할 수 없도록 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재무제표 작성 때 동시 서명을 하여 연대 책임을 지고, 사외이사의 권한을 확대하는 등 기업 내부 통제시스템을 강화했습니다.

 

우리 나라도 당시 이를 본받아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도입했는데, 그 동안 거의 형식적으로 운영되어 오다가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부정 사건이 발단이 되어 내부회계관리에 대한 외부감사 제도가 대폭 강화됐습니다.

[이미지 출처=조세일보]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업의 전반적인 내부통제를 강화하여 부정이나 부실을 예방하고 기업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도구이지만, 리스크가 낮아 오히려 관리하기에는 더 큰 비용이 투입될 수 밖에 없는 영역까지 챙겨야 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내부회계관리제도’라는 명칭을 쓰다 보니 이것을 마치 재무부서가 알아서 해야할 일로 여기고 기업의 경영자나 관련 부서들의 무관심과 인식이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미지 출처=EY한영]

또한, 규제가 크게 강화되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이 법을 지켜 운용하기 위한 전문 인력이 많이 필요하게 되고, 관련 전산 시스템의 고도화 및 원칙적 통제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일상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는 일 조차도 내부통제의 원칙에 맞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증빙으로 갖추어야 할 부수적 작업들이 많아져 불편함과 과도한 비용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기업의 회계정보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생겨나는 기업의 고통과 비용이 커져가는 단면입니다.

 

후쿠야마 교수의 논리에 따르면 겹겹이 쌓인 정부 규제 역시 신뢰 부족 사회의 한 단면입니다. 신뢰가 없다 보니 모든 것을 법제화 해야 하고 그래야 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신뢰 수준이 높은 사회라면 필요가 없을 수 있는 비용과 시간 낭비가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법과 규제는 기업에게 큰 비용을 소요되게 한다. [출처=이미지 투데이]

법과 규제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기업에게는 큰 비용이 소요되어 경쟁력이 떨어지고, 이를 관리하기 위하여 공무원 조직은 비대해질 수 밖에 없으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엄청난 수준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법과 규제를 만들어 내는 대신, 기존의 법과 규제를 최대한 활용하되 고의적 위법에는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하고 권한과 소유가 많은 집단에는 그 만큼 책임이 주어지는 균형을 통해 사회적 신뢰를 구축되는 나라와 기업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필진 : 이준근 전문위원(CIA/CISA/ISO37001/경영컨설턴트)


(서현회계법인 전문위원
(패션그룹형지 경영진단 본부장경영혁신 본부장
(이랜드 그룹 계열사 윤리경영실장
-CIA (CERTIFIED INTERNAL AUDITOR, 국제공인 내부감사사)
-CISA (CERTIFIED INFORMATION SYSTEMS AUDITOR, 국제공인 전산시스템감사사)
-ISO37001심사원 (ANTI BRIBERY MANAGEMENT SYSTEM, 부패방지경영시스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