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균 교수, 창의성 핵심? “서로 무관하고 다른 요소를 연결해 보는 시도에 있다”
미래에는 ‘개인이 기업’인 시대로 전환될 것!
육체의 확장을 위한 기술: 생명공학, 나노기술, 사물 인터넷, 로봇
정신의 확장을 위한 기술: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메타버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김상균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상균 교수는 인지과학, 교육공학, 산업공학, 로보틱스 등을 탐구했으며 연구 주제는 인간의 마음이다. 재미와 피드백을 활용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이미피케이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경험을 창조하는 메타버스를 연구한다. 

또한 그는 삼성, 현재, LG, SK, 메르세데스벤츠 등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갤럭시코퍼레이션, 게임문화재단, 롯데정보통신, CJ나눔재단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메타버스: 디지털 도구, 뜨는 것들의 세상’ ‘메타버스2: 10년 후 미래를 먼저 보다’ ‘게임인류’ ‘브레인 투어’ ‘기억 거래소’ 등이 있다.

이번 인터뷰에선 특별히 지난 6월에 출판한 ‘초인류(AI와 함께 인공 진화에 접어든 인류의 미래)’와 관련된 질문들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를 통해 ‘초인류’에 대한 내용과 주고 싶은 가치, 미래 인재상, 비전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다음은 김상균 교수 인터뷰 내용이다.

Q. 교수님에 대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인지과학자입니다. 로보틱스(학부), 산업공학(석사), 인지과학(박사), 교육공학(교환교수)을 공부했는데, 이중 제 연구의 중심에 인지과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지과학은 인간의 마음을 학제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제가 기업, 대학에서 연구해온 주제는 게이미피케이션, 메타버스, 기업가정신 등인데, 그 중심에는 늘 인간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게임적 재미를 활용해서 인간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는 게이미피케이션, 인류가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해 확장하고 있는 디지털 현실인 메타버스, 도전적 탐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가정신. 이런 주제들은 공학과 사회과학의 접점에 있는데, 저는 그 접점의 중심을 인간의 마음으로 보고 연구해왔습니다. 

현재는 경희대 경영대학원에서 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육, 금융, 방송 콘텐츠, IT 기업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메타버스 공간에서 학습하는 플랫폼, 방송 콘텐츠를 메타버스로 확장하는 프로젝트, 블록체인과 메타버스를 결합하는 프로젝트 등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과 기업에서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서적, 소설 등 다양한 서적을 집필하여 국내외에서 발간해왔습니다. 

Q. 지난 6월에 저서 ‘초인류-AI와 함께 인공 진화에 접어든 인류의 미래’를 출판하셨습니다. 책 ‘초인류’는 어떤 책입니까?

최근 들어 인공지능, 로봇, 뇌과학, 메타버스 등에 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첨단 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이런 기술들은 서로 그물처럼 얽혀서 인류를 포함한 지구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개별 기술의 특성과 단기적 영향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서, 기술에 담긴 거시적, 총체적, 진화적 의미를 살펴봐야 할 시점입니다.

즉, 개별 기술을 놓고, 근거리의 미래를 계획하거나 투자 영역을 찾는 접근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제가 눈여겨본 기술은 크게 여덟 가지이며, 인간을 기준으로 보면, 이런 기술들은 크게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육체를 확장하는 기술: 생명공학, 나노기술, 사물 인터넷, 로봇
정신을 확장하는 기술: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메타버스

이런 기술들을 개별적으로 설명하거나, 투자 포인트를 짚어내는 책은 아닙니다. 이런 기술들이 어떤 형태로 서로 얽히면서 인류에게 영향을 주는가를 얘기하는 책입니다. 

Q. ‘교육, 게임처럼 즐겨라’ ‘기억 거래소’ ‘가르치지 말고 플레이하라’ ‘메타버스’ ‘게임 인류’ ‘스쿨 메타버스’ 등 벌써 10번째 책을 집필하셨는데 ‘초인류’ 책을 쓰게 된 계기나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책은 마음을 통해 인간을 탐험해온 제 인간 과학(human sciences) 여정의 오늘을 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술을 중심으로 인간을 풀어보고자 했습니다. 제가 받은 하나의 질문, 하나지만 여럿이 반복해서 물어오는 질문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 질문에 답하고 싶었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밀어내지 못할 직업은 무엇인가요?” 이게 그 질문입니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질문의 주어는 인공지능입니다. 인간이 만든 기술인 인공지능이 주어이고, 인간은 목적어입니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인간이 기술을 만들었는데, 그 기술은 역으로 인간을 두렵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인류가 창조한 다양한 기술이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으나 늘 인류는 기술을 두려워하기도 했습니다.

책은 세상의 물음에 관한 저자의 답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통해 인공지능이 밀어내지 못할 직업이 무엇인지 답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 저는 그 질문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 깊게 들여다봤습니다. 그들의 마음에는 자신과 가족의 오늘과 내일에 관한 걱정, 불안, 두려움이 담겨있었습니다. 슬프고 안타까웠습니다. 인간이 만든 기술을 인간이 두려워하는 현실. 

인공지능을 포함해서 이제껏 인류가 만든 기술이 무엇인지, 왜 그 기술을 만들었는지, 그 기술이 인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인류의 미래를 논한다고 해서 수십 년, 수백 년 뒤의 얘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그 미래는 인류의 오늘에 이미 닿아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탐험하는 자가 기술을 통해 바라본 인류의 오늘과 내일, 그게 이 책입니다. 인류가 기술을 통한 인공 진화로 넘고자 하는 선, 그 선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를 얘기하고자 이 책을 준비했습니다.

Q. 지구의 모든 인류가 ‘초인류’ 책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렇게 말씀하신 이유와 ‘초인류’를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다양한 기술을 통한 인류의 확장을 ‘인공 진화’라고 판단합니다. 사실 진화라는 표현 앞에 인공을 붙이는 것이 기존 과학의 시각으로는 타당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전자 장치나 약물 등을 활용해서 인간의 몸이나 마음에 손을 대는 시도는 자연의 진화와는 다른 면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자연 선택에 의해 서서히 진행되는 사피엔스의 진화를 답답해합니다.

그래서 인간의 선호와 목표에 따라 자신의 진화를 주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의 이런 인위적 선택을 통한 인공 진화는 자연선택의 비지시적인 과정에 비해 더 직접적이고 의도적입니다.

인공 진화를 통해 인류의 마음, 관계, 행동 모두가 어딘가를 향해 초월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 구조, 학습과 노동, 그리고 소비 환경 등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년보다 더 큰 변화가 다가올 10년에 펼쳐질 것입니다.

인류가 시작한 인공 진화는 이제 인류를 넘어서 지구, 모든 생명의 공동 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인류가 문명의 전환점에 서있다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기회, 위기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힘을 모아서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가고, 새로운 기회를 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확장하는 초인류란 무엇입니까? 초인류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과 역량은 무엇입니까?

자녀 양육의 관점에서 풀어보겠습니다. 자녀들이 부모가 살아온 세상과는 다른 세상을 살리라는 점을 부모가 인정하는 게 첫걸음입니다. 제가 언급한 ‘다른 세상’에 좋은 의미만 담기지는 않았으나,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음은 확실합니다. 크게 두 가지를 부모님들에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첫째, 부모가 먼저 새로운 세상을 향해 몸을 던지시기를 바랍니다. 부모가 살아온 시대의 연령에 따른 사회적 역할과 생애 주기는 모두 무너집니다.

선행 학습과 사교육으로 무장한 아이가 흔히 말하는 명문대에 진학하고, 졸업 후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그 기업의 운명과 함께 성장하는 시대는 이제 저물어갑니다. 유명 기업의 직원, 전문직 종사자를 목표로 아이를 키우지 않았으면 합니다. 

많은 동물이 멈추고 모이는 곳이 가치의 중심지입니다. 이제까지 인간 사회는 큰 조직의 구성원, 전문직이 그런 가치의 중심이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이제 가치의 중심이 변하고 있습니다. 동물의 생태를 관찰해도,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변하면, 그들이 모이는 곳은 바뀌게 됩니다.

그럼, 아이들이 꿈을 펼칠 세상에서 가치의 중심은 어디일까요? 미래의 가치 중심지는 사실 그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가치 중심지가 생겼을 때 거기서 빠르게 적응하며 생존할 수 있는 역량입니다.

지금과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은 새로운 세상의 탐험가, 기업가가 되어야 합니다. 그게 아이들에게 필요한 역량입니다.

특히, 여기서 언급한 기업가를 전문 경영인, 스타트업 창업가로 오해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기업가는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을 세우고, 그에 맞는 목표를 만들며,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창의적, 도전적 작업을 실행하는 주체적 존재를 의미합니다.

주체적 존재가 되기 위해 아이가 다양한 분야를 탐험하고, 그 과정에서 도전하고 실패하며,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도록 지원하고 격려하는 역할이 부모의 몫입니다. 안정된 길, 부모가 아는 길, 부모의 눈으로 보이는 길로만 가도록 아이를 이끈다면, 이는 아이의 탐험, 도전, 실패, 일어서기 기회를 빼앗는 양육 방법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아이에게 탐험, 도전, 실패, 일어서기의 경험을 줄 수 있을까요? 어디서 무엇을 찾아서, 어떻게 할지에 관한 정보, 기회는 이미 주변에 널려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경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행동하는 실천력입니다. 이런 인식 변화와 행동은 부모의 말이나 교육 기관의 커리큘럼을 통해 이뤄지지 않습니다.

부모가 삶을 통해 아이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길어진 생애 주기, 급변하는 사회적 관계와 행동 속에서 부모 세대도 끝없이 자신의 성장과 사회적 역할을 고민해야 합니다.

따라서, 아이보다 먼저 부모가 그런 경험을 향해 몸을 던졌으면 합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음을 받아들이고, 탐험, 도전, 실패, 일어서기를 부모가 먼저 실행하며 경험했으면 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곁에서 부모를 통해 배우게 됩니다. 아이에게 부모가 보여주는 삶의 여정보다 더 큰 가르침은 없습니다.

둘째, 철학적 사고 역량을 키워주기를 바랍니다. 언어학자 촘스키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내재화된 보편 문법(universal grammar)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기에 결정적 시기가 되면 자연스레 언어를 학습하게 된다는 주장입니다.

촘스키가 주장한 보편 문법과 유사한 맥락으로 ‘보편 도덕 문법(universal moral grammar)’을 주장한 이도 있습니다. 조지타운 법학 대학교의 존 미하일은 인간에게는 보편 도덕 문법이 있어서 스스로 타고난 도덕 판단 규칙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런 미하일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인공 진화기를 살아갈 다음 세대도 그들에게 내재된 보편 도덕 문법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의 규칙, 윤리, 철학을 세워 가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으리라 예상합니다.

자연 선택으로 천천히 발생하는 진화가 아니라 인간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 발생하는 진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진화로 인해 나타나는 세상의 변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어제의 가치와 시스템이 흔들리는 오늘을, 그들은 더 자주 맞이하리라 예상합니다.

후속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새로운 기술을 빨리 습득하는 능력, 그 기술을 비즈니스에 효율적으로 접목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새로운 기술은 기존 기술과 충돌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가 복잡하게 섞이는 상황에서 서로의 전통이 상충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새로운 기술로 인해 변하는 사회 시스템과 산업 지형은 다양한 불균형과 사회적 갈등을 초래합니다. 

예를 들어 신석기 시대에 농업이 부상하면서 사회 조직이 변화하고 더 복잡한 사회가 출현하면서 재산, 부의 분배, 거버넌스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산업혁명은 노동 조건, 경제적 불평등, 경제 활동을 규제하는 국가의 역할에 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후속 세대는 그들이 마주하는 기회의 크기만큼이나 거대한 볼확실성과 마주해야 합니다. 미하일이 주장했던 보편 도덕 문법만으로 새로운 세상의 불확실성과 마주하며, 사회의 틀을 바로잡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고 역량, 철학적 사고 역량을 후속 세대에게 남겨줬으면 합니다. 모든 것이 상충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비판적 사고력, 인간 행동의 잠재적 결과를 예측하는 윤리적 의사 결정 능력, 모든 존재를 존중하고 열린 대화를 촉진하는 개방적 사고, 실존적 질문에 천착하고 의미를 놓치지 않는 목적의식, 이 모든 것의 기반은 철학적 사고 역량입니다. 

Q. 미래엔 어떤 직업들이 소멸하게 되고 새롭게 생기게 될까요? 미래엔 어떤 인재상이 필요하게 될까요?

인공 진화기의 새로운 기회를 열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창의성과 도전 정신 함양, 경험의 다양성 확보, 자신의 감정 돌보기,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창의성과 도전 정신으로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야 합니다. '야만'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 '바르바로스(bárbaros)'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 단어는 원래 그리스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들, 그리스어 사용자에게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나 소음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즉, 원래 '바르바로스‘에는 특별한 혐오나 차별의 의미는 없었으나, 어느 순간 의미가 변질되어서, 자신의 언어가 아니고, 자신이 알아들을 수 없기에 그 대상을 야만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자신의 언어와 다르기에 이해하기 힘들고, 불편한 감정이 드는 상황을 야만적이라고 여겼습니다. 인간에게는 자신과 다름, 자신의 앎과 다름을 야만이라고 바라보는 인식이 깊게 깔려있습니다. 다름을 야만이라 여기며 배척하는 태도는 창의성, 도전 정신 등과 반대를 향하고 있습니다.

창의성의 핵심은 서로 무관한 요소, 서로 다른 요소를 연결해보는 시도에 있습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지식과 경험 중 서로 무관한 것을 연결하는 시도, 나와 완전히 다른 이들을 연결하는 시도, 내가 속한 조직과 이질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조직과 연결하는 시도, 이런 시도를 통해 창의적 결과물이 나옵니다.

도전 정신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의 관행, 성공했던 경험이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태도가 도전 정신입니다. 다름을 배척의 대상이 아닌, 새로운 기회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마음을 가질 때 도전이 가능합니다.

그러면 창의성, 도전 정신 등을 실제로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저는 국내외 여러 기업의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했으며, 조직 구성원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여러 차례 운영해봤습니다. 

창의성, 도전 정신 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그런 특성을 발현하기 위한 아이데이션 기법을 실습하는 형태로 교육을 진행하는 조직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그런 교육이 무의미하지는 않으나, 그런 교육만으로 구성원의 창의성, 도전 정신이 실제로 증가하지는 않습니다. 조직에서 원하는 역량은 구성원이 창의성, 도전 정신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능력이 아니라, 실무에서 그런 정신을 발휘하는 실천력입니다. 

실천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창의성을 발휘해서 성공하는 경험, 도전 정신을 통해 성공하는 경험을 직접 해봐야 합니다.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 그런 경험을 누릴 수 있다면 최고입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시뮬레이션이나 롤플레잉 등을 통한 간접 경험, 가공 경험을 통해서라도 그런 기회를 누려야 합니다. 당신 스스로 그런 기회를 찾고 만들어야 합니다. 당신이 경영자나 관리자라면 구성원들에게, 당신이 교육자라면 학습자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해줘야 합니다. 

인공 진화기를 살아가는 인간이 품고 있는 마음, 그런 마음이 연결되는 조직과 사회의 관계, 그런 관계에서 발생하는 노동과 소비는 지금과는 다른 판도로 변해갑니다.

다른 판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응력, 혁신 정신, 문제 해결력, 협업 능력, 회복 탄력성 등이 중요하며, 그 뿌리에 창의성과 도전 정신이 있습니다. 모든 부분을 손대기보다 그 두 가지에 힘을 쏟으시기를 바랍니다.

둘째, 경험의 다양성을 키워야 합니다. 인공 진화기에 들어선 인류가 마주할 환경은 점점 더 빠르게 변해갑니다. 주변 환경의 빠른 변화는 그 지역에 머무는 생명체들에게 있어서 대표적인 스트레스 요인입니다. 

그런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풍성하게 만들고, 스트레스에 관한 대응력을 키워야 합니다. 제 책의 챕터 2에서 인간의 경험을 22가지로 분류한 루세로의 이론을 설명했습니다.

현재 자신이 관여하는 영역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판단해보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기업에서 일하는 분이라면, 아마도 경쟁, 도전, 완료 등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으리라 짐작합니다.

루세로가 얘기한 22가지가 인간의 전체 경험도 아니지만, 참 애석하게도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이런 22가지 경험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누리고 있습니다. 

제가 여러 조직을 컨설팅하면서, 구성원의 경험과 감정을 진단해보면, 구성원들이 느끼는 경쟁, 도전, 완료는 이렇게 나타납니다. 다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치열한 경쟁, 부족한 자원과 결여된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내몰린 도전, 속히 끝내고 덮어버리고 싶은 완료. 

당신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이건 발견, 탐험, 판타지, 표현, 친교, 유머, 양육, 휴식, 소속 등 다른 유형의 경험을 맛보기 위해 길을 나서기를 바랍니다, 다양한 경험을 할수록 당신이 가진 정신의 그릇은 더 넓고 단단해집니다. 당신 스스로 경험을 찾고 확대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이끄는 리더, 가르치는 교육자라면 당신이 앞장서서 구성원에게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

셋째,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돌봐야 합니다. 제 책 챕터 2의 감정 관련 이야기에서 제시했던 카우언과 켈트너의 27개 감정 분류를 회상하시기를 바랍니다. 최근 몇 년간 저는 연초에 특정 조직 구성원의 감정을 진단해보고, 그 조직이 만드는 그해의 성과를 비교해봤습니다.

연초에 분노, 불안, 두려움, 역겨움 등 부정적 감정이 가득했던 조직이 연말에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부정적 감정을 품은 채 달려가는 이들은 결국 번아웃 상태에 빠집니다. 인간의 감정을 돌보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기에 여기서는 두 가지만 짧게 언급하겠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재구성해보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경험과 관련된 잠재적인 혜택, 기회 또는 성장의 의미를 찾아보기를 바랍니다. 현 상황의 긍정적인 면은 없는지, 현 상황에서 자신이 품은 감정은 무엇이고 그 감정을 전환할 방법은 없는지,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등을 살펴보기를 바랍니다. 이런 과정을 습관화하면, 경험을 해석해서 감정을 느끼는 당신의 마음에 변화가 옵니다.

그리고 정서적 회복력을 키워야 합니다. 어떤 경험에 관해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으로 자신을 몰아세우지 말고, 자신의 도전과 시도를 스스로 인정하고 칭찬해보기를 바랍니다.

또한, 자신의 경험, 생각, 감정을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삶의 동반자를 찾아보기 바랍니다. 여기서 동반자는 꼭 배우자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길고 긴 삶의 여정에서 적절한 거리를 지키며, 서로를 잊지 않고, 응원해주는 그런 동료를 의미합니다. 

여의찮다면, 당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글로 기록해보기를 바랍니다. 글을 통해 당신의 마음을 거울에 비춰보기를 바랍니다. 삶의 동반자, 글쓰기, 이 둘은 당신의 마음을 보여주고 비춰보는 거울입니다. 자신을 거울에 비춰보고, 얼룩을 닦아내야 합니다. 거울이 없다면, 당신 마음속에는 당신도 모르는 얼룩이 쌓입니다. 그 얼룩이 당신의 마음속을 암흑으로 채우는 순간, 모든 의욕도 어둠 속에 갇혀버립니다.

Q. 초인류 시대를 맞이해서 기업들이 미리 준비해야 될 것들엔 무엇이 있을까요?

책에서 다양한 주제를 다뤘으나, 구성원의 감정, 정서에 관한 부분만 언급해보겠습니다. 다양한 기술이 조직 내에 급속히 확산하면서, 직무 환경 변화는 앞으로 더 빨라지고, 평균 근속 기간은 더 짧아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의 감정을 크게 소모하는 희생을 감수하면서, “우리는 장기적으로 함께 살아야 할 동료들이니 서로의 감정을 희생하더라도 끈끈하게 지내자.”라는 주장은 통하지 않게 됩니다. 실제로 조직 내에서 구성원이 서로 함께 일하는 기간은 이미 점점 더 짧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을 놓고 보면, 5년 이내 이직률이 2016년에는 34%, 2017년에는 42%, 2018년에는 51%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20년 기준으로 평균 근속 기간은 4.1년 정도입니다.

이는 개인주의 문화의 정착과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집단의 목표를 중요시하는 집단주의 시대에는 개인의 감정에 관한 조직 차원의 관리가 부족했으나, 조직 내 개인은 이런 상황에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조직 구성원 간 개인주의 문화가 확산하면서, 조직이 개인의 감정을 읽어내고 존중하는 시스템, 문화가 얼마나 체계화되어 있는지가 그 조직이 구성원을 자원으로 바라보는지, 인간으로 바라보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조직에서 구성원의 감정을 관리하기 위해 투자하는 자원이 증가합니다. 구성원들은 조직 내에서 감정 소모가 많은 직무, 관계를 더 꺼릴 것이며, 이에 따라 조직에서 타인의 감정을 많이 소모시키는 이들, 타인의 감정을 무시하고 배려하지 않는 이들이 설 자리는 급격히 좁아질 것입니다.

전통적 조직은 욕망과 경험만을 가진 존재였습니다. 전통적 조직은 감정이 없는 존재와 같았습니다. 그러나 인공 진화기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감정의 의미와 가치가 커지면서, 미래의 조직은 감정을 가진 생명체로 진화합니다. 우리 기업들은 이제 부터라도 이런 변화에 대비해야 합니다.

Q. 미래의 일자리와 노동 시장이 초인류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십니까? 새로운 역량과 기술을 갖춘 개인이 어떤 분야에서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을까요?

책의 챕터 4에서 주로 다룬 내용입니다. 그중에서 하나만 소개하자면 저는 앞으로 “개인이 기업”인 시대로 전환한다고 바라봅니다. 이 책에서는 인공 진화기에 들어선 인류가 아래와 같은 두 목적을 바탕으로, 총 여덟 개 기술을 활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육체의 확장을 위한 기술: 생명공학, 나노기술, 사물 인터넷, 로봇
정신의 확장을 위한 기술: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메타버스

위와 같이 인공 진화를 통해 확장한 당신의 모습, 능력을 상상해보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이전 세대보다 신체적으로 더 강인하고, 외재화된 지적 도구를 편리하게 쓰면서 수십 명의 사람이 수일 동안 달라붙어서 처리하던 지식 노동을 혼자서 짧은 시간 내에 끝낼 수 있습니다. 

복잡한 도구를 익히거나, 멀리 이동할 필요도 없습니다. 복잡한 기술적 도구의 일부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통해 당신의 생각만으로 제어가 가능하고, 메타버스를 활용해서 어지간한 공동 작업은 디지털 공간에서 해결합니다.

물리적으로 움직임이 필요하거나, 확인이 필요한 업무에 대해서도 대부분은 로봇을 움직여서 해결합니다. 요컨대, 당신은 적은 시간을 투자해서,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더 다양한 일을 많이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제 당신은 하나의 직무, 직장에 묶여있지 않습니다. 과거라면 이런 가변적 노동 환경을 매우 불안하게 느꼈을 테지만, 이제 전체 노동 환경이 변했습니다. 당신과 기업의 고용 관계는 매우 유연해졌습니다. 배타적 고용 관계는 점점 더 사라지게 됩니다.

당신의 역량, 특성은 데이터로 기록되어, 당신이 미리 설정한 조건에 맞는 직무와 자동으로 매칭되고, 당신은 여러 기업의 다양한 직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가끔 이런 환경을 불안하다고 느낄 수도 있으나, 노동 환경 전체가 이렇게 전환되면서, 당신 주변의 동료들도 이런 환경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게 됩니다.

좋은 점은 당신이 일하는 시간, 장소, 직무, 조건 등을 당신이 직접 결정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상대 기업과 매칭이 되어야 하겠으나, 당신이 객관적으로 당신만의 직무 경쟁력이 있다면, 당신은 과거에 ‘전문직’이라고 불리던 이들 이상의 대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소득은 증가하고, 노동 시간은 감소합니다.

반대로 당신의 객관적 직무 경쟁력이 낮다면, 상황은 매우 우울해집니다. 2015년 조사에서 영국 노동자의 1/3가량이 자신의 직무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기여를 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David, 2018). 만약, 과거라면 당신의 직무 경쟁력이 부족해도 조직 내에 당신이 숨을 공간이 있었을 테지만, 이제 상황이 다릅니다. 

모든 직무가 개인별, 시간별로 실시간 측정, 분석되고 있으므로 그렇게 숨을 곳은 없습니다. 따라서, 당신의 경쟁력이 부족하다면, 이런 노동 환경에서 당신과 매칭될 직무는 점점 더 희박해집니다. 매우 낮은 보수, 조건으로 일하는 직무를 찾는다면, 애석하지만 그런 직무는 거의 사라집니다. 매우 낮은 보수의 직무는 매우 낮은 업무 수행 능력을 갖춘 노동자가 맡는 역할입니다. 그런데 그런 역할은 거의 다 기계의 몫이 됩니다. 

사회, 경제 시스템에 유의미한 제품, 서비스를 공급하지 못하면서 생존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이제 개인도 마찬가지 상황이 됩니다. 개인은 그 자체로 기업입니다. 개인이 자신을 기업처럼 경영하는 시대가 됩니다. 제가 여기서 설명한 양상은 현재의 일인 기업 시스템과는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Q. 향후 교수님의 비전과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는 제 인생 여정, 업의 본질을 탐험가라고 여깁니다. 탐험은 발견하지 않은 것을 찾아내는 도전입니다. 발견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지금은 알 수 없습니다. 발견한 후에야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가 무엇을 발견할지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 것. 그 여정을 계속 이어갈 계획입니다.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인류가 추구할 가치는 무엇인지, 어떤 기술이 인간다움과 인류의 가치에 연결될지, 그 기술이 가져올 장기적 영향은 무엇인지, 어떻게 기업들이 그런 기술을 수용하고 소비자에게 제공할지 등을 계속 연구할 계획입니다.

Q. 마지막으로 비즈니스와 일터에서 일하는 경영자분들을 위한 격려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책을 통해 인공 진화기에 나타날 여러 변화를 얘기했습니다. 그런 변화와 깊은 관계를 맺은 핵심 변수 중 하나가 출산율입니다. 출산율이 지속해 감소하는 국가, 지역에서는 인공 진화를 통해 더 다양한 확장을 시도하게 됩니다. 출산율이 감소하면 인공 진화를 통해 인류가 새로운 혁명을 하게 되니, 출산율 감소를 좋게 봐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산업혁명의 결과에도 명암이 섞여 있고, 어찌 보면 명보다 암이 더 짙어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출산율 감소와 인공 진화는 다양한 산업 영역을 뒤흔들 것이기에, 사업가 입장에서는 새롭고 거대한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음을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기회의 창은 인공 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욕망의 충돌 지점에 있습니다. 동물의 서식지를 관찰해보면, 특정 개체가 밀집한 지역이 있습니다. 그렇게 동물이 멈추고 모이는 장소는 특정 개체가 품고 있는 어떤 갈망을 충족시키는 곳입니다. 개체가 모인 곳이 바로 가치의 중심입니다. 그러면 인공 진화기에 들어간 인류는 어디에 모이게 될까요? 왜 모이게 될까요?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동물입니다. 서로로부터 상처받기도 하지만, 다른 존재와 완전히 분리되어서는 살아가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아마존에 사는 카잉강족은 잠을 잘 때 서로 팔과 다리를 붙이고 잔다고 합니다. 그렇게 서로 엉켜서 어루만지기를 좋아하는데, 여기에는 성적 메시지가 담기지 않았고, 그저 서로에게서 편안함과 유대감을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인류는 인공 진화를 통해 서로 물리적으로 분리된 상태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는데 더 익숙해집니다. 그러나 여전히 서로의 체온을 그리워하는 존재입니다. 인류는 지금도 생물로써 유전적 진화를 하고 있으나, 그 속도는 스스로 체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느립니다. 

따라서, 유전자 깊은 곳에 품고 있는 물리적 관계와 유대감에 관한 욕망, 그리고 인공 진화를 통해 발생하는 물리적 분리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는 부분이 적잖게 생기리라 봅니다. 그 부분과 관련된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립니다. 그곳이 바로 인간 개체가 모이는 새로운 가치의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그 중심을 찾아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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