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입원일당정액수가 속에 숨은 진실

'일상생활수행능력'이라고 'ADL'이란 게 있다. 의학사전에는 ADL(activities of daily living)을 '일상생활동작. 식사, 배설, 목욕, 옷 갈아입기, 보행 등 일상생활의 기본적인 동작'이라 말한다. 요양병원은 통상 치매나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입원한다. 그래서 급성기 다른 병원과 달리 진료비가 '입원일당정액제'다. 환자 상태를 평가해(매달) 환자군을 정하고 그에 따라 하루 비용이 책정 된다. 환자 상태를 평가하는 문항에 'ADL'이 나온다.

​그야말로 환자가 일상생활동작을 얼마나 잘 해내느냐다. 수가를 매기는 입장에서는 병원 도움을 얼마나 받느냐다. 항목은 총 10개다. 옷 벗고 입기, 세수하기, 양치질하기, 목욕하기, 식사하기, 체위변경하기, 옮겨앉기, 방 밖으로 나오기, 화장실 사용하기. 각각 자립할 수 있는지, 감독이 필요한지, 도움은 어느 정도인지를 체크 한다.

요양병원 수가 담당자도, 관련 부서도 아닌데 뭐 그리 감나라 배나라 하느냐 할 것이다. '일당정액제'가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 뜨면 제일 먼저 확인 하는 일이 있다. 이 새벽을 부모님도 맞이하고 계신지다. 오늘도 어김없이 잘 지내는지. 스스로 밥 먹고 씻고 화장실 잘 드나 드는지. 어느 순간 '어제와 같은 오늘'이 가장 '특별한 날'이 되었다. 집안일과 바깥일까지 보는 게 기적일 수도 있다.

​가족이 일상생활을 남의 도움 없이 수행한다는 건 수가로 책정할 수 없는 감사다. 물론 소소한 불편들은 다 있다. '병원생활수행능력'이 아닌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가족 중 한 사람만 입원해도 모두가 입원한 듯 산다. 독감환자 급증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입원은 고사하고 병원 근처에도 가지 않아 감사하다. 그 어떤 역량보다 필요한 게 일상생활수행능력이었다. 요양병원에 적용하는 입원일당수가를 보고 있자니 집에서 생활 하는 부모님께 '건강일당수가'라도 챙겨드려야 되나 싶다.

​낙엽처럼 나이 지긋해진 부모도 부모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에 당연하게 생각들을 한다.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도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일상생활수행능력과 결부되는 요소는 단연 '간병'이다. 나이 들면서 누구나 가슴 한 켠에 '자립'을 품고 산다. 자식에게 짐은 되지 않으리라 마음 먹는다. 도움이 많이 필요 할수록 병원 수가도 높아지지만 가족들이 감내 할 시간도 높아지므로.

​자식에게 손 안 벌리고 산다는 건 어쩌면 내 허벅지로, 내 팔뚝으로 우뚝 선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오늘로서 수능, 수시, 고사란 고사는 다 지냈다. 시험을 모두 마친 자식을 보고 있자니 유산 물려 줄 생각 말고 '자립' 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일어서는' 힘은 어르신이든 청소년이든 중년이든 모두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아직은 일상생활을 못하는 게 문제라기보다는 할 수 있음을 잊고 사는 게 문제다.

​옷걸이에 걸린 셔츠를 꺼내어 팔 한 쪽씩 끼우고 등 뒤로 둘러 입고는 단추를 하나 하나 끼우는 부모님 모습. 이 순간의 찰나 속에서 어깨뼈의 내전과 신전, 팔꿈치와 손목 관절의 굽힘과 펴짐, 손가락의 잡는 힘과 버티는 힘이 일어난다. 하루 하루 어마어마한 일을 한다. '일당감사수가'를 받는 셈이다. 할 수 있을 때, 지킬 수 있을 때 충분히 기뻐하고 누리자.

​돌봄시설에서 프리랜서 예능인으로 활동 하는 이시다 다쓰키가 쓴 <하루 5분 시니어 운동법>에는 일상의 편리함을 되찾는 운동법이 소개된다. 오죽 했으면 '바지 올리고 내리고 운동', '엉덩이 닦기 운동', '화장지 감기 운동', '단추 꾹꾹 운동' 등을 한 꼭지씩 소개했겠는가. 잃지 않고도 소중해지는 모두가 되기를.

*본 기사는 이지 사례뉴스 필진기자가 쓴 컬럼입니다. 이지 필진기자는 몸 쓰고 글 쓰는 사람, 세상의 메신저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허리 역할을 하듯이 건강이 곧 보험이라는 사명으로 나 자신을 심사하고 평가하는 데 핵심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턴의 미학’ ‘내 몸은 거꾸로 간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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