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부터 섭취까지’ 전과정 대변혁…Z세대 만족시킬 착한음식, ‘퓨처 푸드(Future Food)’도 함께 몰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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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먹는 식품들의 가공 과정에는 ‘불편한 진실’들이 숨어 있다. 일례로 소고기 1㎏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과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무려 1만5000ℓ, 16㎏에 달한다고 한다. 한 전문가는 “스테이크 대신 샐러드를 먹으면 일주일에 두세 번 자동차를 타지 않은 것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육식을 줄이기는 결코 쉽지 않다. 먹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과 환경 파괴를 걱정하는 양심을 모두 만족시킬 순 없을까.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벤처들이 최근 이런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열중하고 있다. 농업 생산시스템부터 수확, 보관, 유통, 요리,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이르기까지 식품의 생애주기 전 과정에 최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맛있고 지속 가능한 식탁’ 만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식품산업의 4차산업혁명, 바야흐로 ‘푸드테크(foodtech)’ 시대가 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빌 게이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 기업가와 스타들도 푸드테크 기업들에 투자를 하고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사실 푸드테크의 인기는 미국 뿐 아니라 한국과 함께 전세계산업의 트렌드다. 지난 1월 중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0(소비자가전전시회)에서 삼성전자는 요리를 돕는 로봇 ‘봇셰프’ 시연을 선보였다. 진행자가 “헤이 봇셰프”라는 말로 로봇을 활성화시킨 뒤 “두부 샐러드를 만들자”고 제안하자 봇셰프는 “알았다”고 답하며 요리 과정을 스크린에 띄워 보여준 후 요리를 시작한다.

CES2020에서 삼성전자가 요리를 돕는 로봇 ‘봇셰프’ 시연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삼성전자]

진행자에게 식재료를 손질해 갖다 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하고, 인덕션과 프라이팬을 이용해 두부를 볶는 등 능숙하게 움직인다. 요리 도중 진행자가 “커피를 한 잔 타달라”고 부탁하자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지만 인터넷에서 만드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한 뒤 실행에 옮기는 융통성도 보여줬다. 요리 막바지 단계에 진행자가 “매콤한 드레싱을 원한다”고 하자 찬장 문을 열고 핫소스를 찾아 꺼낸 뒤 샐러드에 뿌리고 다시 찬장에 넣어 문을 닫는 등 고난도 작업도 수행했다.

 

이처럼 푸드테크는 빠른 속도로 우리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식재료 재배에서부터 유통, 요리, 음식 섭취까지 푸드테크 영향을 받지 않는 단계가 없을 정도다.

 

농산물 재배의 온도·수분 등을 AI가 자동으로 조정…유통?운송 전과정도 블록체인 기술로 투명하게 추적해

 

우선 식품 생산의 첫 단계인 농산물 재배시 미래에는 집에서 농약을 쓰지 않고 식물을 직접 재배해 바로 요리에 활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식물재배기를 선보인 기업이 이미 많이 나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대표적이다. 가정용 냉장고와 비슷한 크기의 식물재배기 내부 선반에 씨앗을 넣으면 자동으로 채소가 재배된다. 온도, 수분, 영양분 등은 AI(인공지능)가 자동 제어한다. 미국 퍼듀대에서 시작된 스타트업 ‘헬리포닉스’ 역시 실내 식물재배기 ‘그로팟’을 선 보였다.

LG전자가 만든 '식물재배기'의 모습. [출처=LG전자]

음식이나 식재료가 유통되는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대포적인 기술로는 IBM의 ‘푸드 트러스트(Food Trust)’가 있다. 지난 2017년 등장한 푸드 트러스트는 블록체인 기반 클라우드에 식재료가 유통되는 과정을 기록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솔루션이다. 글로벌 유통업체 월마트와 식품기업 네슬레를 포함한 140여개 기업이 푸드 트러스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IBM 관계자는 “친환경·유기농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푸드 트러스트를 이용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월마트는 자사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모든 협력사에 푸드 트러스트를 이용할 것을 요구한다. 이용요금은 매출 규모에 따라 정해진다. 월마트는 한 달에 1만달러를 지불하지만 소형 농장은 100달러만 내면 푸드 트러스트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요리 로봇 셰프로 ‘주방 자동화’에 ‘음식 서빙’도 이제 로봇이?…“외식업은 더 이상 3D 업종 아니다!”

 

앞서 설명한 삼성전자 이외에도 요리 로봇을 선보인 업체들이 많다. 미국 벤처기업 ‘오토키치’가 첫손에 꼽힌다. 로봇에 달린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어떤 음식을 만들지 선택한 뒤 식재료를 손질해 로봇 안에 넣으면 자동으로 음식이 만들어진다. 로봇이 만들어내는 음식은 200여개가 넘는다. LG전자는 국수를 만드는 조리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현재 패밀리레스토랑 빕스 등 CJ그룹에서 운영하는 음식점 일부 매장에서 이미 시용 중이다.

LG전자의 조리 로봇(왼쪽)과 드링크웍스가 선보인 칵테일 제조기기(오른쪽). [사진=각사 제공]

‘라멘 자판기’를 개발한 일본의 요카이익스프레스도 주목받고 있다. 라멘 자판기는 라멘 한 그릇을 만드는 데 4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8개 레시피를 만들 수 있다. 식사외 디저트나 음료를 자동으로 만드는 업체도 많다. 아르헨티나 기업 ‘티구’는 캡슐을 넣고 버튼만 누르면 5~12분 내로 머핀을 만들어주는 기계를 개발했다. ‘드링크웍스’와 ‘바티시안’은 칵테일 제조기기를 선보였다. 가정용 커피머신과 비슷한 모습으로 칵테일 원재료가 들어간 캡슐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칵테일이 자동으로 완성된다.

 

음식 서빙도 이제 로봇이 한다. 구글 엔지니어 출신 하정우 대표가 설립한 ‘베어로보틱스’의 서빙 로봇 ‘페니’는 이미 미국 내 30개 음식점에서 가동 중이다. 올해 선 주문량이 1만대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서울 역삼동에 자리한 카페 ‘라운지엑스’와 롯데지알에스에서 운영하는 음식점 빌라드샬롯 잠실점이 페니를 활용 중이다. 페니는 하루에 100~120회 음식을 나를 수 있으며, 일평균 이동거리는 5㎞나 된다.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는 “앞으로 외식업계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이라며 “지금은 음식점 종업원에 대해 ‘3D 일자리’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데 로봇을 활용하면 힘들고 반복적인 일, 위험한 업무를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 사람은 메뉴 개발 등 더욱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외식업이 더 이상 3D 업종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DNA 분석해 ‘내게 맞는 음식’까지 추천…식사섭취도 이제 스마트하게!

DNA넛지가 만든 음식 추천 웨어러블 밴드. [사진제공=DNA넛지]

푸드테크로 음식물을 섭취하는 방식도 ‘스마트’해지고 있다. 소비자가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영국 스타트업 ‘DNA넛지’는 웨어러블 밴드를 판매한다. 작동 방법은 먼저 면봉으로 입안 세포를 채취한 뒤 분석기기에 넣어 DNA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약 1시간 반의 분석시간이 지나면 DNA넛지 전용 앱을 통해 체지방, 체내 염분 수치, 비만 위험 등 건강 관련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후 DNA넛지 웨어러블 밴드를 차고, 사고 싶은 음식 바코드를 인식하면 건강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확인할 수 있다. 이용자 몸 상태와 잘 맞는 음식이라면 파란불이, 잘 맞지 않는 음식이라면 빨간불이 켜진다.

 

또한 빨간불이 켜진다면 앱을 통해 ‘왜 해당 음식이 적합하지 않은지’도 확인할 수 있다. 지아양 쑨 DNA넛지 엔지니어는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웨어러블 밴드 판매를 시작, 약 2개월 만에 고객 2000명을 확보했다”며 “앞으로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실리콘밸리 푸드 스타트업들은 ‘공유주방’ 활용해 ‘퓨처 푸드(Future Food)’ 적극 연구?개발 중…“5년후 주 소비층 될 Z세대 라이프스타일 분석이 중요”

실리콘밸리의 공유주방인 키친타운 내 주방 시설을 이용하는 모습. [사진제공=키친타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공유주방 ‘키친타운(Kitchentown)’은 공간만 2만제곱피트(약 1858㎡) 규모다. 지난 2014년 창업 이래 6년간 420여개 푸드 스타트업이 이곳을 거쳐갔다. 비건 HMR(가정간편식) 제품을 만들어 파는 ‘헝그리 루트(Hungry Root)’, 개인화된 단백질 셰이크 음료를 파는 ‘게인풀(Gainful)’, 맥주 만드는 과정에서 남는 곡물을 건조·분쇄한 밀가루로 에너지바와 프레즐을 만들어 파는 ‘리그레인드(Regrained)’가 대표적이다.

 

키친타운에는 현재에도 친환경 식재료로 미역 과자를 만들어 파는 ‘12타이즈 시위드코(12 Tides Seaweed Co.)’, 글루텐 프리 비건 빵을 만드는 ‘영코브라스(Young Kobras)’ 등 약 30개 업체가 주방을 나눠 쓰며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예산이 부족한 초기 푸드 스타트업이 공유주방에서 시제품을 개발,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를 받아 졸업하면 다시 새로운 초기 푸드 스타트업이 공유주방을 이용하는 식의 선순환 체제다. 이처럼 실리콘밸리에서는 푸드 스타트업들이 공유주방 인프라를 활용해 미래 먹거리인 ‘퓨처 푸드(Future Food)’를 활발하게 연구?개발하고 있다.

 

러스티 슈왈츠 키친타운 대표는 “공유주방은 식당이나 푸드 스타트업으로 하여금 저비용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해주고 실패 리스크를 줄여 창업 도전을 장려한다”며 “식품을 아예 소량 또는 대량생산할 수 있는 시설은 있지만 중간 규모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은데 공유주방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유주방 덕분에 푸드 스타트업이 많이 생기면 도시 발전에도 도움이 돼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공유주방 설립에 우호적인 도시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탠퍼드대 공대 안 ‘푸드디자인랩’에서 연구중인 김소형 교수(사진 왼쪽)의 외부 강연 모습. [출처=유튜브 화면캡쳐] 

학계도 동참했다. 스탠퍼드대는 공대 안에 ‘푸드디자인랩’을 개설, 미래 식품산업에 대해 연구 중이다. 김소형 스탠퍼드대 교수는 “연구 주제는 음식과 주방, 그리고 식당이 5년쯤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지다”며 “이를 알기 위해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분석이 중요하다. 현재 20대 초중반인 이들이 5년 후 주력 소비층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퓨처푸드 핵심 가치는 환경오염 최소화?동물권 보호 등…“앞으로 ‘삼시 세끼’ 대신 5~7끼 나눠 먹는 ‘스내킹(snacking)’ 문화가 익숙해질 것”

 

이렇게 연구?개발되서 만들어지고 있는 ‘퓨처 푸드’는 현재 우리가 주로 먹는 음식의 단점을 보완하고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충족시켜주는 미래형 음식이다. 비도덕적인 축산 시스템에 반기를 들며 떠오른 ‘대체육’, 가성비 좋은 단백질원인 ‘곤충 식품’,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을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에너지바 등 간편식, 식품 제조 과정서 나온 부산물을 재활용한 ‘리사이클링 식품’ 등이 해당한다. 이들의 핵심 가치는 주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거나 동물권을 보호하는 것 등이다.

 

일례로 ‘퍼펙트데이(Perfect Day)’는 유제품의 ‘퓨처 푸드’를 연구 개발하는 회사인데, 생명공학을 전공한 라이언 판디아와 페루멀 간디가 ‘아이스크림과 치즈를 죄책감 없이 즐기고 싶다’는 생각에 설립했다고 한다. 이들은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젖소의 DNA 서열을 복제하고, 효모와 결합해 우유를 구성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젊은 소비자들의 호응은 뜨겁다. 지난해 6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한 아이스크림 시제품 1000개는 일반 제품 대비 비싼 가격(약 0.5ℓ당 20달러)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 만에 완판됐다고 한다.

퍼펙트데이(Perfect Day)의 유제품. [출처=네이버 블로그]

또한 퓨처 푸드는 식품뿐 아니라 식문화도 포괄하는 개념이다. 김소형 스탠포드대 교수는 “앞으로 사람은 삼시 세 끼 대신 5~7끼를 적게 나눠 먹는 ‘스내킹(snacking)’ 문화에 익숙해질 것”이라며 새로운 견해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사실 하루에 세 끼를 먹는 식습관은 산업혁명 이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하는 이른바 ‘나인 투 파이브’ 체제가 확산되며 생긴 문화”라며 “요즘은 근무 형태가 다양해지고 취향이 바뀌면서 샌드위치나 샐러드, 도시락, 포만감을 주는 음료 등 간단한 음식을 하루에 5~7번 먹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주장대로 앞으로 ‘스내킹’이 일반화 된다면 미래에는 들고 다니기 편한 형태로 포장한 ‘이동성 식품’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포장(to go)과 배달 시장도 동반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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