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번 아웃' 증후군
퇴근 후 업무 지시 프랑스는 불법으로 지정.. 자제하는 것이 당연한 에티켓
'워라밸'과 유사한 '조용한 사직'을 두고 오가는 설왕설래
심리적 불안감으로 만들어지는 '조용한 사직' 한국도 확산 가능성

<'번아웃(Burn out)', 당신도 겪고 있나요?>
한국건강관리협회에서는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정신적∙육체적으로 극도의 피로를 느끼며, 무기력해지는 상태'를 '번아웃 증후군'이라고 말한다.

직무로 인해 기력이 저하돼 쇠약해진 탈진 상태, 부정적이고 냉담해지는 감정 상태, 일의 효율이 저하되는 상태로 표현하기도 한다. 주로 일에 대한 자기 헌신이 강할수록 번아웃 증후군 증상이 심각해진다고 한다.

혼밥, 혼술, 혼영화를 좋아하게 된 현대인들의 문화가 `번 아웃`으로 인해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생활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으로 에너지를 덜 쓰는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주장도 있다.

직장인은 물론 자영업자, 주부, 학생에게까지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한국인의 경우 장시간의 노동, 경쟁에서 살아가는 직장인 3명 중 2명은 번아웃에 걸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주로 누가 걸릴까? 계속되는 야근, 주말 출근, 지나친 업무로 스트레스받는 사람들이다. 혹은 성격이 급하거나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책임감이 강한, 완벽주의 성향의 사람이라면 심각한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직장인들은 다음과 같은 말로 '번 아웃'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매년 자기를 입증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있어요."

"이 일만 끝나면... 쉬고싶다..."

심리학 용어로 출발한 '번 아웃' 증후군은 지속적으로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방면에서 증상을 보이는 심각한 문제다. (사진: Image Today)
심리학 용어로 출발한 '번 아웃' 증후군은 지속적으로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방면에서 증상을 보이는 심각한 문제다. (사진: Image Today)

<퇴근해도 연락이 오는 회사.. 카톡업무 지시>
'번 아웃'은 퇴사를 결심케 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여겨진다. 퇴사, 이직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번 아웃'뿐만이 아니다. 

2016년 고용노동부 근무 혁신 실태조사에 의하면 직장인 74%가 퇴근 후에도 업무 지시와 자료 요청에 시달리고, 그중 60%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통계를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 프랑스는 '로그오프법'이라고도 불리는 직원이 회사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독일도 마찬가지로 퇴근 후 업무 지시는 불법이고, 업무 종료 30분 후 업무용 스마트폰의 이메일 기능이 멈추며 다음날 근무 시작 30분 전에약 서버가 살아나는 기술을 도입했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입법 시도는 계속하고 있지만, 찬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으로 법률이 통과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현재는 많은 회사에서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는 상태다.

퇴근한 직원에게 업무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에티켓'이다. 근무 시간에 맞춰 예약 문자를 활용하는 등 직원들의 정신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제도와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보다 나은 환경으로 직원의 정신건강까지 챙기는 기업은 우수인력을 지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는 업무의 효율성으로 이어져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이바지할 것이다.

다수의 직장인들은 퇴근 후 계속되는 업무 관련 연락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직장인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프랑스와 독일은 퇴근 후 업무 지시를 불법으로 지정했다. (사진: Image Today)
다수의 직장인들은 퇴근 후 계속되는 업무 관련 연락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직장인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프랑스와 독일은 퇴근 후 업무 지시를 불법으로 지정했다. (사진: Image Today)

<'번 아웃"이 만들어낸 문화: '욜로', '소확행', '워라밸', '워라블'>
세계보건기구(WHO)는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음의 방안을 제안했다.
1. 혼자 고민하지 말고 가족, 친구, 동료와 대화하세요.
2. 정해진 업무 시간 내에 일을 처리하고, 집으로 일거리를 가져가지 마세요.
3. 취미 생활이나, 운동으로 나만의 휴식 시간을 가지세요.
4. '번 아웃' 상태를 받아들이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

이처럼 '번 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자기 주체적인 삶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일과 개인 생활을 같은 선상에 놓는 세계관을 갖게 했고 2-30대와 함께 의 신조어가 만들어졌고 MZ세대의 관심을 받으며 더욱 선명해졌다.

욜로,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현재 자기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한 번뿐인 인생을 살며 소비하는 데 있어 미래를 대비하기보단 현재의 즐거움을 최대한 누리다는 뜻이다.

우리가 아는 철학자 니체는 '귀족'을 자기 자신의 의욕을 긍정하며, 자신의 의욕을 이루기 위해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자신의 욕망과 욕구를 마음껏 드러내고, 그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지려는 사람을 '정신의 귀족'이라고 불렀다. 이는 니체의 『즐거운 학문』에 나오는 말이다. 

니체가 말했듯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자기 주체적인 삶의 가치관을 갖는 것은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지켜야 할 핵심이다.

'번 아웃' 극복과 함께 자기 주관적인 삶의 살아가려는 가치관은 욜로', '소확행', '워라밸', '워라블' 같은 문화가 각광받고 있다.  (사진: Image Today)
'번 아웃' 극복과 함께 자기 주관적인 삶의 살아가려는 가치관은 욜로', '소확행', '워라밸', '워라블' 같은 문화가 각광받고 있다.  (사진: Image Today)

국내에서 '번 아웃'으로부터 벗어나 더 나은 삶을 향하기 위해 '욜로', '소확행', '워라밸'같은 현상이 만들어졌다면, 최근 미국 청년세대 사이에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미국 청년세대들이 말하는 '조용한 사직'>
'조용한 사직'은 주어진 일 이상으로 일을 더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하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직원들은 결과물을 통해 자기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일종의 강박에서 오는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일하기로 약속한 시간만 일하며 추가 근무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대부분이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인 것으로 밝혀졌고 코로나 19로 인한 '대 퇴직'의 연장일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있다. 

일을 관둔다는 사직이란 뜻이 아니라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라는 의미로 반대 개념에는 개인의 생활보다 일을 중시하며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라이프 스타일로 '허슬 컬처(Hustle culture)'가 있다.

'조용한 사직'은 미국의 20대 엔지니어, 자이들 플린이 자신의 틱톡 계정에 동영상을 올리면서 시작되었다. 최근 SNS를 통해 확산되었다.

미국에서는 '워커홀릭'을 뜻하는 '허슬컬처'에서 벗어나 일보다 개인의 생활을 우선순위에 두는 '조용한 사직'문화가 '틱톡'을 통해 퍼지고 있다. (사진: Envato Elements, Tik Tok)
미국에서는 '워커홀릭'을 뜻하는 '허슬컬처'에서 벗어나 일보다 개인의 생활을 우선순위에 두는 '조용한 사직'문화가 '틱톡'을 통해 퍼지고 있다. (사진: Envato Elements, Tik Tok)

<'조용한 사직'을 두고 오가는 설왕설래>
사람들은 '조용한 사직'에는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인다.

'조용한 사직을' 다소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일하는 시간에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일의 효율성을 가져오고, 근무 시간 이외의 삶은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는 '워라밸'이 지니는 의미와 유사하다.

한편으로는, "조용한 사직은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 있어서 끔찍한 접근법이며, 자신이 원한다면 더 나아가야 한다. 그게 성공을 거두는 방식이다"라고 말하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외에도 일부 비평가들은 '조용한 사직'이 직장 문화에 악영향을 미쳐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심지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을 '묻어가는 직원'으로 표현하는 사례도 있었다. 자신의 팀원이 '조용한 사직'을 표했다면, 함께 일하는 구성원으로서 달갑지 않을 것이라는 평을 덧붙였다. 

최근 '틱톡'을 통해 미국 청년 세대에 '조용한 사직'이 유행이다. '주어진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뜻이며,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되고 있는 점에서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사진: Image Today)
최근 '틱톡'을 통해 미국 청년 세대에 '조용한 사직'이 유행이다. '주어진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뜻이며,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되고 있는 점에서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사진: Image Today)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등장한 '조용한 사직'.. 한국도 번질 가능성 우려>
최근 파월 연준 의장은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의 3배인 0.75% 금리 인상)을 밟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미국 경제는 계속되는 물가상승과 금리상승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다고 했다. 

미국 정신건강 서비스 업체인 리라 헬스 측은 "조용한 사직자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환경에서 조용히 고통받는 직원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불안한 환경'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소비생활 상태를 배제하지 못한다.

한국 사람들도 계속되는 물가상승에 힘들어하고 있다. 지난 7월 6.3%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며 치솟던 소비자 물가가 7개월 만에 전월 대비 낮아졌다. 드디어 꺾였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판단은 이르다. 

'조용한 사직'일 유행한 원인이 경제 상황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심리적 불안감이라면, 한국도 '조용한 사직' 문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가정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일자리 선호도 변화나 이직이나 퇴직 형태에 영향을 줬을 텐데 코로나19가 진정돼도 지속될 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는 점을 보면 '조용한 사직' 문화는 코로나19 시기에 나타난 단기 현상일 수 있으며 트렌드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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