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목적만을 추구하며 맹목적으로 달리는 것이 아닌, 내 안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들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다"

전문가 칼럼 : 최에스더 미러리스트 대표
소개책 : 거리에서 비즈니스를 배우다/한남/배명숙

독서를 시작하는 가장 좋은 방법 스타트독서법, 간단하게 'S.T.A.R.T 독서법' : S는 Subject(주제읽기-핵심), T는 Thinking(생각쓰기) A는 Action(읽고서 삶과 업무에 적용) R은 Rereading(재독하기) T는Text(창작하기)을 의미합니다. START는 시작이란 의미로, 독서를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발을 뗄 수 있도록 구체화 해 주는 실용적 독서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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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세상에 접속하기는 쉽다. 누구나 손가락 한 번만 움직이면 그곳에 입장할 수 있다.

 

수많은 팔로워에 둘러싸인 사람들의 세상은 아름답게만 보인다. 많이 먹어도 살이 찌는 것 같지 않고 매달 새로운 여행지에 가서 사진을 찍어 올리는데 심지어 돈까지 잘 번다. 부러우면 진다는데 나는 이미 졌다. 타인의 행복 속에서 도리어 나의 불행을 본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원인도 모른 채 여러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지만 병원마다 해결책이 달랐다.

 

몸도 마음도 지쳐갈 때쯤 나는 인생의 스승으로 삼고 싶은 한 의사선생님을 만났다. 진료가 끝나면 의사선생님은 늘 이렇게 말했다. “병은 의사가 고치는 게 아니라 자기가 고치는 거예요. 저는 돕는 사람일 뿐이에요.” 나를 차트 속 검사결과의 수치가 아닌 한 명의 사람으로 바라봐주는 의사선생님 덕분에 건강은 서서히 좋아졌다. 밖으로 향했던 나의 마음도 나를 향해 돌아왔다. 나는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힘들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묻고 답했다. 내 인생에 대한 문제의 답을 내 안에서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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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시작은 백지였다. 우리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여백에서 얼마든지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었다. 그러다 점점 타인이 그려 놓은 것들이 멋있어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을 내 캔버스로 옮겨보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멋진 그림 속 한 장면이라도 그 캔버스 안에 있어야 아름다운 것이 있다. 멋있고 아름다운 것들을 전부 모아 둔다고 가장 아름다운 것이 되진 않는다. 무언가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최고’여서가 아니라 그것이 가진 ‘조화’ 때문이다. 나 역시 타인의 삶에서 조각조각 찾아 낸 멋있는 인생들이 모두 ‘최고’로만 보였다. 그러나 내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이렇듯 ‘최고’의 것들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조화’로운 삶을 사는 데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며 깨달았다.

 

오래전부터 여러 여행지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래서 디지털 유목민이 되어 세계를 돌아다니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런데 나를 살펴볼수록 나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성향의 사람이었다. 유목민이라기보다 붙박이장 같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소망들을 하나씩 다시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 소망에는 나의 진짜 꿈도 있었지만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 다른 새가 키우게 한다는 뻐꾸기처럼, 내 둥지 안에서 내가 주는 먹이를 먹으며 살고 있는 타인의 꿈이 있었다. 삶은 전보다 나아지는데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그토록 원하던 것을 얻었지만 왜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은지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수업을 들으면서도 정작 내 자신을 충분히 읽지 못한 데 이유가 있었다.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자 행복은 아주 가까이에 있음을 알게 됐다. 먼저 내가 살고 있는 환경을 바꿨다. 자연이 가까운 곳으로 이사했다. 요즘 가장 큰 행복은 동네 산을 오르는 일이다. 번화가에 있던 사무실을 옮기고 나자 매달 유지비가 반으로 줄었다. 타인의 욕망을 내것으로 착각하고 구매한 물건들도 나눠주거나 팔아버렸다. 사람들에게 인심도 쓰고 용돈도 생겼다. SNS에서 보이는 멋진 사람의 삶이 아니라 진짜 내 삶을 찾기 시작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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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진정한 발견은 새로운 경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가 필요했던 어느 시기에 일이다. 나는 아이디어를 얻으려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흡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예전에 읽었던 책 속에서 메모를 발견했다. 메모의 내용은 바로 ‘스타트 독서법’이었다. ‘나만의 독서법을 만들어서 강의를 해야겠다’라고 늘 생각했는데 이미 예전에 구체적으로 정리해 놓았던 것이다. 까마득하게 잊은 아이디어여서 메모를 발견했을 때 매우 놀랐다. 새로운 자극에 반응하는 것은 쉽지만 기존의 것에서 무언가를 재발견하는 데는 새로운 눈이 필요하다. 나는 새로운 길을 찾는 대신 이미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기로 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만든 것이 ‘스타트 독서법’이다. 스타트 독서법의 4번째 단계에 Rereading을 넣은 것은 이런 맥락 때문이다.

 

잊고 있던 메모를 발견했을 때만큼 놀란 적이 또 있다. 바로 한남동을 갔을 때였다. 한남동은 비즈니스트립은 해외로 가야 한다는 나의 편견을 깨준 곳이었다. 대중교통을 타고 가도 충분한 곳에 이토록 다양한 인사이트를 주는 공간이 있다니 신기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이렇게 가까운 데를 놔두고 해외에 가는 사람들을 마냥 부러워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 중에 하나는 ‘스페이스 신선’이었다. 스페이스 신선은 외식업체인 신선설농탕이 만든 전시관이다. 지상 4층, 지하2층으로 구성돼 있고 건물 외관과 내부 구조에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다. 스페이스 신선의 전시 주제는 다른 전시관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주제들이 대부분이다. 평범하지 않은 주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 관람객 입장에서는 재미와 감동을 두배로 느낄 수 있다. 관람료는 없다. 대신 자발적으로 1천 원 이상 기부금을 내면 된다.

한남동 스페이스 신선. [이미지 출처=네이버 블로그 
'커피사랑 경화의 소소하고 맛깔난 이야기들']

 

입구에 들어서면 ’신진작가 후원‘, ’사랑의 모금함‘, ’1004모금운동‘, ’미술장학생 후원‘, ’문화소외계층 초대‘,’ 어르신 돌봄이 활동‘등 열 가지 나눔 활동을 구분한 기부함이 있는데, 어디에 넣을 것인가는 관람객들의 자유다. 관람객들이 기부한 돈은 해당 나눔 활동에 전달된다. 신선설농탕은 스페이스 신선을 통해 문화적 나눔을 실천하고 전시관을 구경하는 관람객들은 문화를 즐기면서 또 다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거리에서 비즈니스를 배우다, 한남 / 배명숙 / 책이 있는 풍경- 발췌

 

동네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설렁탕을 파는 식당 정도로 알고 있었던 곳에서 이렇게 멋진 건물을 짓고 무료로 전시를 볼 수 있는 공간까지 만들었다는 것이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는 줄곧 해외에 멋진 미술관을 가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다. 시간이 없고 돈이 없다고 말하며 정작 국내 미술관도 제대로 돌아보지 않았던 나를 되돌아보게 만들어 주었다.

 

두 번째로 놀랐던 곳은 패션5였다. 이곳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파리바게뜨 브랜드를 만든 SPC그룹이 만든 플래그십 매장이다. 집 앞에 있는 파리바게뜨 빵만 사먹을 줄 알았는데, 기업에서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사업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익숙한 파리바게뜨 매장, 종종 외식하러 갔던 SPC스퀘어, 샐러드가 먹고 싶을 때 찾았던 피그인더가든, 분위기 있는 서래마을의 퀸즈파크까지 모두 SPC그룹의 매장이었다.

한남동 SPC스퀘어 내부 전경.[출처=SPC매거진]
한남동 SPC스퀘어 내부 전경.[출처=SPC매거진]

 

“여기가 뭐 하는 곳이야?”

한남동에 꽤 오랫동안 살았던 분들 중에도 패션5가 뭐 하는 곳인지 모르는 분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패션5 건물에는 간판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작정하고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영문으로 된 간판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게다가 건물 외관이 거울 같은 유리로 되어 있어 안을 볼 수가 없다. 어디로 들어가는지 입구도 잘 보이지 않아 이래저래 궁금증만 키운다. (중략)패션5는 SPC그룹이 고급 베이커리와 디저트를 개발하고 해외 진출을 꿈꾸며 만든 플래그십 스토어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수익을 내기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거리에서 비즈니스를 배우다, 한남 / 배명숙 / 책이 있는 풍경- 발췌

 

패션5를 처음 갔을 때 ‘왜 이렇게 좋은 곳을 이제 알았지?’하며 의아했었다. 한남동에 오래 살았던 분도 모른다는 글을 읽고는 가까이 있는 것보다 멀리 있는 것을 더 좋다고 느끼는 건 많은 사람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밖에 인스턴트 커피로 유명한 맥심이 만든 카페 ‘맥심플렌트’, 북큐레이션이 돋보이는 ‘스틸북스’는 해외비즈니스 트립을 갔을 때만큼 나에게 영감을 주기에 충분한 공간들이었다.

 

삶의 방향성도 사업의 방향성도 먼 곳보다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와 거리가 먼 목적만을 추구하며 맹목적으로 달리는 것이 아닌, 나를 둘러싼 환경과 내 안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는 말처럼, 어디론가 여행을 가고 싶다면 이번에는 시간과 비용을 많이 내야 하는 여행 대신 새로운 눈을 가지고 동네를 돌아다녀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나만의 아지트 같은 카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카페에서 나와의 만남을 가져보자. 아직 한남동을 가보지 않았다면 이곳부터, 책 한 권 들고 가볍게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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