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관리=‘업무 드러내기’, 협업관리=‘업무 매뉴얼’, 자기관리=‘일하는 공간?시간표’
대표적 비효율은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관건은 ‘자율성’ 높이면서도 ‘생산성’ 끌어올리기

‘코로나19’ 사태로 기업 현장에 ‘재택근무 확산’ 현상이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재택근무가 만능인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재택근무를 시도했다가 되돌리는 등 회의론과 함께 출근 근무에 비해 생산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과주의’가 명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지침과 기업 문화의 변화도 필수적이다.

예전에는 누가 오래 앉아 있느냐, 눈에 잘 보이느냐로 평가했다면 재택근무는 포인트가 다르다. 구체적인 업무 결과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기자들은 사무실로 출퇴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날의 기사를 보면 그 기자가 어떻게 일했는지 다 알 수 있다. 이처럼 결과로 말하는 직종이나 집단은 재택근무가 상대적으로 쉽다. 그런데 아직 많은 중소기업들은 개개인의 성과 지표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재택근무가 쉽지 않다.

한국이 가진 커뮤니케이션 구조도 효과적인 재택근무를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철규 HSG휴먼솔루션그룹 대표는 “의사 소통 문화에 따라 저맥락(low context)과 고맥락(high context)으로 구분된다면 한국은 전형적인 고맥락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고맥락은 메시지에 담긴 정보보다 맥락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게 특징인데, ‘너 이거 해’는 표현이 진짜인지 엄포용인지 만나서 이야기하면 대충 파악할 수 있는데 재택근무로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용주 입장에서 재택근무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로 한국 노동 시장의 유연성 문제도 불거져 나온다. 한 중소기업 경영자는 “프리랜서에겐 재택근무 시키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며 “유럽이 재택근무가 활성화돼 있는 배경에는 높은 노동 유연성이 있다.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면 언제든지 ‘아웃’ 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고용과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보장된다면 국내에도 지금보다 재택근무는 더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스티브 잡스는 재택근무를 ‘미친 짓’이라고 말했지만…‘미래의 노동’으로 봐야 할까

국내 기업문화나 노동환경을 떠나, 재택근무 자체의 단점들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일례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재택근무를 ‘미친 짓’이라고 까지 평가했다. 창의성은 즉흥적인 회의와 무작위로 이뤄지는 토론에서 비롯된다는 것.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는 ‘관계’ 속에서 상호 작용할 때 나온다는 설명이다. 국내 한 HRD 컨설팅 전문가는 “공간 혁신을 할 때 중요한 게 스낵과 동선”이라며 “우연한 마주침을 유발하기 위해 커피머신을 가져다 놓고 조직 내 사일로(silo)를 허물기 위해 칸막이를 없애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때 실리콘밸리에서도 재택근무 붐이 일었다가 다시 사라진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일찌감치 재택근무를 시행한 외국 기업들 중 원격이 원래대로 다시 돌아간 곳이 꽤 많다. IBM은 1990년부터 재택근무를 도입했다가 지난 2017년 다시 철폐했다. 당시 IBM은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협업에서 창의성이 나올 수 있다는 이유를 가장 크게 내세웠다. 구글의 경우 재택근무를 선택지로 두고 있지만, 직원들이 사무실에 나와 근무하도록 하기 위해 ‘집처럼 편안한 사무실 환경’ 만들기에 주력한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은 여전히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사무실 안에 모여 일하는 것보다 일하는 장소를 선택하고 싶어 하는 젊은 세대 위주기 때문이다. 또한 재택근무나 원격근무를 선택하면 세계의 유능한 인재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국내 한 스타트업 전문가는 “좋은 인재를 유치하는 수단으로서 재택근무가 매력적인 측면이 있다”며 “일반적으로 불필요한 출퇴근 시간이 없어지고 대면으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감정 소비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편한 공간에서 편한 복장으로 자유롭게 일할 수 있고, 이런저런 급작스러운 부름에 응하지 않아도 되니 혼자 온전히 업무에 몰입하기에도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스타트업 전문가는 “재택근무는 IT의 발달로 가능해진 이른바 ‘미래의 노동’이다”고 분석했다.

신뢰 관리는 ‘업무 드러내기로’, 협업 관리는 ‘업무 매뉴얼’로, 자기 관리는 ‘일하는 공간?시간표’로

그렇다면 효과적인 재택근무의 적용을 위해 기업들은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신뢰 관리 ▲협업 관리 ▲자기 관리 세가지를 강조한다.

먼저 신뢰 관리는 재택근무를 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로, ‘상호 신뢰’에 관한 부분이다. ‘재택인데 열심히 일할까’, ‘나만 열심히 일하면 손해 아닌가’와 같은 생각을 하면 대충하자는 결론에 이르고 생산성이 떨어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렌 더처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 교수는 “재택근무를 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신뢰를 관리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투명하게 업무 내용을 공유하는 ‘업무 드러내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애플리케이션(앱) 디자인 툴 개발사인 인비전(InVision)은 사무실 없이 전 사원이 원격으로 근무하는데, 이 회사는 팀원들끼리 모니터로라도 얼굴을 맞대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매일 45분씩 스크럼(scrum) 미팅을 진행한다. 팀원 각자가 자기 업무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데 3가지를 꼭 이야기 하도록 한다. 첫째, ‘지금 하는 일’. 둘째 ‘앞으로 할 일’, 셋째, ‘업무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다. 이 미팅의 가장 큰 이점은 업무가 투명하게 공개돼 서로 가질 수 있는 업무 태만에 대한 의심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효과적인 협업 관리를 위해서는 상세한 업무 매뉴얼이 중요하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대면으로 인해 발생하는 감정 소비가 없는 반면, 비대면으로 인한 감정 소비가 다시 생겨날 수 있다. e메일이나 메신저 등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실제 텍스트 외의 감정이나 맥락을 읽기가 어려워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 오픈 소스 플랫폼 회사인 깃랩(GitLab)은 1000여 명이 넘는 직원들이 66개국에 흩어져 일하면서 상세한 업무 매뉴얼을 통해 이러한 비대면 협업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일례로 ‘메신저로 대화할 때 문장을 대문자로 쓰지 않는다(소리 지르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와 같이 매우 자세한 지침을 제시한다.

자기 관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집 안에서도 자기만의 ‘일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조언들이 많다. 사적인 가정생활이 이뤄지는 곳과 업무 공간을 명확히 구분 짓고, 업무 시간과 휴식 시간도 시간표를 만들거나 알람을 이용해 적절한 균형이 이뤄지도록 해야 재택근무시 지속적인 자기관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과연 코로나19 이후에도 재택근무가 기업 현장 업무 형태의 ‘대세’가 될까.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고 있다. 국내 한 기업교육 전문가는 “이제 재택근무를 하나의 대체 근무 수단으로 인식하고 기업 문화 혁신의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는 근무의 ‘양’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아니라 일의 ‘본질’과 ‘성과’로 평가하고 승부하는 시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급박하게 혹은 어설프게 시도하면 오히려 도전하지 않는 것보다 더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공사례 기업은 ‘신뢰’와 ‘책임’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실행…“재택근무가 모든 면에서 효율적이진 않아”

국내에서 재택근무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생산성을 높이는 데 성공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아기상어’, ‘핑크퐁’으로 유명한 콘텐츠 기업 스마트스터디를 꼽을 수 있다. 스마트스터디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약 한 달 간 전사적 재택근무를 실시한 후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다시 전사 재택근무를 시행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창업 시점부터 자율적인 업무 방식을 존중해 왔고 그 일환으로 재택근무도 실시한다”며 “재택근무는 ‘신뢰’와 ‘책임’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스터디가 이처럼 재택근무를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결정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10년 전 창업자들이 회사를 세우면서 가장 중시한 부분인 ‘자율’에 있다. 회사 관계자는 “어떻게 하면 비효율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 결과가 각 구성원에게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었다”며 “스마트스터디에서는 근무의 형태나 방식, 장소를 스스로 선택하고 각자의 업무 실험을 통해 가장 스마트하게 일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때 처음으로 전사적 재택근무·원격근무를 실시했고,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로도 재택근무 문화를 유지하며 이번 코로나 사태로 다시 한 번 전사적인 재택근무를 실시 중이다.

사실 스마트스터디의 코로나19 이전 재택근무·원격근무 비율은 10% 미만에 불과했다. 회사에 따르면 동료나 상사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적게 선택한 것은 아니란 분석이다. 각자 업무를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한 결과로, 코로나19 이후로는 전사적인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현재 평균 75% 수준으로 재택근무를 진행했다. 한 달이 넘어가면서 그 수치는 50% 정도로 다시 떨어졌다. 의외로 재택근무가 모든 면에서 효율적이진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재택근무가 쉽지 않은 직원들도 있다”며 “협업이 중요한 부서는 비대면이 오히려 효율을 떨어뜨린다. 직급보다는 조직별 차이와 기능에 따라 비대면 업무와 대면 업무의 선호도가 갈린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재택근무 가이드’를 만들어 제공했다.

재택근무 가이드는 재택근무를 하는 이유, 기대 효과와 함께 ‘재택근무를 이렇게 해 달라’는 구체적인 지침이다. 일례로 업무 시작과 종료 시간을 팀원 혹은 협업 구성원과 인사팀에 e메일로 공유하도록 한다. 재택 시작 e메일에는 일과 중 진행 예정 업무를, 재택 종료 시에는 진행 완료 업무를 기재한다. 재택근무도 회사 출근과 동일한 근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또한 동료와 원활하게 협업할 수 있도록 대략적으로 업무 내용을 공유한다.

회사 관계자는 “물론 스마트스터디도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았다”며 “무엇보다 업무 상황을 공유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서로가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다는 ‘신뢰’를 유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재택근무를 비롯한 자율적인 조직 문화를 가진 곳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바로 ‘신뢰’다.

재택근무 대표적 비효율은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관건은 ‘자율성’ 높이면서 ‘생산성’도 끌어올리는 것

한편 스마트스터디가 지난 2015년 전사적인 재택근무를 실시한 후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재택근무 시행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 도움이 됐다(76%)’가 ‘그저 그렇다(22%)’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반면 업무 효율이 올라갔는지에 대해서는 ‘향상됐다(52%)’가 ‘비슷했다(40%)’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지는 않았다.

재택근무의 대표적인 비효율에 대해 스마트스터디 직원들은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을 지적했다고 한다. 한 직원은 “메신저·e메일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툴보다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하는 게 더 편하다”고 말했다. 메신저 응답을 기다리면서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협업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는 직원도 있었다. 반면 재택근무의 장점으로는 ‘시간과 비용의 절약’, ‘맞춤형 업무 공간과 스케줄’, ‘업무 집중’, ‘행복한 가정생활’ 등의 답변이 나왔다.

결국 재택근무의 관건은 ‘자율성’을 높이면서 ‘생산성’도 끌어올리는 것에 있다. 한 기업 HR 전문가는 “자율의 세계가 곧 ‘유토피아’는 아니다”며 “자율성이 있는 만큼 ‘책임’도 뒤따르고 구성원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고 말한다. 재택근무가 오히려 ‘정글’에 가깝고 각자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기업은 자율과 책임이 함께 맞물리면 적정 테두리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고민하게 된다.

이처럼 자율을 추구하는 과정이 오히려 더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창의성이 중요한 조직은 ‘일하는 방식’에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최정호 스마트스터디 CLO는 “자율이 없다면 공장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물론 모든 기업이 재택근무를 실시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각 기업이 가지고 있는 조직 문화에 맞는 업무 방식을 찾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