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은 고객의 마음을 훔치는 마케팅의 ‘스윗스팟’…'상품'이 아닌 '가치'를 팔아라!
이제 브랜드는 '제품?서비스' 뛰어넘어, 기업의 '컨셉?비전?주인의식?문화'까지도 아우른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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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사자’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십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자라고 하면 갈기를 휘날리며 사냥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립니다. ‘독수리’라고 하면 언제나 힘차게 날아다니는 것을 연상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사자는 거의 하루 종일 잠을 잡니다. 깨어 있을 때조차 대부분 어슬렁거리다가 사냥할 때 잠깐 뛸 뿐입니다. 독수리도 날 때보다 앉아 있을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다릅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특징을 잡아 기억하기를 좋아합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최고의 브랜딩 구루로 불리는 홍성태 한양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그의 2012년 저서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에서 ‘브랜드’에 대해 이같이 설명하며 “강한 브랜드가 되려면 사람들의 머리에 간판 제품의 특징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들은 그 간판 제품의 컨셉, 즉 홍보용 제품의 이미지로 그 브랜드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홍성태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 [이미지 출처=홍성태 닷컴]

일례로 오리온이 제과업체로서 굳게 뿌리를 내린 데는 초코파이의 공이 크다. ‘정情’이라는 이미지의 후광으로 제품품목을 확장(brand extension)시켜 지금은 스낵류, 비스킷, 초콜릿, 캔디, 치클껌 등 다양한 품목들이 오리온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잘 팔려나간다. 홍성태 교수는 이같은 예들을 통해 “결국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을 해나가는 과정”이라며 말한다.

'정情'이라는 초코파이 브랜딩 효과로 제품품목을 확장(brand extension)시켜 온 오리온의 상품들. [이미지 출처=식품음료신문]

홍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브랜딩’을 이해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가 명사가 아닌 동사라는 점이다.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의 명칭이 아니라 ‘감정을 가진 생물’처럼 임직원 모두가 끊임없이 관리해줘야 할 대상이라는 것. 그러므로 브랜드는 CEO나 임원, 중간 관리자에서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직급을 막론하고 누구나 전사적으로 동일한 목표를 공유해 소비자에게 한 목소리를 내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는 설명이다.

 

‘전략(뿌리)’은 벤치마킹할 수 있어도 ‘크리에이티브(꽃)’를 모방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어느 광고대행사의 기획자에게서 들은 말입니다. 클라이언트(광고주) 기업의 사장이 외국에 출장갔다가 호텔 TV에서 우연히 본 광고가 좋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더니 그 광고의 녹화 테이프를 대행사에 가져다주면서 자기 회사의 광고도 이것처럼 해달라고 부탁하더랍니다. 이렇게 전략은 잠시 잊어버리고 크리에이티브만 흉내 내려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봅니다. 그러다 보면 마케팅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게 되지요.”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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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수는 책에서 브랜딩에 대한 이같은 왜곡된 인식을 지적하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멋진 광고나 제품 디자인, 히트 친 모델 등은 사람들의 눈을 끄는 아름다운 꽃과 같다”고 설명한다. 즉 꽃이 아름답다고 똑같이 흉내내어 만들면, 그것은 죽은 조화(造花)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꽃은 보이지 않는 뿌리에서 생겨나고, 꽃은 그 표현, 즉 ‘크리에이티브라’는 것. 뿌리는 전략이다. 홍 교수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했는지 하는 전략은 벤치마킹할 수 있어도 크리에이티브를 모방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조언한다.

 

일례로 현대카드가 카드회사로서는 생각지 못했던 디자인이란 이슈를 들고 나오자, ‘디자인 경영’이란 이름 아래 많은 회사들이 모방하려 했었다. 그러나 ‘왜 그렇게 했을까?’에 대한 이해 없이 흉내만 냈기 때문에 그들은 성공할 수 없었다. 즉 현대카드가 왜 알파벳?숫자?컬러로 나눴을까에 대한 고민 없이 현대카드의 ‘크리에이티브’만 모방하려 했기 때문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도 “많은 이들이 브랜딩의 중요성을 알고는 있지만, 정작 ‘Why’에 대한 이해 없이 흉내만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브랜드 컨셉을 기업문화로 녹여내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디자인경영의 선두주자 현대카드의 '디자인랩'의 모습. [이미지출처=현대카드 공식 블로그]

이처럼 브랜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물며 작은 동네빵집도 ‘브랜드’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다. 이제는 기업들이 내놓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엇비슷해지면서, 소비자의 마음에 어떠한 인식을 심어주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고 있다. 홍성태 교수는 “브랜딩을 단순한 마케팅 기법이나 네이밍 등으로만 여겨서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며 “브랜딩은 모든 비즈니스의 핵심영역”이라고 주장한다. 

 

“필요한 것보다 제가 원하는 것으로 주세요.”…‘니즈’가 아닌 ‘원츠’가 이 시대의 가치다

 

“원츠를 자극하는 것이 꼭 비싼 명품에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청심환 아시죠? 우황이나 산약 등 여러 한약재로 만든 환약으로 중풍이나 뇌졸중 등에 쓰는 위급약입니다. 어쩌다 한 번씩 먹는 약인데, 일 년 중 몇 월에 가장 ‘니즈’가 높을까요? 아주 추운 12월보다 추워지기 시작하는 11월에 그 수요가 많은 모양입니다만, 그러면 언제 가장 적게 팔리겠습니까? 아주 더운 8월 같은 때는 일사병 등으로 오히려 수요가 좀 있고요, 날이 따뜻해지는 5월에 수요가 가장 떨어집니다. 그러니 5월에 매출이 가장 적겠죠? 헌데 그렇지 않습니다. 월별로 따지면 5월에 매출이 가장 많답니다. 왜 그럴까요?”

청심환.[이미지출처=데일리포스트]
청심환.[이미지출처=데일리포스트]

홍성태 교수는 책,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에서 이 같은 흥미로운 예를 들며 질문한다. 그는 “11월에 할아버지가 쓰러지시면, 손주가 약국에 뛰어가 기껏해야 한두 알 사온다. 그러나 당장 쓰일 일은 적지만, 5월에는 어버이날이나 스승의 날 선물로 사기 때문에 10개 묶음으로 포장된 걸 사간다. 기능만 생각하며 판매하려고 했을 땐 보이지 않던 시장이 생겨난다”고 풀이를 해 준다.

 

홍 교수는 “이처럼 ‘니즈’에 국한되지 않고 ‘원츠’를 보면 새로운 시장이 보인다”며 “이제 마케팅은 욕구를 자극할 아이디어를 찾는 아이디어 게임이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영화 〈러브 액추얼리〉에서 주인공이 관심 있는 여성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은지 묻자 그 여성이 이렇게 말한다. “필요한 것보다 제가 원하는 것으로 주세요.” ‘니즈’가 아니라 ‘원츠’가 이 시대의 가치임을 대변해주고 있다.

영화 '러브액추얼리' 포스터 [이미지 출처=브런치]
영화 '러브액추얼리' 포스터 [이미지 출처=브런치]

홍 교수에 따르면 브랜딩은 브랜드의 ‘탄생’과 ‘체험’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나뉜다. ‘브랜드 탄생’은 브랜드 컨셉의 도출과 활용이다. 고객을 사로잡으려면 제대로 된 브랜드 컨셉을 뽑아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 체험’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보다 잘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어떤 브랜드를 구매하려고 고심하는 동안, 그리고 구매 후 사용하는 동안 소비자가 느끼고 경험하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결국 브랜딩은 더 이상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드러내고 전략을 수립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핵심영역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뛰어넘어, 기업의 컨셉이나 비전, 구성원들의 주인의식 및 기업문화까지도 아우르는 ‘브랜드’. 오늘 우리 기업은 어떤 브랜딩을 해 나갈기 신중하게 고민하고 과감하게 적용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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